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 가보고 싶은 곳] 봄은 왔는데... ‘꽃 구경’을 어이할꼬
[주말 가보고 싶은 곳] 봄은 왔는데... ‘꽃 구경’을 어이할꼬
  • 서믿음 기자
  • 승인 2020.03.14 08:0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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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신문 서믿음 기자] 식물에도, 마음에도, 생명 있는 모든 것에 싹이 움트는 봄이 왔건만, 봄이 봄 같지 않다. 그야말로 ‘춘래불사춘’(春來不似春)이다. 예년 같았으면 전국 각지 매화, 산수유, 진달래, 벚꽃 명소마다 상춘객이 그득했겠지만, 올해는 대다수 축제가 취소/연기된 상황. 저마다 착용한 새하얀 마스크가 이룬 꽃 무리가 갈 곳을 잃고 헤매고 있다. 그 속을 아는지 모르는지 기어이 봄은 왔고, 새초롬하게 꽃이 피었는데 “꽃구경 가자”는 말을 가로막는 상황이 계속되고 있다.

지난 6일 오후 전남 광양시 다압면 매화마을을 찾은 관광객들이 마스크를 착용한채 마을을 둘러보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지난 6일 오후 전남 광양시 다압면 매화마을을 찾은 관광객들이 마스크를 착용한채 마을을 둘러보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봄꽃, 그중에서도 매화, 진달래, 산수유, 벚꽃 등은 매년 상춘객의 눈을 사로잡는다. 국내 대표적인 매화 축제 도시는 광양, 양산 등을 꼽을 수 있는데, 아쉽게도 올해 행사는 모두 취소된 상황이다. 매년 150만명이 찾는 광양매화축제는 애초 지난 6일부터 열릴 예정이었으나 취소됐고, 지난 7일 개최예정이던 양산매화축제 역시 취소됐다. 다만 두 곳 모두 춘심(春心) 가득한 상춘객의 발길이 이어지고 있어 감염을 우려하는 지방자치단체로서는 난감한 상황에 봉착했다. 광양시는 “지금 시기엔 무엇보다 건강을 챙기는 게 중요하다. 가급적이면 광양 매화마을에 오지 말아달라”고 당부했다. 상대적으로 확진자 수가 적은(4명) 제주 지역의 휴애리매화축제는 2월 7일부터 지난 2일까지 관람객을 맞았다.

진해군항제-로망스다리. [사진=한국관광공사]
진해군항제-로망스다리. [사진=한국관광공사]

지난해 400만명이 찾은 대표적인 벚꽃 축제인 진해 군항제도 최근 개최를 취소(오는 27일 개최예정이었음)하기로 했다. 36만여 그루의 벚나무가 장관을 이뤘던 군항제는 연인들이 잊지 못할 추억을 남기는 ‘인생샷’ 장소로 유명한데, 축제 취소에도 불구하고 올해 벚꽃 개화 시기인 20일 전후로 상춘객이 몰릴 것으로 예상돼 창원시는 그야말로 비상이다. 창원시는 방역, 교통, 노점상 단속 등 축제 상황에 준하는 대비태세를 갖출 예정이다. 벚꽃 명소인 여좌천과 경화역을 포함한 진해구 거리에서는 아침과 저녁 한 차례씩 방역을 진행하기로 했다.

지난해 4월 여의도 윤중로에 핀 벚꽃. [사진=연합뉴스]
지난해 4월 여의도 윤중로에 핀 벚꽃. [사진=연합뉴스]

지난해 520만명이 다녀간 여의도 벚꽃 축제도 올해는 손님을 받지 않는다. 당초 4월 초 열리기로 했으나 주최측은 지난 10일 취소계획을 밝혔는데, 이는 축제 개최 16년 만에 처음 있는 일이다. 코로나19 확진자가 증가함에 따라 ‘고심 끝’에 내린 결정인데, 비록 축제는 취소됐지만, 벚꽃의 아름다움에 매료된 발걸음이 이어질 것으로 예상돼 감염 확산이 우려되는 상황이다.

이 외에도 봄을 맞아 매년 상춘객을 맞았던 수많은 꽃 축제가 취소됐다. ▲강릉경포벚꽃잔치2020 ▲동강할미꽃축제2020 ▲고양국제꽃박람회2020(9월로 연기) ▲군포철쭉축제2020 ▲이천백사산수유꽃축제2020 ▲봉숫골꽃나들이축제2020 ▲창녕낙동강유채축제2020 ▲화개장터벚꽃축제 ▲경주벚꽃축제2020 ▲강서낙동강30리벚꽃축제2020 ▲구례산수유꽃축제2020 ▲영취산진달래축제2020 ▲해남땅끝매화축제2020 ▲정읍벚꽃축제2020 ▲제주유채꽃축제2020 ▲제주왕벚꽃축제2020 ▲서천동백꽃주꾸미축제2020이 내년을 기약했다.

코로나19 사태로 ‘사회적 거리두기’가 장기화되면서 피로감을 호소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대체로 봄꽃축제 취소를 어쩔 수 없는 상황으로 받아들이는 분위기지만 그럼에도 봄꽃이 흐드러지게 핀 곳에는 사람이 몰리고 있다. 지난 8일 양산시 원동면 매화마을 인근에서는 양산 원동역에서 삼정지마을까지 2차선 도로 1.7km 구간 양방향에 통행이 어려울 정도로 차량이 몰렸고, 인근 공터 등에는 꽃구경 나온 수백 대의 차량이 주차됐다. 자연 속에 파묻히면 감염 위험으로부터 상대적으로 안전하다는 생각이 작용한 듯 보이는데, 이런 모습은 북한산 방문객 증가에서도 나타난다. 지난 2월 한 달간 북한산국립공원 방문객 수는 40만1,593명으로 지난해(35만4,925명) 같은 기간보다 크게 늘었다. 3월 첫 주말(1일/일요일) 북한산국립공원을 찾은 인원(차량)은 1만8,820명(782대)으로 지난해 3월 3일(일요일) 1만4,504명(424대)보다 높은 수치를 기록했다.

조 비테일은 책 『호오포노포노의 비밀』에서 “세상에는 여러 가지 바이러스가 존재하고 우리들은 그 바이러스에 감염됩니다. 만일 누군가가 그 바이러스를 가지고 있고 당신이 그걸 눈치챘다면, 당신 역시 그 바이러스를 가지고 있는 것입니다. 중요한 것은 백 퍼센트 책임을 지는 것입니다. 여러분 스스로를 정화하면 다른 사람의 프로그램도 정화됩니다”라고 말했다.

바이러스는 사람을 살리기도 하고 죽이기도 한다. 코로나19는 따스한 기온에 맥을 못 춘다고 하던데, 봄꽃 바이러스는 코로나19를 몰아내는 백신이 될 수 있을까? 그 결과를 예단하기 어려우나 아직은 춘래불사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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