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에 아동·청소년 도서 판매 증가... “사지만 말고 제대로 읽혀야”
코로나19에 아동·청소년 도서 판매 증가... “사지만 말고 제대로 읽혀야”
  • 서믿음 기자
  • 승인 2020.03.23 15: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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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신문 서믿음 기자] 코로나19 사태로 경제가 ‘휘청’을 넘어 ‘출렁’이고 있다. 심각한 경기 침체 속에 ‘방역업체’만 호황인 가운데 이례적으로 도서 판매가 증가하는 이변(?)이 벌어지고 있다. 특히 어린이·청소년 문학 도서의 판매 증가는 개학이 한 달여 간 연기되고 외출하지 못하는 ‘집콕’ 생활이 이어진 데 따른 결과로 보이는데, 책 판매가 늘어난 만큼 제대로 된 독서 교육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나온다.

온라인 서점 ‘예스24’에 따르면 교육부의 첫 개학 연기 발표가 나왔던 지난달 23일부터 지난 15일까지(약 3주) 어린이·청소년 문학 도서 판매량이 눈에 띄게 늘었다. 해당 기간에 판매된 어린이 문학 도서 권수는 약 15만8,340권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64% 증가했다. 청소년 문학 도서는 약 5만680권이 팔려 96.4% 늘어났다.

사실 최근 수년간 신학기(2~3월) 아동·청소년 문학 도서 판매량은 꾸준히 증가했다. 2018년부터 ‘한 학기 한권 읽기’ 수업이 시행되면서 문학책 읽기가 중요한 교육 화두로 떠올랐기 때문. 어린이 문학 도서 판매량은 2018년(2월 23일~3월 15일) 7만2,710권에서 이듬해 9만6,570권으로 상승했다가 올해 15만8,340권으로 대폭 늘어났고, 청소년 문학 역시 2018년 2만2,070권에서 이듬해 2만5,800권, 올해 5만680권으로 크게 증가했다. 지난해 증감률이 어린이와 청소년 도서 각각 32.8%, 16.9%였던 반면 올해는 64%, 96.4%로 집계됐다.

많이 팔린 도서로는 『위저드 베이커리』 『기억 전달자』 『어쩌다 중학생 같은 걸 하고 있을까』 『우아한 거짓말』 『아몬드』 등 ‘한 학기 한권 읽기’(청소년 문학) 도서를 포함해 『시간을 파는 상점』 『페인트』 등의 도서가 많이 팔렸다. 어린이 문학 부문에서도 ‘한 학기 한권 읽기’ 도서인 『아홉 살 마음 사전』 『117층 나무 집』 『만복이네 떡집』 『푸른 사자 와니니』를 포함해 『추리 천재 엉덩이 탐정』 『이상한 과자 가제 전천당』 등이 많이 팔렸다.

문학 도서 외에 집 안에서 즐길 수 있는 놀이 도서 판매도 크게 늘었다. 아이들의 자유로운 생각 표현을 돕는 『세상에서 제일 쉬운 그림 그리기』(1위), 가정에서 할 수 있는 과학 실험 안내서 『진짜 진짜 쉬운 그림 그리기』(2위), 『창의폭발 엄마표 실험왕 과학놀이』(3위) 등의 판매가 늘었는데. 이들 도서의 3주간 판매량은 총 4,540권(전년 대비 증감률 75.3%)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판매량 2,590권(2018년 대비 28.2% 증가)보다 높은 수치를 기록했다.

이런 현상은 코로나19에 따른 ‘사회적 거리 두기’와 ‘개학 연기’가 주요한 원인으로 지목된다. 개학이 연기된 상황에서 감염을 우려해 외출을 삼가고 집에 있는 시간이 늘어나면서 책을 읽을 수밖에 없는 환경이 조성됐기 때문. 그간 독서를 하고 싶지만, 의지가 약한 사람들 사이에서 ‘책 감옥’(책을 다 읽어야 나올 수 있는 방) 등이 주목을 받았는데, 자발적 선택이든, 부모에 의한 강압이든 ‘자가격리’가 ‘책 감옥’으로 변모한 모습이다. 박형욱 예스24 청소년 MD는 “코로나19 영향으로 자녀들의 교육과 놀이에 대한 부모들의 고민이 장기화되면서 나타나는 이례적인 현상”이라며 “초중고등학교 개학이 4월 6일로 연기됨에 따라 이런 증가세는 더욱 거세질 것으로 전망된다”고 말했다.

도서 판매가 증가하는 ‘이례적’ 현상이 반갑기는 하지만 책을 구매하는 것과 실제 읽는 것은 별개의 문제다. 이에 일각에서는 “책을 강제적으로 읽힐 것이 아니라 이참에 책에 흥미를 느끼는 계기를 마련해 줘야 한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처음 흥미 유발이 어렵지, 일단 독서에 재미를 느끼면 알아서 읽게 되니 막연히 책만 사줄 것이 아니라 올바른 독서 습관을 유도해야 한다는 것.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책에 흥미를 갖게할 수 있을까? 독서전문가 최승필은 책 『공부머리 학습법』에서 “독서 습관이 잡히지 않은 초등 고학년에게 적합한 방법은 장편 동화를 일주일에 한권씩, 연간 52권 정도 제대로 읽히는 것이다. 이때 주의해야 할 점은 독서 속도가 소리 내서 읽는 속도보다 빠르면 안 된다”며 “학습만화 같은 그림 기반의 책은 효과가 없다. 지식 도서도 선택 사항이 될 수 있지만 읽기 훈련이 돼 있지 않으면 지식 도서는 읽어도 이해하지 못할 가능성이 크다. 아이가 스스로 지식 도서에 푹 빠지지 않는 한 장편 동화를 읽는 것이 가장 효과적”이라고 충고한다. 여기서 ‘제대로’란 목차를 보면서 줄거리를 술술 말할 수 있을 정도를 뜻한다. 코로나19는 언젠가 종식될 것이지만, 그로 인해 얻은 독서 습관은 평생을 간다. 경제는 휘청이고, 방역용품 구매지출은 늘고, 사람도 못 만나는, 좋을 것 하나 없는 코로나19. 다만 이번 기회를 이용해 아이에게 올바른 독서 습관을 가르친다면 평생 남는 장사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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