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 볼 만한 것] 책부터 넷플릭스까지... ‘빨강 머리 앤’ 정주행으로 ‘힐링’
[주말 볼 만한 것] 책부터 넷플릭스까지... ‘빨강 머리 앤’ 정주행으로 ‘힐링’
  • 서믿음 기자
  • 승인 2020.04.11 06:2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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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만화영화 '빨강 머리 앤']
[사진=만화영화 '빨강 머리 앤']

[독서신문 서믿음 기자] “주근깨 빼빼 마른 빨강 머리 앤 예쁘지는 않지만 사랑스러워.” 주근깨 가득한 빨강 머리(앤의 가장 큰 콤플렉스)의 고아였지만, 그럼에도 무한 긍정의 사랑스러움을 지닌 앤은 1908년 캐나다 작가 루시 M. 몽고메리에 의해 세상에 나왔다. 원작명은 『초록 지붕 집의 앤』(ANNE OF GREEN GABLES). 이후 100년이 넘도록 세계적으로 널리 읽히며 많은 사람에게 위로와 용기를 건넸는데, 고아의 신분으로 마주해야 했던 수많은 편견과 역경 속에서 굴하지 않는 앤의 모습은 자기 연민과 불행의 늪에서 수많은 이들을 건져냈다.

앤이 만화영화로 국내에 소개된 건 1985년 KBS2에서 만화영화 ‘빨간 머리 앤’이 방송되면서지만, 작품이 알려진 건 1960년대 초 당시 이화여고 교사였던 고(故) 신지식 선생이 학교 주보(週報) <거울>에 『빨강 머리 앤』을 번역·연재하면서다. 신 선생은 1953년 인사동 헌책방에서 일본어로 된 『빨강 머리 앤』 문고판 책을 발견한 지 10여년만에 한글본을 선보였고, 1963년에는 단행본 『빨강 머리 앤』(창조사)을 출간했다. 6·25전쟁 이후였던 당시에는 불행한 처지에 놓인 아이들이 많아 해당 작품의 인기는 실로 대단했던 것으로 알려진다. 주보가 발간되는 화요일 점심시간에는 글을 읽느라 학교가 조용했을 정도. 당시 상황과 관련해 신 선생은 앞서 언론 인터뷰에서 “‘앤’과 같은 불쌍한 고아가 많은 우리나라에서, 저는 이 책이 조금이라도 그러한 소년 소녀들에게 웃음과 희망을 줄 수 있다면 얼마나 보람 있을까 생각하면서, 나의 사랑스러운 친구 ‘앤’을 소개했다”고 밝힌 바 있다. 가장 좋아하는 장면으로는 작품의 마지막 장 「깊이 굽어지면」을 꼽았는데 그는 “거기서 앤이 보여주는 긍정이 참 좋아요. 팔십 평생 살아보니 삶이란 그런 것 같아요. ‘아, 이건 끝이구나’ 싶다가도 하룻밤 자고 일어나면 새길이 열리기도 하고”라고 말했다.

신 선생 말처럼 『빨강 머리 앤』이 100년 넘도록 고전으로 사랑받는 건 그 안에 인간이라면 누구나 겪을 법한 고난이 있고, 또 그 고난에 대한 극복이 자리하기 때문일 것이다. 남존여비 사상이 지배하는 시대에 예쁘지 않은 고아 여자로 태어난 앤 앞에는 수많은 고난과 역경이 존재했지만, 환경에 굴복하지 않고 끝내 극복해 내는 앤의 모습은 보는 이에게 용기를 불어넣기에 충분했다.

그래서일까. 앤을 국내에 소개한 신 선생은 지난달 12일 별세했지만, 그가 소개한 앤은 책과 영상으로 우리 곁에 자리하고 있다. 현재 해당 작품은 『빨강 머리 앤』 혹은 『빨간 머리 앤』으로 허밍버드, 씨에스케이, 더디퍼런스, 넥서스, 윌북 등 다양한 출판사 버전으로 읽히고 있다. 2008년 세종서적은 100주년 기념판을 출간하기도 했는데, 해당 서적은 ‘빨강 머리 앤 협회’가 인정하는 유일한 원작으로 알려졌다. 그래서인지 월정액 독서 플랫폼 ‘밀리의 서재’에서는 열 개 이상의 『빨강 머리 앤』 출판 본 중 세종서적 본이 가장 많은 독자(6,000여명)를 기록하고 있다. 시중에는 한두권짜리 작품이 대다수지만, 몽고메리가 평생에 걸쳐 『빨강 머리 앤』 후속편을 집필한 탓에 전체 분량은 꽤 많다. 완역본을 읽으려면 1981년 출간된 동서문화사의 열두권짜리 작품이나, 2017년 출간된 알에이치코리아의 여덟권짜리 전자책을 찾아보면 된다.

[사진=넷플릭스 '빨간 머리 앤']
[사진=넷플릭스 '빨간 머리 앤']

『빨강 머리 앤』이 오래 사랑받은 만큼 다양한 영상으로도 제작되고 있다. 그중 가장 주목받는 건 캐나다 CBC 방송국에서 제작한 ‘빨간 머리 앤’(Anne with an E/2017)이다. 약간의 각색으로 달라진 부분도 있지만, 배우 캐스팅과 내용 면에서 원작의 느낌을 잘 살렸다는 평가를 받는다. 현재 시즌 3까지 제작됐으며, 지난 1월부터 넷플릭스에서 전편을 서비스하고 있다.

작품에서 앤은 “기대하는 게 즐거움의 절반이에요. 원하는 일이 결국 안 생길지도 모르지만 그래도 그걸 기대하며 누리는 즐거움은 아무도 막을 수 없어요”라고 말했다. 코로나19로 위축된 일상을 보내는 요즘, 삶의 긍정적 변화를 기대하며 이번 주말 『빨강 머리 앤』을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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