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소하지만 확실한 행복… ‘연예인’이 아니라 ‘작가’입니다
소소하지만 확실한 행복… ‘연예인’이 아니라 ‘작가’입니다
  • 송석주 기자
  • 승인 2020.03.25 12:5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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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신문 송석주 기자] 최근 본업에서 벗어나 ‘작가’로서 숨겨진 필력을 뽐내는 연예인들이 있다. 독자들은 그들의 책을 통해 연예인들의 ‘진짜’ 모습에 찰나적으로나마 접속한다. 그리고 느낀다. 그들도 우리와 별반 다르지 않은 지극히 평범한 사람이라는 것을. 연예인이 아닌 작가로서 그들이 체감하는 일상은 어떤 풍경일까.

SBS 예능프로그램 ‘런닝맨’으로 친숙한 배우 전소민의 책 『술 먹고 전화해도 되는데』는 제목부터 독자들의 가슴을 저릿하게 한다. 늘 해맑은 표정과 다소 엉뚱한 행동으로 시청자들의 가슴에 따뜻한 웃음을 선사했던 그녀. 알고 보니 글까지 잘 쓰는 팔방미인(八方美人)이었다.

그녀는 “글은 저에게 유일한 표현이었어요. 하얀 여백은 늘 묵묵히 제 맘을 들어주고 담아주었습니다. 언제부터가 시작인지 정확히 기억할 수는 없지만, 늘 고요한 자정이 넘은 시간에 노트나 컴퓨터 앞에 앉아 백지에 제 마음을 뱉어내고는 했습니다”라고 말한다.

특히 「삿포로에서」라는 제목의 글이 눈길을 끈다. 전소민은 “오도카니 서 있으면 나조차 없어질 일이다. 넋 놓고 있다 보면 다 없던 일이다”라고 담담히 써내려간다. 살짝만 건드려도 부서질 것만 같은 건조하고 메마른 도시에서, 그녀는 어떤 생각을 했던 걸까. 사랑과 이별에 관한 배우 전소민이 아닌, 사람 전소민의 생각이 진하게 묻어 있는 책이다.

‘소원’ ‘헤븐’ 등의 노래로 감미로운 미성을 뽐냈던 가수 김현성. 그는 이미 2015년에 『당신처럼 나도 외로워서』라는 산문집으로 그의 미성만큼이나 감성적인 문체를 선보인 바 있다. 최근 그는 이탈리아의 국민 화가 ‘조토 디본도네’를 중심으로 중세의 보석 같은 걸작들을 소개하는 책 『이탈리아 아트트립』을 발간했다.

전업 소설가가 되고 싶었던 그는 좌절할 때마다 조토의 그림을 보며 위로를 받았다. 그러던 어느 날, 문득 조토의 그림을 직접 가서 보고 싶다는 생각을 했고, 이탈리아로 훌쩍 떠났다. 이탈리아에서 직접 마주한 조토의 그림에 전율을 느낀 그는 “그때 성당에 주저앉아 그림을 보며 ‘이렇게 좋은 것은 세상에 알려야 하지 않나?’라는 생각을 처음 가졌습니다”라고 회고한다.

이어 “책 속의 그림들과 이야기로 여러분의 일상이 풍요로워지고 지식의 저장고가 다채로워지면 좋겠습니다. 어쩌면 이 책을 만나는 것은 여러분이 중세 예술과 친해질 수 있는 일생에 흔치 않은 기회일지도 모릅니다”라고 말한다.

가수이자 영화배우, 작가로 왕성하게 활동하고 있는 요조는 책 『아무튼, 떡볶이』를 통해 소소하면서도 따뜻한 일상을 이야기한다. 엄마와 자신이 만든 음식 다음으로 많이 먹은 음식이 떡볶이라는 요조. 그녀는 ‘떡볶이’라는 음식을 경유해 웃음과 울음기 가득한 사연을 지면 위로 길어 올리며 독자들의 마음을 촉촉하게 적신다.

무라카미 하루키는 책 『랑겔한스섬의 오후』에서 ‘소소하지만 확실한 행복’이라는 말을 통해 일상에서 누릴 수 있는 행복감의 중요성에 대해 말했다. 갓 구운 빵을 손으로 찢어 먹을 때, 서랍 안에 반듯하게 정리돼 있는 속옷을 볼 때, 겨울 밤 고양이가 이불속으로 쏘옥 들어올 때, 우리는 소소하지만 확실한 행복감을 느낀다.

세권의 책을 관통하는 메시지 역시 일상적인 삶에서 누릴 수 있는 행복에 방점이 찍혀있다. 마음의 무거운 짐을 글쓰기를 통해 덜어내고, 좋아하는 그림을 오랫동안 바라보며 위안을 얻고, 떡볶이라는 흔하디흔한 음식으로 일상을 치유하는 그들.

매일 다이내믹하고 특별한 삶을 살 것 같은 연예인들이 역설적으로 강조하는 것이 일상의 소박한 삶이라는 사실은 의미심장하다. 우리는 가끔 연예인의 삶을 동경하지만, 어쩌면 그들은 매일 우리의 삶을 동경하는지도 모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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