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병’만 바라보다 경제 망한다
코로나19, ‘병’만 바라보다 경제 망한다
  • 김승일 기자
  • 승인 2020.03.23 12:0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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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산한 대구 동성로 [사진= 연합뉴스]

[독서신문 김승일 기자] 요즘 거리를 돌아다니면 “이건 뭐 거의 망했다고 보시면 돼요”라며 한산한 거리를 바라보는 이들이 많다. 사회적 거리두기가 거리 (버려)두기가 되고 있는 상황에서 사람들의 고민은 비단 코로나19만이 아니다. 감염병 확산을 막기 위해 사람과 사람 사이의 접촉이 줄고 있는 것은 바람직하지만, 한편으로는 이것이 정말 바람직한지도 의문이다.  

거리에 사람이 없다는 말은 비유하자면 우리 핏줄 속에 산소(돈)를 공급할 적혈구가 없다는 의미다. 가령 사람들이 영화관에 잘 가지 않으니 자연히 영화관 근처 카페에서 음료수를 사 먹을 일도 없고, 영화관 근처 식당에서 밥을 사 먹을 일도 없다. 결과적으로 식당이나 카페가 어려워지고, 이는 곧 많은 가정의 실존적 위기가 된다. 특히 저소득층 가정의 생계는 임시·일용직 노동자가 책임지고 있는 경우가 많다. 

실제로 거리에 사람이 사라져감에 따라 고용이 불안한 임시직 노동자들과 하루 벌어 하루 먹는 일용직 노동자들이 수 주간 일을 하지 못하고 있으며, 고용센터에는 하루아침에 일자리를 잃은 이들의 실업급여 상담이 늘고 있다. 소상공인들에게 이번 사태가 재앙임은 말할 것도 없다.   

사태가 이렇다 보니 눈에 들어오는 것이 몇 가지 있다. 먼저 『생명이 있는 것은 다 아름답다』의 저자 최재천 이화여대 교수가 지난 17일 <조선일보>에 게재한 칼럼이다. 이 칼럼에서 최 교수는 “어서 빨리 괜한 불안과 혐오의 간격을 걷어내지 않으면 저소득층과 소상공인은 조만간 바이러스가 아니라 가난으로 죽는다. 자연에서 완벽한 박멸이란 애당초 불가능하다. 잘 다스리며 공존해야 한다. 이제 우리 방역 시스템을 믿고 조심스레 이 기적 같은 일상으로 돌아가자”라고 주장했다. 

최 교수는 그 근거로 작가 마쓰모토 세이초의 책 『10만분의 1의 우연』을 언급하면서 “10만분의 1이라는 확률은 거의 불가능에 가깝다는 뜻으로 붙인 제목”이라며 2,600만명이 살고 있는 서울·인천·경기 지역에서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은 500명을 만날 확률은 0.002%이며, 이는 불가능한 우연의 겨우 두 배라고 말했다. 

또한 그는 우리나라 5,180만명 중 코로나19로 사망한 사람이 100명 미만(20일 기준 94명)이니 코로나19로 사망할 확률은 0.0002%이라고 설명하며 “50만분의 1은 쌍둥이를 연달아 세 번 낳을 확률이다. 2019년 교통사고 사망자는 모두 3,349명이었다”며 “이쯤 되면 운전도 포기하고 아예 길바닥에 나가지 말아야 한다”고 덧붙였다.  

“바이러스가 아니라 가난으로 죽는다”라는 최 교수의 말이 와닿는 상황에서 코로나19만이 아니라 ‘가난’에 주목하려는 움직임도 반갑다. 가령 지난 17일 강원도는 광역단체 가운데 최초로 도내 취약계층 30만명에게 생활안정지원금 40만원씩을 전액 도비로 지급하기로 결정했다. 

최문순 강원도지사는 이에 대해 20일 MBC 라디오 ‘시선집중’ 인터뷰에서 “이번이 특별한 상황이기 때문에 두 달 동안 수입이 전혀 없는 분들에게 최소한 사회적 안전망을 만들어드려야 되겠다 해서 그렇게 결정하게 됐습니다”라고 설명하며 두 달째 월급이 없는 건설현장의 일용직 노동자들, 관광버스 운전자들, 두 달 동안 거의 손님이 없는 칼국수집, 서점, 꽃집 등의 사례를 언급했다.      

오세현 아산시장도 지난 20일 기자회견에서 코로나19로 피해를 입었지만 기존 복지제도의 사각지대에 있는 소상공인과 저소득층, 운수업체 종사자들에게 충청남도와 함께 1가구(업체)당 100만원을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총 188억원(도비 50%, 시비 50%)이 투입되는 해당 지원은 ▲지난해 매출액이 3억원 이하이며 지난해 3월 대비 카드매출액이 20% 이상 감소한 소상공인 ▲실직자, 프리랜서, 특수형태 근로자 가운데 중위소득 80% 이하 저소득층 ▲수익이 급감한 운수업체 등이 대상이다.

화성시 역시 지난 20일 관내 소상공인 4만6,000명 중 3만6,000여명에게 약 200만원씩을, 소상공인 외에 이번 사태로 인해 실직이나 소득 감소 등의 피해를 본 직장인이 있는 가구에 50만원씩을 지급한다고 밝혔다. 

경제적 지원이 일부 국민에게만이 아니라 모든 국민에게 주어져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이재명 경기도지사는 지난 19일 페이스북에 ‘대통령님을 응원합니다... 전 국민 재난기본소득 꼭 실현해주시기를’이라는 제목의 글에서 ▲상위 10% 부자를 제외한 대다수 국민이 위기를 겪고 있는 점 ▲선택적 혜택이 조세·정책 저항을 불러 사회통합에 역행하는 점 등을 근거로 들며 “모든 국민을 대상으로 한, 모두가 상상하는 이상의 과감한 재난기본소득으로 이 경제위기를 돌파해주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코로나19가 전파한 것이 단순히 몸을 아프게 하는 전염병뿐이라고 생각해서는 안 될 것이다. 이 바이러스에는 우리사회의 핏줄이라고 할 수 있는 거리를 마르게 하는 공포가 담겨 있고, 그 공포는 사회의 가난을 초래한다. 비유하자면 코로나19가 암이고, 방역은 항암치료다. 암을 막는 데에만 급급해 몸을 생각하지 못하는 우를 범하지 말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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