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이브 스루’ ‘팬데믹’ ‘코호트 격리’… 코로나19 용어, “이해하기 어려워요”
‘드라이브 스루’ ‘팬데믹’ ‘코호트 격리’… 코로나19 용어, “이해하기 어려워요”
  • 송석주 기자
  • 승인 2020.03.25 14: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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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신문 송석주 기자] 지난 23일 문화체육관광부가 ‘외국어 표현에 대한 일반 국민 인식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조사 결과에 따르면, 외국어 표현 3,500개 중 응답자 60% 이상이 이해하는 단어는 30.8%에 불과했다. 특히 70세 이상은 6.9%만 이해하는 것으로 나타나 외국어로 인한 ‘신(新)문맹 현상’이 심각한 문제로 떠오르고 있다.

이번 조사는 문체부와 사단법인 한글문화연대가 공동으로 지난 1월 29일부터 2월 13일까지 서울과 경기 등 16개 지역의 국민(14~79세) 1만1,074명을 대상으로 진행했다. 조사 방법은 온라인(10~60대) 및 개별 면접(70대)으로 보도자료 및 그것을 바탕으로 작성된 언론 기사에 사용된 외국어 표현 3,500개에 대한 이해도를 묻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국어기본법(14조)」에서는 공공기관 등이 공문서를 작성할 때 ▲일반 국민이 알기 쉬운 용어와 문장으로 ▲어문규범에 맞춰 ▲한글로 작성하되 ▲특별한 경우 괄호 안에 한자나 외국 글자를 병기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하지만 조사 결과만 놓고 보면, 보도자료와 기사에 자주 등장하는 외국어 및 그것의 사용 실태가 「국어기본법」과는 다소 괴리가 있음을 알 수 있다. 말하자면 공무원들은 「국어기본법」을 제대로 지키지 않아서 문제고, 기자는 ‘쉬운 우리말 사용’이라는 사회적 과제를 실천하지 않은 채 보도자료를 그대로 베껴 쓰고 있다는 게 문제다. 특히 기자를 대상으로 한 보도자료와 달리 일반 국민을 대상으로 하는 기사는 외국어 사용에 있어 더욱 신중을 기해야함을 물론이다.

가령 ‘루저, 리워드, 스트리밍, 리스펙트, 스킬, 메디컬, 3D’ 등 젊은 세대가 주로 사용하는 1,245개의 표현은 70세 이상 응답자의 10% 이하만이 이해하기 쉽다고 응답했다. 또한 ‘QR코드, 팝업창, 키워드, 모바일앱, 패스워드, 스쿨존, 노키즈존’ 등 346개 표현은 세대 간 이해도 격차가 가장 많이 나는 외국어로 조사됐다.

최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에 관한 보도잘와 언론 기사에서도 ‘드라이브 스루’ ‘팬데믹’ ‘코호트 격리’ 등 일반 국민이 이해하기에는 어려운 외국어가 빈번하게 사용되고 있다. 이는 감염병에 가장 취약한 고령층이 지속적으로 관련 정보에서 소외될 수 있다는 점에서 문제가 심각하다.

코로나19 관련 용어 중 문체부가 정리한 우리말 대체어로 ▲드라이브스루(drive through)-승차 진료(소), 승차 검진, 차량 이동형 진료(검진) ▲팬데믹(pandemic)-(감염병) 세계적 유행, 세계적 대유행 ▲에피데믹(epidemic)-(감염병) 유행 ▲코호트(cohort) 격리-동일 집단 격리 ▲비말(飛沫)-침방울 ▲진단 키트(kit)-진단 도구 (모음), 진단 (도구) 꾸러미 ▲의사(擬似) 환자-의심 환자 등이 있다.

이와 관련해 문체부는 “코로나19와 관련한 신속하고 정확한 의사소통을 위해서는 정부와 언론의 쉬운 우리말 사용 노력이 절실하다”며 “4월부터는 ‘쉬운 우리말을 쓰자’ 누리집에서 국민 누구나 정부 및 공공기관 등의 ‘어려운 말’을 신고할 수 있는 게시판을 운영할 것”이라고 밝혔다.

책 『갈리아 전기(戰記)』 『내란기』 등을 저술한 로마 공화정 말기의 정치가인 율리우스 카이사르는 “문장은 거기에 쓰이는 언어의 선택으로 결정된다. 평소에 쓰이지 않는 말이나 동료들끼리만 통하는 표현은 배가 암초를 피하는 것처럼 피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코로나19로 인해 그 어느 때보다 사회적 소통이 중요한 상황이다. 번거로이 사전을 찾아 명확한 뜻을 파악해야 하는 외국어 대신 쉬운 우리말 사용을 실천하자. 코로나19의 확산을 막는 가장 쉬운 예방책 중 하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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