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스터트롯’ 인기에 담긴 네 가지 트렌드
‘미스터트롯’ 인기에 담긴 네 가지 트렌드
  • 김승일 기자
  • 승인 2020.03.11 17:5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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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연합뉴스]

[독서신문 김승일 기자] TV조선의 트로트 서바이벌 프로그램 ‘내일은 미스터트롯’(이하 미스터트롯)이 어느새 결승전을 앞두고 있다. 종편에서 시청률 30%를 넘기는 전무후무한 기록을 세운 이 예능의 인기 비결은 대체로 요즘 대한민국을 지배하는 ‘트렌드’로 설명할 수 있다. 김난도 교수의 『트렌드 코리아』 시리즈를 통해 이 예능을 분석해봤다.  

미스터트롯의 첫 번째 인기 비결은 이 예능이 주요 소재로 택한 트로트가 지난해 가장 영향력 있었던 트렌드 ‘뉴트로’(new-tro)에 부합한 것이다. 뉴트로란 새로움(new)과 옛날(retro)의 합성어로, 기성세대에게는 추억을 불러일으키며 신세대에게는 신선함으로 다가오는 과거의 무언가다. 과거에는 흔했으나 이제는 좀처럼 듣기 힘든 트로트는 기성세대에게는 노스텔지어(nostalgia: 향수, 과거에 대한 동경, 회고의 정)를, 트로트 곡이 생소한 10·20세대에게는 신선함을 선사했다. 비유하자면 이 프로그램에는 아이들이 좋아하는 치킨과 피자, 그리고 어른들이 좋아하는 떡과 잡채가 전부 있었다. 잘 차린 잔칫상에 남녀노소 모두가 둘러앉은 것이다.  

트로트라는 넓지만 오래된 그릇에 다양한 참가자와 이들이 만들어내는 신선한 쇼들을 담아낸 것도 유효했다. 미스터트롯은 과거(retro)와 현재(new)의 다채로운 융합을 만들어내며 더 많은 시청자들을 소문난 잔칫상 앞으로 불러 모았다. 이는 지난해 방영한 ‘내일은 미스트롯’(참가자 연령대 범위가 좁고 별다른 퍼포먼스를 선보이지 않았던)과 비교해 미스터트롯의 시청률이 두 배 가까이 높은 이유이기도 하다. 

구체적으로 미스터트롯은 초반에 대디부, 대학부, 신동부, 현역부, 직장인부, 유소년부, 아이돌부, 타장르부로 나눠 경연을 진행했는데, 참가자들의 나이는 일곱 살(유소년부 홍잠언)에서 마흔다섯 살(대디부 박경래)까지 그 범위가 넓었다. 이 참가자들은 트로트라는 장르 위에 개성 넘치는 퍼포먼스를 고명으로 얹어내 프로그램을 풍성하게 했다. 특히 직장인부와 타장르부의 활약이 두드러졌는데, 노래하면서 좀처럼 발이 땅에 붙어있지 않는 태권도 선수 나태주(직장부)와 비트박스를 하며 노래하는 미스터붐박스(타장르부)가 많은 관심을 받았다. 이들의 영향으로 다른 참가자들 역시 자연스럽게 트로트를 넘어 독특한 퍼포먼스를 준비했는데, 현역부 신인선이 펼쳐낸 신선한 퍼포먼스가 그중 가장 주목을 받았다.

미스터트롯의 두 번째 인기 비결은 시청자를 ‘팬슈머’(Fansumer: Fan과 Consumer의 합성어)로 만든 것이다. 팬슈머는 올해의 트렌드 중 하나인데, 사람들이 자신이 공을 들이고 참여한 대상에 더 애착을 갖는 이른바 ‘이케아 효과’나 “이것은 나에 의해 만들어졌다”는 자부심을 느끼는 ‘바이미 신드롬’과 그 의미가 상통한다. 

미스터트롯은 관객과 시청자를 적극적으로 프로그램으로 끌어들여 참여를 통한 효능감(특정한 상황에서 적절한 행동을 함으로써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믿는 신념 또는 기대감)을 느끼게 했다. 가령 이 프로그램은 대부분의 경연에 관객 투표를 반영했고 이를 순위를 결정짓는 요소로 사용했으며, 아이돌 육성 프로젝트 ‘프로듀스 101’과 마찬가지로 온라인을 통한 대국민응원투표를 진행해 천만 표 이상의 호응을 얻었다. 시청자를 팬슈머로 만들기 위한 제작진의 의지는 자막에서도 드러났는데 “내가 키운 가수” “내가 만든 순위” 같은 자막이 흔하게 등장했다.         

미스터트롯의 세 번째 인기 비결은 문화 소비의 보이지 않는 큰손으로 부상하는 중년층 오팔세대(OPAL: Old People with Active Live, 소비에 있어 적극적인 50·60세대)를 공략했다는 점이다. 중년층이 콘텐츠 소비의 라이징 스타로 급부상하고 있는 시기의 흐름을 타고 날아오른 셈인데, 최근 몇 년간 인기 콘텐츠들의 흐름을 살피면 중년층을 주요 시청자로 하는 미스터트롯의 인기는 어느 정도 예측 가능했다. 가령 2018년 994만 관객을 돌파한 영화 <보헤미안 랩소디>와 지난해 평균 시청률 18.1%를 기록한 ‘내일은 미스트롯’의 흥행을 이끈 주역으로 중년층이 꼽혀왔고, 최근 몇 년 사이 유튜브에서는 중년층을 타깃으로 하는 영상들이 수백만 조회수를 기록하는 것이 예사였다. ‘내일은 미스트롯’의 우승자 송가인은 중년들 사이에서 행복대통령이라고 불리며 큰 인기를 누렸으며, 과거 ‘내일은 미스트롯’의 출연진이 총출동하는 전국 투어 콘서트가 중년층의 적극적인 티켓 구매의 영향으로 인터파크 주간 콘서트 분야 예매 순위 1·2·4·5위(각각 서울·부산·수원·인천 공연)를 차지한 바 있다. 

미스터트롯의 마지막 인기 비결은 올해의 트렌드 키워드 ‘페어 플레이어’(Goodness and Fairness)로 설명할 수 있다. 이는 공평하고 올바른 것, 선한 것에 대한 열망이 담긴 트렌드인데, 미스터트롯은 공정과 선함을 모두 갖춰 이러한 트렌드에 부합한다. 가령 경연마다 소수의 심사위원들이 내리는 다소 주관적일 수 있는 평가를 관객의 객관적인 투표가 뒤집는 공정한 모습들을 보여줬다. 제작진은 자극적인 경쟁보다는 화합하는 모습을 중심으로 편집점을 잡았다. 또한 국내 최초 트로트판 라이브 에이드(에티오피아 난민의 기아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자금 마련을 목적으로 기획된 대규모 콘서트)를 실시해 콘텐츠가 행사할 수 있는 ‘선한 영향력’의 표본을 보여주기도 했다. 

미스터트롯, 왜 인기인지를 묻는다면 지나가 버린 천만 관객 영화 <극한직업>의 대사를 소환해 이렇게 답하겠다. 지금까지 이런 트렌디한 콘텐츠는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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