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신문 전진호 기자] 죽음은 머나먼 길의 끝에서 우리를 기다리고 있는 것이 아니다. 찰나와 같이 지나는 매 순간마다 우리의 동반자로 항상 곁에 머무르고 있다. 죽음이란 말간 얼굴을 드러내 놓은 비밀 스승이다. 그 스승은 우리로 하여금 인생에서 무엇이 가장 중요한지 찾아내도록 도와준다. 여기에서 하나 좋은 소식이 있다면, 죽음이 전하는 지혜를 깨닫기 위해서 굳이 삶이 끝나는 지점까지 기다릴 필요가 없다는 사실이다.
(p.22~23)
낭만적인 생각을 하자는 것이 아니다. 죽음은 힘겨운 일이다. 어쩌면 우리가 이 생에 해야 할 가장 힘겨운 일일지도 모른다. 아무 일 없이 잘 끝나리라는 보장도 없다. 당연히 슬프고, 잔인하고, 혼란스럽고, 불가해한 일이 될 수 있다. 하지만 그 무엇보다 죽음은 보통의 일이다. 우리 모두는 그 일을 겪는다.
우리 중에 살아서 여기를 나가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26쪽>
가없는 사랑의 무한함은 지금 이 세상과 보이지 않는 저 세상 사이의 장막이 가장 얇아졌을 때 비로소 자명해진다. 태어날 때와 죽을 때 사랑은 그 모든 경계와 분열을 녹여 버린다. 사랑은 우리가 가능하다고 생각했던 것을 넘어서서 움직이게 만든다. 사랑은 우리가 상상할수조차 없었던 일들을 해낸다. <199쪽>
죽어가는 사람과 함께하는 것, 사별의 슬픔을 온몸으로 거치는 여정을 나서는 것, 이는 우리 삶에서 어떻게든 만나게 될 가장 큰 도전이 될 수 있다. 하지만 외면하지 말자. 오롯이 온전한 자아로 그 경험에 부딪히자. 사랑하는 사람을 보살피면서 가없는 정성과 티 없는 진실로 그리할 때, 자신을 온전히 비통한 슬픔에 내던지면서 일말의 망설임도 없다고 생각할 때, 하물며 그럴 때에도 분명 크나큰 슬픔은 찾아온다. 하지만 만약 그랬다면 그 슬픔과 더불어 감사를 느끼고, 예전에 결코 알지 못했던 기쁨과 사랑의 호수에 다가갈 수 있는 가능성도 커진다. 나는 이를 가리켜 불멸의 사랑이라 부른다. <310쪽>
아무 판단을 하지 않는 관심으로 타인을 아프게 하는 바로 그 지점에 제대로 반응할 때 사람의 마음이 열린다. 그럴 때면 배려와 이해를 받는 느낌이 든다. 연민은 여러 고려사항의 범위를 인식하면서도 지금이 순간 가장 중요한 것에 맞추어 적절히 대응할 때 발생한다. 때때로 그 조율하는 과정이 매우 사적이고 친밀한 영역까지 이루어지면서 그 사람과 ‘영혼과 영혼’으로 만나는 순간에 동참하고 있다는 느낌을 받기도 한다. <323~324쪽>
『다섯 개의 초대장』
프랭크 오스타세스키 지음 | 주민아 옮김 | 판미동 펴냄│516쪽│18,000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