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토인북] 고유한 언어로 그려낸 색다른 유럽 『유럽 인문 산책』
[포토인북] 고유한 언어로 그려낸 색다른 유럽 『유럽 인문 산책』
  • 김승일 기자
  • 승인 2020.03.31 09:58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독서신문 전진호 기자] 같은 곳을 여행하더라도 그 여행의 경험은 여행자에 따라 천차만별이다. 윤재웅 동국대 국어교육과 교수는 자신만의 고유한 언어로 세상을 그려내는 일을 꾸준하게 해온 만큼 유럽의 문화수도 역할을 했던 이탈리아, 프랑스, 스페인을 거닐며 개성 있는 인문학적 시선을 던진다. 시냇물처럼 소살거리는 이름을 가진 살리나섬에서 시의 아름다움과 시인 네루다의 흔적을 기록하고, 이방인의 주인공 뫼르소의 빛을 아랍문화원의 조리개에서 찾아낸다. 혹 윤 교수와 같은 길을 걸었더라도 윤 교수가 걸었던 길과 같을 수는 없으리라.

오랜 역사를 담은 천년의 돌길. 로마의 돌길 역시 체험의 무대입니다. 알흙 쫀득쫀득 살아 잇는 흙길에서 장소성을 체험한다면 로마 돌길에선 오래 묵은 시간의 무게를 느낄 수 있지요. 흙길이 자연을 걷는 무위(無爲)의 체험이라면 돌길은 대규모 노동력을 투입해 만든 인위(人爲)의 체험입니다. <16쪽>

과거 로마 문명의 집결지 포로 로마노(좌)와 포로 로마노에서 팔라티노 언덕으로 가는 길(우). 포로 로마노는 로마의 공공 광장이란 뜻이고 팔라티노는 로마의 일곱 언덕 중 하나인 건국의 정착지를 말합니다. 두 공간은 바로 붙어 있지요. 고대 로마의 중심지. 신전과 황궁, 원로원과 법정을 비롯해 로마의 문명이 집결된 곳. 이제는 망국의 전시장일 뿐입니다. 허물어진 벽체며 간신히 서 있는 신전 기둥. 그 옆에 뒹구는 조각들. 퇴락한 개선문과 천 년 전 군사들의 함성소리가 돌 속에 스며 잠든 곳. 여기가 포로 로마노 팔라티노입니다. <23~24쪽>

오큘러스를 통해 들어온 빛만으로 신비로운 분위기를 자아내는 판테온. 판테온은 상상하는 집입니다. 돔의 내부 디자인이 특별히 흥미롭지요. 아래쪽 둘레에 정사각형 무늬가 음각으로 파였는데 사각형 크기를 계단식으로 줄여 안쪽으로 네 개를 만듭니다. 가장 아랫줄에 스물여덟 개가 있고 상층부까지 다섯 줄이 있으니 전체 140개. 위로 갈수록 사각형의 크기는 작아집니다. 요즘 컴퓨터라면 덜어낸 재료의 양을 계산해서 건축물의 하중을 정확하게 측정할 수 있을 테지요. 2,000년 전에 이런 계산이 어떻게 가능했을까요. <31~32쪽>

철골 구조물이 인상적인 퐁피두센터. 파리 시내에서 가장 파리스럽지 않은 건물. 온갖 비난과 모함에 시달리던 건물. 바로 퐁피두센터입니다. 이 건물은 안과 밖이 뒤집어진 특이한 설계를 고집하지요. 철골 구조, 전기 배선, 환기구, 계단, 에스컬레이터, 상하수도 같은 내장재가 건물 안에 감춰져 잇는 게 아니라 외관에 그대로 드러나 있습니다. <161~162쪽>

『유럽 인문 산책』
윤재웅 지음│은행나무 펴냄│292쪽│16,000원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비회원 글쓰기 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