[박흥식 칼럼] 이제 다시 고독을 배울 시간
[박흥식 칼럼] 이제 다시 고독을 배울 시간
  • 박흥식 논설위원
  • 승인 2020.04.13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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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흥식 논설위원前방송위원회 평가심의국장
박흥식 논설위원
前방송위원회 평가심의국장

[독서신문] 

“기차를 세우는 힘, 그 힘으로 기차는 달린다.
시간을 멈추는 힘, 그 힘으로 우리는 미래로 간다.
무엇을 하지 않을 자유, 그로 인해 무엇을 해야 할 것인가를 안다.
무엇이 되지 않을 자유, 그 함으로 나는 내가 된다.
세상을 멈추는 힘. 그 힘으로 우리는 달린다.
정지에 이르렀을 때, 우리는 달리는 이유를 안다.
씨앗처럼 정지하라, 꽃은 멈춤의 힘으로 피어난다.”

위의 시는 백무산 시인의 「정지의 힘」 이다.

요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이 전 세계를 휩쓸고, 국내외를 막론하고 수 많은 사람이 타인과 격리되고 외부활동에 따른 물리적 거리 두기로 인해서 일터와 가정에서 잠시 멈춘 일상의 상태에 놓여있다.

멈춘 세상 덕분에 그동안 추상적으로 생각해왔던 사회와 공동체, 집단 속에서 보호받던 조직에 대한 보호막이 흔들리고, 잠재해 있던 정치 경제 사회 시스템의 모순과 함께 저마다 각자도생의 위험 속에 나의 생존력과 경쟁력도 시험받고 있다.

코로나19 시대에 본의 아니게 사회적 거리 두기와 재택활동 중인 많은 사람이 새로운 환경에서 물리적 몸의 건강과 정신적 위기를 함께 초래할 수 있다. 일상생활은 뿌리째 흔들리고, 겪어보지 못한 딜레마가 밀려오며 심하면 정신적 번아웃도 느낄 수 있다.

이러한 코로나19 사태는 장기화 될 것으로 보인다. 예상하지 못했던 위기상황, 당신은 어떻게 보내고 계신가요? 어려운 상황 속에서도 나의 존재를 가다듬고 무기를 만들고 준비하며 기다린다면 희망의 순간도 다시 오게 되며 기회는 또 다시만들 수 있을 것이다.

많은 시간을 집안에 갇혀서 집안일과 바깥 활동의 균형을 맞춰야 한다. 이런 때 ‘새로운 취미를 가져보라’와 같은 설교는 ‘불난 집에 부채질’일 뿐이다. 압권은 소셜미디어다. 우리에게 “지금 이 상황에 굴복하지 마라”라는 선의의 메시지를 쏟아 낸다. 집에서 시나리오를 쓰고, 장식장을 만들고, 영어를 배워보라 같은 자기계발을 해보라고 말한다. 웰빙 전문가들은 자가격리 중에 새로운 취미가 도움이 될 수 있지만 오히려 불안감을 줄수 있다고 말한다.

우리는 그동안 서로에게 의지하며 의존적 삶을 살아왔다. 사회와 가족의 연대가 무엇보다 절실한 시점이지만, 이 코로나 시대는 불행하게도 홀로서기를 준비하라고 강요하는 듯하다.

이제 고독과 주체적 독립선언을 통해 포스트 코로나를 준비해보면 좋겠다. 이왕 주어진 현실이라면 이 상태를 활용해서 나 홀로 생존력을 키우기 위해 고독을 연습하고 고독을 이기는 훈련 기간으로 삼으면 어떨까?

지금은 축적의 시간, 내면을 들여다보고 자신의 실체와 마주하는 시간. 어떻게 하면 더 행복해질 수 있을지, 현실을 진단하고 해법을 모색하는 시간이 돼야 하겠다. 미래를 위해 지금까지와는 다른 삶의 방식에 대한 대안 마련에 사색도 이뤄지면 좋겠다. 이럴 때 어쩌면 풍요로운 도시 생활과 여유로운 농촌 생활에 대한 인식도 재검토가 필요하다.

안타깝게도 사회변화에 따른 희생은 사회적 취약계층이 지게 된다. 그들이 느끼게 될 고통 일부를 함께 느끼고 깨닫는 계기도 될 것이다. 코로나 19가 우리 인간에게 던지는 교훈이 무엇인지 그 질문에 대답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인류의 생산활동이 잠시 멈추면서 지구의 하늘이 보다 맑아졌다고 한다. 이참에 지구환경과 자연보호의 소중함을 깨닫게 하고 이야기만 하지 말고 실질적인 행동을 하라고 부추기는 것은 아닐까?

주체적 고독 훈련을 위해서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할까? 나는 우선 미니멀리즘과 가난한 내핍생활을 보다 적극적으로 경험해보기로 했다. 그동안 우리는 타인과 비교하며 너무 부자 흉내를 내며 살지 않았는지 자문해본다.

미래나 노후에 대비하는 내핍과 저축, 자본의 축적 대신, 육아 교육에 필요한 지출 이외에도 생활의 필수항목 전반에서 할부와 대출 등으로 과하게 지출 소비성향을 높이지 않았는지 반성해본다.

그리고 포스트 코로나 이후의 내가 이루어낼 생산과 창조에 대한 새로운 상상력도 필요하다. 이럴 때 일상의 권태를 피하는 한 가지 방법으로 책을 읽고 글을 쓰는 리터러시 훈련과 한가지 주제에 대한 깊은 몰입의 시간도 유용할 듯하다.

나의 성장을 이루어줄 삶의 피버팅(방향 전환)과 경제적 뉴딜 실험은 무엇일까? 코로나 팬데믹은 불안할 정도로 새로운 맥락에서 우리에게 어려운 결정을 빠르게 내릴 것을 강요하고 있는 상황이다. 전문가들은 이를 ‘결정피로’라 부른다.

보스턴 대학의 심리학자 안나 코레츠는 “정보가 끊임없이 몰려온다”고 말했다. “팬데믹에 대한 것이든, 우리가 해야 할 것과 아이들 스케쥴, 집에서 어떻게 일하는 게 좋은가에 대한 것이든 계속 쏟아 진다”고 아주 많은 정보 속에서 결정해야 하는 순간을 갖는다고 말한다.

뉴욕에서 활동하는 언론인이자 포드햄대 교수인 엘리자베스 유코는 “이 새로운 세상에서 사람들이 어떻게 살아야 할지에 대한 답을 찾고 있다”고 말했다. ‘어떻게 하면 가족을 안전하게 지킬 수 있을까’에서 ‘아이들에게 무엇을 먹여야 할까’까지. 경제적 불안, 실직, 나이 든 부모님에 대한 걱정, 여행 취소로 인한 실망, 직업 관련 압박 등 하루의 일과를 정하고 최우선적인 과제를 찾아내는 것이 엄청나게 힘든 일이 됐다.

이러한 결정 피로는 우리 자신과 가족, 공동체를 위해 영리하고 안전한 결정을 해야 한다는 압박감과 결합 된다. 그리고 이것이 팬데믹 특유의 정신적 번아웃을 초래할 수 있다고 한다.

이럴 때일수록 무엇보다 스트레스와 긴장을 풀어야 한다. 감정적인 피로와 불안감은 예상할 수 있는 일이다. 우리의 현실 문제는 경제적 수입감소와 함께 헬스장에 가거나 미술 수업을 듣는 것 같은 우리의 일상적 대처 메커니즘 중 많은 것들이 사라졌다는 것이다. 그리고 새로운 것을 억지로 시도하는 것은 실제로 번아웃을 가중시킬 수 있다.

코레츠의 조언은 ‘더 멀리 크게보라’고 말한다. “이것은 한 철이고 지나갈 것”이라며 “어려울 수 있고 A 지점과 B 지점사이에 어려운 순간이 많을 수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B 지점은 존재한다. 우리가 격리돼 있는 매일 매일 그 지점에 더욱 가까워지고 있다”고 조언한다.

유코는 이렇게 조언한다. “이 시기에 우리가 지금 당장 할 수 있는 최선은 번아웃을 초래하는 행동의 반대를 취하는 것이다. 즉 아무 일도 하지 않는 것이다” “지금 상황에서 집에 머무는 것,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 자체가 긍정적인 일이며 바로 우리가 할 수 있는 최고의 선택”이라고 말했다.

우리는 지금 아무것도 하지 않음으로써 뭔가를 하는 것이다. 지금은 다시 고독을 공부하는 시간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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