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산수음료(주) 김지훈 대표 “친환경 플라스틱 생수병 개발, 책에서 확신 얻어”
[인터뷰] 산수음료(주) 김지훈 대표 “친환경 플라스틱 생수병 개발, 책에서 확신 얻어”
  • 서믿음 기자
  • 승인 2020.03.17 15:58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독서신문 서믿음 기자] 36년의 역사를 지닌 산수음료(주)는 국내에서 여섯 손가락 안에 드는 먹는샘물 업체다. 남양주시 내 축령산(879m)과 오독산(654m) 협곡 사이, 울창한 원시림 지대인 물골안(물이 맑고 공기가 좋다는 데서 유래한 지명)에 자리한 취수원에서 자연 그대로의 ‘먹는샘물’을 병에 담아 ‘산수’(브랜드명)란 이름으로 시중에 판매하고 있다. 깔끔하고 부드러운 단맛이 느껴지는 ‘연수’로 체내 흡수가 빠른 것이 특징이다.

맛뿐 아니라 결벽에 가까운 위생관리도 산수의 특징 중 하나다. 법이 강제하는 위생관리 수칙을 넘어서는 ‘엄격함’을 적용, 환경부가 강제하는 연 2회 의무 검사 외에 매달 자체적으로 공인인증기관에 의뢰해 강도 높은 수질검사를 진행한다. 그런 노력이 인정되면서 과거 88서울올림픽, 유럽 아시아 정상회의(ASEM) 등 국가 주요 행사의 샘물 공급 업체로 선정된 바 있으며, 미국 식품의약처(FDA) 위생 검사를 통과해 현재 우리나라와 일본에 주둔하는 미군 부대에 샘물을 공급하고 있다.

오염원 접촉을 최소화하기 위해 페트병 생산까지 직접 진행하는데, 최근에는 국내 최초로 저탄소 바이오 페트병(사탕수수 등 친환경 원료 사용) 제작에 성공해 친환경 페트의 새로운 지평을 열며 주목받고 있다. 수백 편의 관련 논문과 책을 다독하며 창업주인 선친에 이어 2대째 친환경 페트 개발에 힘쓰고 있는 김지훈 산수음료 대표를 양재동 사옥에서 만났다.

[사진=오재우 기자]
김지훈 산수음료(주) 대표. [사진=오재우 기자]

- 88서울올림픽 공식 생수로 선정됐던 ‘산수’ 생수 브랜드는 36년 전통을 갖고 있다. 이쯤 되면 국내 최장수 생수 반열에 오른 듯한데, 간략히 소개 부탁드린다.

대표 샘물 브랜드인 ‘산수’를 비롯해, 주문자상표부착생산(OEM) 방식으로 쿠팡 ‘탐사수’, 현대카드 ‘아워워터’, KTX 일등석용 생수 제품을 공급하고 있다. 그간 친환경 경영에 남다른 노력을 기울여 왔는데, 그 결과 2010년 중소기업 최초로 생수 페트병 무게를 20% 감량(500mL 페트병 18g→14.5g 감량)하는 데 성공해 플라스틱 사용률을 줄이는 성과를 이뤄냈다. 이는 선친이 강조하셨던 기업의 사회적 책임과 친환경 경영의 결과물로, 지금도 선친의 경영 철학을 이어받아 친환경적인 사업을 계획·추진하고 있다.

- 지난해 말 아버지에 이어 산수음료 대표직에 올랐다. 경영에 참여하게 된 동기가 궁금하다.

본래 사업에 관심이 많긴 했지만, 산수음료의 경영에 참여한 건 정말이지 갑작스러운 일이었다. 대학에서 생물학과 생명공학을 전공했고, 졸업 후 SK텔레콤에서 헬스케어 IT 분야의 글로벌 사업팀 TFT 리더로 일했다. 이후 전문 경영인의 역량을 갖추기 위해 미국 시카고 대학에서 MBA 과정을 막 시작했을 때 아버지가 췌장암 말기 판정을 받으셨다. 유학을 포기하고 서둘러 귀국해 어머니와 밤낮으로 보살폈으나, 폐암과 허리 디스크로 이미 허약해진 탓인지 아버지는 7개월 만에 향년 64세로 영면하셨다. 그렇게 주변 정리할 겨를도 없이 산수음료 대표를 맡게 됐다.

- 선친께서 친환경에 유독 관심이 많으셨다던데.

친환경 책임경영에 대한 의지가 확고하셨다. (친환경적이지 않은) 일회용 페트병 생수 제품보다는 재사용이 가능한 대용량 생수 제품 생산을 고집하셨다. 이후 시장의 요구에 따라 기업 생존을 위해 부득이하게 일회용 페트병 제품의 판매를 시작했지만, 플라스틱 사용량을 최소화하기 위해 막대한 연구개발비를 들여 중소기업 최초로 페트병 경량화를 추진해 성공을 거뒀다. 또 불량 페트병을 재활용하는 방안을 모색하기도 하셨다.

- 그런 기조를 이어받아 친환경 경영 체제를 모색하게 된 것인지? 최근에는 국내 최초로 저탄소 플라스틱 생수병(Bio-PET) 제품을 와디즈에 출시한 것으로 안다.

친환경 체제를 모색하게 된 것에는 아버지의 영향이 컸다. 아버지는 작고하시기 전까지 페트병 무게 감량을 위해 힘쓰셨다. 그 뜻을 이어받아 대표에 오른 후 페트병 무게를 줄이려고 두께를 얇게 만들거나, 내부에 질소를 채우는 등 다양한 방법을 시도했으나, 만족스런 결과를 얻지 못했다. 그러던 중 발상의 전환이 필요하다는 생각을 하게 됐고, 그렇게 1년여 간친환경 플라스틱 원료 개발에 착수해 국내 최초로 바이오 페트(Bio PET)를 개발해 와디즈 리워드 펀딩에 선보이게 됐다.

- 와디즈 펀딩 참여율이 무려 512%였다.

기대하지 못한 성과였다. 바이오 페트 시장에 대한 산업계의 기대감이 크긴 하지만, 생수 회사의 페트병 개발/판매는 첫 시도였기 때문이다. 이번에 국내 최초로 와디즈에서 선보인 바이오 페트는 지난 1년여간 연구한 첫 결과물이다. 사탕수수에서 추출한 원료를 사용해 탄소 배출량이 기존 대비 20% 적은 것이 특징이다. 이번 성공을 발판삼아 오는 3월에 생분해성 플라스틱 제품을 다시 한번 와디즈에 선보일 예정이다. 모든 부자재(병, 뚜껑, 라벨)가 일정 조건에서 180일 이내 생분해돼 퇴비화가 가능한 제품이다.

[사진=오재우 기자]
[사진=오재우 기자]

- 책 읽는 CEO로 알려져 있다. 이번 친환경 페트 개발과 관련해서도 책 구매에 상당한 비용을 투자했다던데.

친환경 제품 개발과 관련해 다양한 논문, 문헌, 그리고 전공 서적을 많이 읽었다. 플라스틱에 대해서는 문외한이었기 때문에 소재 공학을 전공하는 대학생들이 읽는 교과서까지 구매해 독학했다. 그리고 진정성 있는 친환경적인 제품을 만들고, 지속 가능한 경영을 위해서 다양한 인문학 서적도 접했다. 가장 최근에 읽은 책은 『사피엔스』나 『호모데우스』의 저자로 잘 알려진 유발 하라리의 ‘인류 3부작’ 완결편인 『21세기를 위한 21가지 제안』이다. 유발 하라리 역시 21세기 기후변화에 따른 재앙이 인류에게 미치는 영향에 대해 경고하는데, 이런 책을 읽을 때마다 더욱더 친환경 제품을 개발하고, 이를 통해 사람들이 가치 있는 소비 생활을 영위하면서 기후변화에 대응할 방안을 마련하는 것이 올바른 길이라는 확신이 든다.

- 책이 이론을 익히는 데 도움이 되지만, 실제 적용에는 괴리가 있기 마련이다. 개인적으로 책이 도움이 됐는지. 특히 큰 도움이 된 책이 있다면.

사실 가장 큰 도움이 됐던 책은 글로벌 베스트셀러였던 『총,균,쇠』와 『어제까지의 세계』의 저자 재레드 다이아몬드의 신작이었던 『대변동: 위기, 선택, 변화』라는 책이다. 책은 인류가 직면한 환경 자원의 부족, 기후변화, 핵전쟁, 인구변동 문제 등 다양한 이슈를 다루는데, 이를 통해 ‘아직 시장 내 친환경 트랜드가 부족하다’는 이윤 추구적 사고방식이 내가 처한 시장에서 내릴 수 있는 ‘어쩔 수 없는’ 결정이 아니라는 점을 깨달았다. 즉 내가 경영자로 내린 결정이 환경 문제에 영향을 끼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를 바탕으로 (친환경 경영) 방향성에 확신이 생겨 주변의 만류에도 친환경 플라스틱 생수 용기 개발에 매진했던 것 같다.

- 친환경 플라스틱이 좋은 건 알지만, 조금 막연하게 느껴지기도 한다. 정확히 뭐가 어떻게 좋은 건가?

생분해 플라스틱은 소재 자체가 인체에 무해하고, 생체 흡수성이 뛰어나 수술에 사용되는 녹는 실, 인체삽입용 나사 등에 사용된다. 최근에는 식품 포장재나 용기에 많이 사용되고 있다. 전 세계적으로 미세 플라스틱 문제가 심각한데, 생분해성 소재(퇴비화 가능)를 사용하면 미세 플라스틱 문제 해결에 기여할 수 있고, 바이오 페트(저탄소)를 사용하면 지구온난화를 더디게 할 수 있다.

- 여타 대형 음료업체들은 친환경 플라스틱 페트를 개발하기보다는, 용기를 구매해 음료 제품을 판매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 이런 상황을 보았을 때 친환경 플라스틱 개발이 쉬운 일은 아닌듯하다. 개발 과정에서도 여러 우여곡절이 많았을 것 같은데.

맞다. 음료 제조기업이 전용 용기를 개발한다는 것은 경영과 재무 관점에서 효율적인 선택이 아니다. 먼저 소재 자체가 일반적이지 않고 구매 원가가 높아 연구개발비 지출이 컸다. 또 상용화된 제품이 아니기에 배합 비율을 달리해 여러 기술을 적용하면서 테스트하기가 쉽지 않았다. 한번은 제작하는 과정에서 협력업체의 금형 설비에 플라스틱이 녹아 붙어 기계를 완전분해하는 아찔한 상황도 있었다. 그야말로 좌충우돌이었다. 하지만 우여곡절만 있었던 것은 아니다. 사업 계획과 요청을 담은 이메일을 글로벌 기업인 토탈 코르비온사(Total Corbion PLA / 세계 2위 PLA 생산, 공급 기업)에 보냈는데, 비즈니스 제안이 담긴 이메일을 회신 받은 경우도 있었다. 토탈 코르비온사와는 지금까지도 우호적 비즈니스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사진=오재우 기자]
[사진=오재우 기자]

- 그럼에도 친환경 플라스틱을 개발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사실 친환경 재생 관련 사업은 수익성이 좋은 사업이 아니다. 시장 형성 단계인지라 막대한 투자가 동반돼야 한다. 다만 이것은 경영 관점일 뿐 환경을 생각하는 개인적 관점으로 볼 때 답은 명확하다. “인간의 삶 그리고 삶을 위해 활동할 수 있는 터전 없이 인간은 존재할 수 없다”고 생각한다. 이제는 개인뿐만 아니라 기업 역시 자발적인 환경 보호와 우리의 지속 가능한 미래를 위해 즉각적인 결정과 행동 실천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 앞으로의 계획이 궁금하다.

와디즈에서 선보인 바이오 플라스틱 생수병을 먹는샘물 ’산수‘ 브랜드에 적용하는 것을 시작으로, 기존 유통·판매된 일반 페트병을 회수, 재가공해 고순도 재생페트(PET)를 생산하는 사업을 준비 중이다. 이미 일본과 유럽 현지에 방문해 순도 높은 고품질 재생 플라스틱 생산 과정을 점검하고 타당성 검토를 마친 상황이다. 본격적으로 사업을 시작하기 전에 두 달간 시범 회수 프로젝트를 성공적으로 운영했고, 오는 4월부터 본격적인 회수사업을 시작할 계획이다. 소비자들로부터 회수된 기존 페트병은 의류나 신발용 섬유로 재생할 계획이며, 바이오 플라스틱(저탄소 플라스틱과 생분해 플라스틱) 소재가 적용된 제품 역시 자체 구축한 회수망을 통해 수거한 후 재활용할 계획이다.

더불어 친환경 책임경영에 뜻을 같이하는 다섯 개 중소기업과 함께 그린 플라스틱(Green Plastic) 연합을 구성해 공동연구개발 및 기술교류를 통해 재활용 플라스틱을 다방면에 적용할 수 있는 클로징 더 루프(Closing the loop/자원 이용의 선순환 고리) 프로젝트도 함께 진행할 예정이다. 재생원료를 기반으로 생분해가 가능한 농업용 제초필름을 만들어 일반 석유화학 기반의 필름과 동일한 가격으로 농장에 보급할 계획이다. 사용이 완료된 농업용 제초필름은 다시 선별 회수해 바이오 연료 생성을 위한 원재료로 재활용할 예정이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비회원 글쓰기 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