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의 벚꽃은 내 방에서… 벚꽃보다 아름다운 책‧영화
올해의 벚꽃은 내 방에서… 벚꽃보다 아름다운 책‧영화
  • 송석주 기자
  • 승인 2020.04.07 13:1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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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신문 송석주 기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확산을 방지하기 위해 전국의 주요 벚꽃축제가 잇따라 취소되고 있다. 각 지자체는 축제가 열리는 장소의 차로와 보행로 통행을 전면 금지하는 등 ‘사회적 거리두기’ 캠페인을 시행하고 있다.

여느 때 같았으면 가족과 연인, 친구들과 함께 거닐었을 벚꽃의 분홍빛 거리. 올해는 코로나19로 인해 제대로 즐기지 못할 것만 같아 아쉬움이 남는다. 하지만 방법이 아예 없는 건 아니다. “이가 없으면 잇몸이 이 노릇 한다”는 속담처럼, 요긴한 것이 없으면 ‘다른 방법’으로도 충분히 해결 가능한 게 세상의 이치.

벚꽃을 즐기기에 가장 쉬우면서도 효과적인 방법, 바로 책과 영화다. 특히 벚꽃은 일본을 대표하는 꽃인 만큼, 일본 관련 책과 영화에는 벚꽃의 아름다움이 잘 묘사돼 있다. 이다혜 작가는 책 『교토의 밤 산책자』에서 교토의 아름다운 풍경을 글자로 옮겼다. 그 가운데 벚꽃이 흐드러지게 핀 밤의 ‘마루야마 공원’을 소개하는데, 작가의 생생한 체험담이 일품이다.

마루야마 공원 [사진제공=책 『교토의 밤 산책자』 이다혜 작가]

그는 “벚꽃 명소인 마루야마 공원은 밤에 가야 진정한 일본식 꽃놀이인 ‘하나미’(花見 : 일본에서 벚꽃 등의 꽃을 감상하면서, 봄이 오는 것을 축하하는 습관)의 진수를 볼 수 있다. 기온(아사카 신사부터 카모 강까지 이어지는 거리)의 큰길을 걸어 ‘야사카진자’(八坂神社)를 통과하면 마루야마 공원으로 갈 수 있다”며 “그리고 엄청나게 시끄럽다. ‘일본 사람은 조용조용해’라는 생각을 갖고 있었다면 그 편견을 깰 좋은 기회”라며 시끌벅적하게 벚꽃을 만끽하는 일본인들과 밤의 마루야마 공원을 소개한다.

벚꽃은 일본 영화의 단골손님이기도 하다. 이와이 슌지의 <4월 이야기>(1998), 신카이 마코토의 <초속 5센티미터>(2007), 우시지마 신이치로의 <너의 췌장을 먹고 싶어>(2018) 등의 영화에서 벚꽃은 그야말로 눈발처럼 쏟아진다. 특히 <초속 5센티미터>의 경우 벚꽃이 떨어지는 속도가 ‘초속 5센티미터’라고 해 지어진 제목으로 유명하다. 그렇다면 이 영화의 제목은 왜 벚꽃이 떨어지는 속도를 제목으로 사용한 걸까?

신카이 마코토 감독, 영화 <초속 5센티미터> 스틸컷
신카이 마코토 감독, 영화 <초속 5센티미터> 스틸컷

영화는 첫사랑 ‘아카리’를 잊지 못한 ‘타카키’의 이야기가 총 3부로 구성된 옴니버스 형식의 영화다. 영화에서 가장 잊히지 않는 대목. 마지막 에피소드에서 타카키가 철도 건널목에서 아카리로 보이는 여성을 우연히 스치는 장면이다.

오랜 세월이 흘렀음에도 불구하고 그 여성이 아카리임을 직감한 타카키는 뒤로 몸을 돌려 철도가 지나가기를 기다린다. 하지만 거기에 아카리는 없다. 그저 벚꽃만이 떨어지고 있을 뿐이다. 하지만 그 순간, 타카키는 아스라한 웃음을 지어 보이며 다시 몸을 돌려 제 길을 걸어간다.

영화의 캐치프레이즈(catchphrase)는 “어느 정도의 속도로 살아가야, 너를 다시 만날 수 있을까”이다. 서서히 떨어지는 벚꽃의 속도처럼, 아카리를 잊는 데 너무도 오랜 세월이 걸린 타카키. 이 대목은 벚꽃의 아름다움과 첫사랑의 아련함을 교차시키며 묘한 영화적 순간을 만들어낸 신카이 마코토의 연출력이 돋보이는 장면으로 널리 회자된다.

봄바람 휘날리며/흩날리는 벚꽃 잎이/울려 퍼질 이 거리를/둘이 걸어요(장범준 ‘벚꽃엔딩’ 가사 中). 비록 진짜 벚꽃 잎이 흩날리는 거리는 아니지만, 활자와 이미지 위를 걸으며 진짜보다 더 진짜 같은 벚꽃의 기운을 만끽해보는 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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