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인 복지 제자리걸음… 예술 활동에 대한 ‘공공성 인정’ 필요
예술인 복지 제자리걸음… 예술 활동에 대한 ‘공공성 인정’ 필요
  • 송석주 기자
  • 승인 2020.03.16 08:3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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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한국콘텐츠진흥원]

[독서신문 송석주 기자] 예술산업의 규모는 갈수록 커지는데 예술인들이 설자리는 점점 줄어들고 있다. 한국콘텐츠진흥원(이하 진흥원)에 따르면 국내 대중문화예술산업의 규모는 전체적으로 증가했지만, 예술인들의 월 평균 소득은 약 180만원으로 4년 연속 줄어들었다.

진흥원은 지난 11일 대중문화예술산업 관련 사업체의 실태와 종사자의 활동 현황, 노동 환경 등을 조사한 ‘2019년 대중문화예술산업 실태조사’(2018년 기준, 격년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조사 결과에 따르면 우리나라 대중문화예술산업 전체 규모는 6조4,210억원으로 지난 2016년 5조3,691억원 대비 19.5% 성장했다.

산업 규모가 지속적으로 성장한 배경에는 세계 시장에서 한국 드라마와 영화, 예능 프로그램이 꾸준한 인기를 얻었고, 방탄소년단 등 케이팝 아이돌 그룹의 성공적 해외 활동 및 글로벌 팬덤 형성이 매출 상승에 영향을 준 것으로 추정된다.

이처럼 예술산업 규모는 해마다 성장세를 보이고 있지만, 예술인들의 월 평균 소득은 2014년 185.3만원, 2016년 183.2만원, 2018년 180.2만원으로 4년 연속 줄었다. 심지어 이 수치는 예술인들이 본업 외에 아르바이트 등 다른 소득 활동을 겸하고 있는 경우다. 겸업을 하지 않고 순수하게 예술 활동으로만 벌어들인 수익은 월 평균 128.2만원에 불과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는 산업 구조 자체가 예술인의 역량이 아닌 대형 매니지먼트의 역량에 좌우되는 현실과 관련이 있다. 즉 산업이 성장하는 핵심적인 요인은 사람에게 있는데, 그 성장으로 인한 결과물이 공정하게 배분되지 않는 경우가 많다.

김영준 한국콘텐츠진흥원장은 “대중문화예술산업이 성장함에 따라 공정한 산업환경 조성을 위한 사회적 요청이 계속돼 왔고, 그에 대한 개선 노력이 표준계약서 사용 증가 등 긍정적인 성과로 연결되고 있으나 아동·청소년, 연습생 등 상대적 약자에 대한 권리 보호, 불공정 계약 등에서 개선이 필요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말했다.

그는 “이번 실태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상대적 약자의 처우 개선을 위한 제도적 보완 대책 수립 및 공정한 계약문화 확산 등 건강하고 투명한 산업구조 마련을 위해 노력해 나갈 예정이다”라고 밝혔다.

프랑스의 경우 예술인 실업보험제도인 ‘엥떼르미땅’(Intermittent)을 통해 예술인들이 창작 활동을 안정적으로 지속할 수 있도록 돕고 있다. 네덜란드와 독일은 각각 예술인들을 위한 ‘최저생활보장제도’와 ‘사회보험제도’를 시행함으로써 예술인들의 기본 생활을 보장하고 있다.

정다정 박사는 논문 「입법을 통한 예술인 복지 정책의 개선방향 연구」에서 “(우리나라의) ‘예술인 복지법’은 예술인을 대상으로 사회보장 급여 지급에 있어 특례를 주는 특별법적 성격이 강하다. 때문에 입법의 타당성을 확보할 수 있도록 근거 조항을 마련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또한 “현재 예술인 복지법 제3조 예술인의 지위와 권리 부분에 ‘모든 예술인은 자유롭게 예술 활동에 종사할 수 있는 권리가 있으며, 예술활동의 성과를 통하여 정당한 정신적, 물질적 혜택을 누릴 권리가 있다’와 같이 예술인에 대한 사회보장제도의 정당성을 확보하는 내용을 추가하는 것이 필요하다”며 “이로써 직군의 특수성을 강조하기보다는 예술 활동의 공공성 (Public Purposes of the Arts)을 사회적으로 인정받는 절차를 선행적으로 충족할 수 있어야 한다” 말했다.

책 『예술인 복지에서 삶의 향유로』의 저자 이범헌은 “제대로 된 문화예술 향유를 제공하기 위해서는 먼저 창작자에게 양질의 수확물을 심고 가꿀 수 있는 창작의 환경을 조성해줘야 한다. 그렇기 때문에 문화예술정책에는 정부의 선투자가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이어 “창작환경을 조성하기 위해서 가장 선결돼야 할 일이 생업인 예술가들의 예술노동 가치를 인정해주고 직업인으로써 최소한의 권리를 보장해주는 것”이라고 말한다.

한 나라의 문화 수준은 국민의 삶의 질과도 긴밀히 연결돼 있다. 그 모든 것이 선순환하려면 무엇보다 문화예술을 창작하는 ‘예술인의 복지’가 선행돼야 한다. 봉준호 감독의 <기생충>의 성공과 방탄소년단의 활약이 일회성 이벤트에 그치지 않게 하기 위해서라도 예술인들을 위한 복지는 꼭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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