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인가? 사람인가? 불륜남녀들의 심리
인간인가? 사람인가? 불륜남녀들의 심리
  • 서믿음 기자
  • 승인 2020.04.07 08:5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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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JTBC]
[사진=JTBC]

[독서신문 서믿음 기자] 불륜을 소재로 한 JTBC 드라마 ‘부부의 세계’가 뜨거운 반응을 얻고 있다. 첫방송(지난달 27일)부터 이례적인 시청률 6.3%(닐슨코리아)를 기록했고, 2회(28일) 방송은 10%로, 3회(3일) 방송은 11.9%, 4회(4일) 방송은 14%까지 껑충 뛰어올랐다. 과거 SBS ‘내 남자의 여자’(2007)에서 친구의 남편을 유혹하고, JTBC ‘아내의 자격’(2012)에서 동네 치과의사와, ‘밀회’(2014)에서 제자와 불륜 행각을 벌였던 배우 김희애가 이번에는 남편의 불륜과 마주한 아내로 등장해 선 굵은 연기를 선보이면서 다시금 불륜이란 주제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불륜은 흔히 성경에 나오는 ‘선악과’에 비견된다. 탐스럽고 먹음직스럽지만 절대 먹어서는 안 될 금단의 것. 하지만 꾸밈없는 ‘날 것’의 원초적 본능이 뿜어내는 유혹이 대단해 ‘사람이 사람한테 마음 주는 게 죄인가’ ‘과연 사람이 평생 한 사람만을 사랑하며 살 수 있나’ ‘성관계를 동반한 간통이 아닌 플라토닉 사랑도 불륜인가’라는 숱한 논쟁거리를 낳아왔다. 과거에는 결혼 서약을 어기고 배우자에게 씻을 수 없는 상처를 줬다는 점에서 형법(간통죄)으로 다스려졌으나, 간통죄가 폐지된 후에는 윤리적 문제로서 또 다른 갑론을박을 끌어내고 있다.

지난달 법원은 직장 내에서 두 차례 불륜을 저지른 사실이 적발돼 A씨에게 내려진 파면 처분이 ‘과한 처분’이란 판결을 내렸다. A씨가 8년째 청와대에서 경호원으로 근무하면서 두 차례 불륜을 저지른 사실이 적발돼 품위유지의무위반으로 파면됐으나, 이는 윤리적인 문제일 뿐 처벌 대상이 아니라는 판단이 내려진 것. 재판부는 “(간통죄 위헌 판결로) 불륜은 더이상 형사처벌 대상이 아니다”라며 “금품 및 향응 수수, 성폭력 등 징계 감경 제외 사유에 해당하지도 않는다”고 밝혔다.

다만 지난해 9월 비슷한 일로 파면 처분을 받은 공무원이 제기한 파면 취소 소송에서 법원은 원고 패소 판결을 내렸다. 직장 동료와 불륜을 저지른 B(남성)씨에게 내려진 파면 처분이 정당하다는 판결이 내려진 것. 법원은 “배우자에게 발각된 뒤에도 반성하지 않고 관계를 지속하는 등 내용과 정도가 가볍지 않고 경위와 동기도 불량하다”고 판결 이유를 밝혔다. 다만 불륜 상대로, 해임 처분을 받은 직장 동료 C(여성)씨에 대해서는 “불륜 관계가 유지되는 동안 여러 차례 그만 만날 것을 요구했다”는 이유로 해임 취소 판결을 내렸다.

청렴함과 높은 도덕성을 요구받는 공무원 사회에서 잇따라 불륜 사건이 터지고, 일부는 간통죄 폐지로 처벌까지 피해가면서 도덕성에 대한 우려가 나오는 상황이다. 사실 공무원의 불륜은 어제오늘 일이 아닌데, 2008년에는 정부 부처 홈페이지에 나온 공무원의 연락처를 보고 무작위로 전화해 ‘여자와 모텔에 간 증거를 갖고 있다’고 협박해 총 3,700만원을 갈취한 범죄조직이 검거된 바 있다. 당시 협박 전화를 받은 23명 가운데 14명이 이렇다 할 증거도 없는 상황에서 범죄 조직에 대금을 건넸다.

직업을 잃을 위기에 처하고, 돈을 갈취 당하면서까지 불륜에 빠지는 이유는 무엇일까? 순간적으로 본능이 이성을 지배했기 때문일까? 엄청난 성적 매력에 매료된 것일까? 불륜 경험자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상간녀(남)가 대단한 매력을 지녔다기보다 배우자가 제공하지 못하는 심리적 만족감을 제공해주는 경우가 대다수였다. 불륜 관계가 발각돼 5년째 별거 중인 C(남/50)씨는 “더 나은 모습만을 강요하는 아내 앞에서 난 못난 존재지만, 날 구속하지 않는 그녀(지금은 헤어진 불륜 상대) 앞에서 난 꽤 괜찮은 사람이었다. 우린 원하는 걸 주고받을 수 있는 관계였다”며 “그 만족감이 아내를 속이는 죄책감을 넘어선 순간 관계를 끝내기 어려웠다”고 고백했다.

때때로 불륜은 자신감 과잉 상태에서 자신의 존재 가치를 확인하는 수단으로 이용되기도 한다. 새로운 대상에게 용납되는 경험을 통해 자신의 성적 매력을 확인하면서 쾌감을 느끼는 것. 4년째 교제하는 남자친구가 있지만 이른바 ‘원나잇’(하룻밤 정사)을 즐기는 모델 D씨는 어느 잡지 인터뷰에서 “(원나잇이) 결코 깨끗하고 아름답진 않지만, 그렇다고 인간으로서 도저히 저질러선 안 되는 대역죄도 아니라고 생각한다. (결혼 후에는) 그런 일(원나잇)이 생길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다”며 “(남자친구가 원나잇을 한다면) 유쾌하진 않지만 걸리지만 않으면 된다. 나는 남자나 여자나 평생 한명만 보고 사는 건 불가능하다고 생각하는 사람”이라고 말했다. D씨에게선 늘 새로운 상대에게 선택될 수 있다는 자신감이 돋보였는데, 이는 ‘업무 능력이 탁월하다’는 평가를 받은 경호원 A씨, 공무원 B씨에게서도 동일하게 비치는 모습이다.

특히 A씨는 직장 내에서 서로 다른 대상과 두 번이나 불륜을 저질렀는데, 이와 관련해 심리상담가 무극은 책 『불륜에 대하여』에서 “(불륜은) 마약과 같다. 처음에는 호기심 내지는 자신의 의지로 시작했겠지만 스스로 끊을 수가 없다. 은밀한 줄타기가 시작되면 새로운 것에 대한 기대감, 흥분과 함께 자신이 대단한 사람인 것 같은 자부심을 느끼기도 한다”며 “불륜의 줄타기를 해 보니 ‘별거 아니네’라는 생각과 더불어 ‘들키지만 않으면 더 가도 되겠네’라는 무모한 자신감이 생긴다. 그 줄타기는 가족을 걸고 하는 위험한 짓이지만, 자신은 언제든지 내려올 수 있기 때문에 괜찮다고 생각한다. 한번 맛본 줄타기의 짜릿함, 스릴감은 쉽게 놓을 수 없다”고 말한다.

인류학자인 김현경 박사는 책 『사람, 장소, 환대』에서 사람과 인간을 구분하며 “인간이라는 것은 자연적 사실의 문제이지. 사회적 인정의 문제가 아니다”라며 “반면에 어떤 개체가 사람이 되기 위해서는 사회 안으로 들어가야 한다. 사회가 그의 이름을 불러줘야 하며, 그에게 자리를 만들어줘야 한다”고 말한다. 간통죄 폐지로 형사처벌은 피하게 된 불륜남(녀). 이들은 인간일까 사람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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