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대폼장] 6,000억 운용하는 글로벌 펀드매니저 이야기 『염재현의 해외투자 이야기』
[지대폼장] 6,000억 운용하는 글로벌 펀드매니저 이야기 『염재현의 해외투자 이야기』
  • 전진호 기자
  • 승인 2020.03.18 10:0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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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신문 전진호 기자] 첫 직장생활은 은행에서 시작됐다. 극심한 취업난을 힘겹게 뚫었기에 은행은 내게 남다른 의미가 있었다. 게다가 아버지도 은행원이었기에 자부심도 있었고, 행원으로 보기 드물게 6개월 해외연수에도 선발됐다. 직장생활은 대체로 순조로웠다. 그러다 은행생활 6년차로 접어들었을 때, 내 가슴속에는 허전함이 찾아왔다. 단순한 매너리즘만은 아니었다. 마음속 허전함이 자리 잡아 갈 무렵, 새로 개설된 지점에 발령을 받았다. 공교롭게도 모교인 단대부고 바로 옆이었다. 친근한 지역이라 마음도 편했고, 옛날 생각도 떠올라 감회가 새로웠다. 발령을 받고 한 달쯤 지났을까. 점심시간에 내 발걸음은 모교로 향하고 있었다. 학교 벤치에 앉자 봄바람에 아이들의 웃음소리가 들려왔다. 풍경은 변한 것이 없는데 어느덧 나는 학생에서 직장인이 돼있었다. 그런데 아직도 꿈을 찾지 못해 방황하고 있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난 어떤 사람이 되고 싶었지?’

잘 기억나지 않았다. 고등학교 시절에는 대학을 가야 한다는 의무감에 공부를 했고, 군대를 다녀온 후에는 취직을 하기 위해 죽기살기로 노력했던 나였다. 지나온 날들이 머릿속에서 지나갔다. 어쩌면 정해진 길을 걸어오고 있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느덧 30대 초반의 나는, 변함없이 그대로인 모교를 바라보다 스스로에게 물었다. 

‘재현아, 도대체 넌 무엇에 가슴이 설레니?’

(중략)

그것은 다름 아닌 펀드매니저였다. 펀드매니저라는 직업은 내겐 선망의 대상이었다. 기업을 분석하고 투자하는 진검을 겨루는 투자의 세계, 그곳에서 주체적으로 참여하는 그 업의 본질에 마음이 끌렸다. (중략)

그날부터 나는 펀드매니저가 되기 위한 준비를 했고, 삼십 대의 다소 늦은 나이에 펀드 매니저 채용에 합격했다. 그러나 합격의 기쁨도 잠시, 곧 초조함이 밀려왔다. 새로운 시작에 대한 두려움 때문이었다. 펀드매니저라는 타이틀은 좋았지만, 이직 당시 연봉이나 처우, 직업 안정성은 은행이 훨씬 좋았다. 연봉도 깎이는 조건이었고 펀드매니저의 특성상 성과가 좋지 않으면 해고의 위험도 있었다. (중략)

예상했던 대로 펀드매니저로서의 생활은 쉽지 않았다. 우여곡절을 겪으며 밤잠을 설치고 업무를 익혔다. 말 못 할 좌절들도 겪었다. 하지만 그렇게 배운 주식투자는 이제 설레임으로 가득하다. 일을 하면서 설레는 마음을 가질 수 있다니. 그 자체로 큰 축복이라는 생각이 든다. (중략)

내가 투자한 종목들의 가격이 상승해 성과로 나타날 때이다. 그 두근거림을 생각하며 나는 오늘도 상승과 하락을 반복하는 주식시장과 함께 호흡한다. 쉴새 없이 변하는 살아있는 주식 시장을 파악하기 위해 세계를 돌아다니며 세상 돌아가는 모습을 살핀다. 그리고 일이 힘들 때마다 첫 해외여행의 설렘과 주식 운용이 가져다준 뿌듯했던 순간들을 떠올려 본다. 

책을 집필하며 어떤 것을 담아낼지 고민했다. 흔한 투자법이나 요령을 적어놓은 책이 아닌 독자들의 가슴에 오래 남을 책을 쓰고 싶었다. 그래서 해외 기업 담당자들과 나눴던 진솔한 이야기와 현장의 소리를 들려주기로 했다. 그리고 글로벌 펀드매니저로서 경험뿐만 아니라 문화적인 이야기도 함께 실었다. 힘이 들 때 선후배들에게 받았던 격려와 위로가 큰 힘이 됐던 것처럼, 이 책이 글로벌 투자와 펀드매니저라는 업무에 대해 관심이 있는 독자들에게 버팀목이 됐으면 한다. 우리도 이제 세계적인 투자자들과 겨룰 수 있다는 믿음을 통해 실력을 키울 수 있도록 말이다. <6~10쪽>

『염재현의 해외투자 이야기』
염재현 지음│행복우물 펴냄│380쪽│16,000원

* 지대폼장은 지적 대화를 위한 폼나는 문장이라는 뜻으로 책 내용 중 재미있거나 유익한 문장을 골라 소개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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