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투리, 세련된 서울말이 아니라 창피하세요?
사투리, 세련된 서울말이 아니라 창피하세요?
  • 서믿음 기자
  • 승인 2020.03.16 14:2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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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국립국어원 홈페이지]
[사진=국립국어원 홈페이지]

[독서신문 서믿음 기자] “밥 먹었니” “잘 잤니” “그랬니”. 표준어가 익숙한 서울 사람에겐 어색할 것 없는 말이지만, 다른 지역 사람들에겐 낯선 표현이다. 특히 경상도 사람들에겐 용납(?)되지 않는 경우가 많은데, 낯간지럽다는 것이 그 이유다. 아울러 “맞다”(표준어) “기다”(방언) 등 표현법이 다른 경우도 많은데, 이런 차이 속에서 그간 방언은 표준어에 밀려 세련되지 못한 말로 여겨졌던 것이 사실이다. 다만 최근 지역 방언을 새롭게 조명하는 노력이 이뤄지고 있다.

지난 2월 국립국어원(국어원)은 「지역어 종합 정보 누리집」을 공개했다. 국어원은 2004년부터 사라져 가는 지역 언어문화를 보존하기 위해 전국의 지역어를 조사해 왔는데, 그 결과가 발표된 것이다. 누리집에는 1,200개 어휘에 대한 전국 131개 시군의 방언과 772편의 문학 작품 속 방언에 대한 해설이 담겼다. 누리집에 따르면 ‘감기’(표준어)는 ‘개때가리’(경남 방언), ‘코뿔’(전남), ‘해숫병’(전북) 등 다양하게 불리고 있다. 문학 작품을 통해서는 『노천명 아무도 모르게 노천명전집시집 1960』의 “쨍이(잠자리)를 잡는 아이들의 모습이”, 『박경리 토지』의 “개주무리(감기 몸살)인가배, 예사로 여겼디마는 영 갱신(몸을 가누다)을 못하것다” 식으로 해설을 전한다.

세련된 서울 사람이 두루 사용하는 현대 서울말이 표준어로 지정된 시기는 일제강점기다. 당시 조선어학회 주도로 서울말이 표준어로 지정됐는데, 이런 정의에 따라 이후 지역 방언은 상대적으로 교양 없는 말로, 공적인 자리에서는 피해야 할 말로 여겨져 왔다. 표준어 지정은 방언으로 인한 의사소통 장애와 오해를 줄이기 위한 목적이 주요했는데, 실제로 전라도에서 흔히 쓰는 ‘~겨’ ‘~여라’ ‘~했지라’ 충청도의 ‘~슈’는 반말로 오해받는 경우가 많았다. ‘예’란 대답을 ‘야’라고 하는 경상도 방언도 마찬가지. 실제로 2006년 전주지법은 ‘사투리 사용으로 인해 반말을 구사하는 것으로 오해받을 우려가 있다’며 민원 부서에서 방언 사용을 금지한 바 있다.

의사소통 장애도 적잖았다. 이와 관련해 최경봉 교수는 책 『한글 민주주의』에서 “하루는 (조선어사전 편찬 집행위원인 이극노) 일행이 평북 창성 땅인 압록강변 한 농촌에 들어가서 아침밥을 사서 먹는데 조선 사람의 밥상에는 떠날 수 없는 고추장이 밥상에 없었다. 일행 중의 한 사람이 고추장을 청하였으나 고추장이란 말을 몰라서 그것을 가지고 오지 못한다. 그래서 우리는 여러 가지로 형용을 하였더니 마지막에는 ‘옳소, 댕가지장 말씀이오’ 하더니 고추장을 가지고 나온다”는 일화를 소개한 바 있다.

표준어 지정은 서로 다른 방언 사용에 따른 피로감을 줄이기 위한 목적도 컸는데 이는 조정래 작가의 대하소설 『태백산맥』 속 내용에도 드러난다. “토벌대장은 사투리가 듣기 싫어 환장할 지경이었다. (중략) 사실 전라도 땅을 처음 밟은 임만수로서는 사투리를 알아듣기가 여간 곤혹스럽지가 않았다. 억양은 전라도 것 그대로였지만 그래도 서울말을 흉내 내고 있는 서장이나 읍장의 말은 듣기에 부담이 없었는데 토박이 사투리를 그대로 써대는 염상구의 말에는 몇 배 신경을 써야 했다.”

이렇듯 여러 이유로 상대적으로 하대받던 방언이 왜 다시 조명받게 된 걸까? 가장 큰 이유는 표준어가 지정된 이후 오랜 시간이 지나면서 지역 간 소통장벽이 낮아진 이유가 크다. 표준어 교과서로 정규 교과과정을 밟은 사람이 늘면서 지역 간 소통이 자유로워졌기 때문이다. 또한 효율성을 도모하기 위한 언어의 획일화로 인한 방언의 도태가 언어 다양성을 해칠 위험성이 제기된 것도 이유 중 하나다.

실제로 방언을 구수하고 신선하게 느끼는 경우도 적지 않다. 뭇 서울 ‘오빠들’의 경우 부산 여동생들의 콧소리 섞인 “오빠야~”란 말을 귀엽고 매력 있게 느낀다. 최근엔 방언을 사용하는 배우들이 주목받기도 했는데, 드라마와 영화에서 배우 음문석은 충청도 방언으로, 배정남은 경상도, 김수미는 전라도 사투리로 크게 주목받았다. 숙박·액티비티 예약 플랫폼 ‘여기어때’는 이를 마케팅 포인트로 잡아 각 배우의 특색을 살린 ‘이짝워뗘’ ‘여어떻노’ ‘여그어뗘’ 광고를 공개해 총 1억6,000번의 조회 수를 기록하기도 했다. 구수한 사투리가 매력 포인트로 작용해 누리꾼의 이목을 사로잡은 것이다.

과거 대전 지하철 일부역과 새마을호 부산 종착역에서는 지역 방언 안내방송이 흘러나왔다. “지금 이 열차는 종착역인 부산역에 도착하고 있심더. 손님 여러분께서는 오른쪽 승강장으로 니리 주이소. 오늘도 철도를 이용해 줘서 고맙심더. 안녕히 가시오.” 다만 이제는 대부분 표준어로 대체됐는데, 김병원 언어응용학자는 책 『생각의 충돌』에서 “사투리란 일종의 지방 표준어다. 지방에 따라 독특한 문화유산으로서 지방 표준어가 따로 있다. 그 지방 표준어를 살리는 것은 문화유산을 살리는 일이다. 현대와 같은 의사소통 수단과 교통수단의 발달로 인한 표준화 시대에 사라져 가기 쉬운 지방 문화유산의 보호 차원에서 사투리 안내 방송은 바람직하다”며 “전국 표준어는 한국어를 글로 표기할 때와 공식적인 연설할 때와 같은 공용어의 기능이다. 공용어의 기능만 강화돼 가는 현상 속에서 지방 표준어가 사라져버리는 결과를 예방하려는 지방 표준어 사용 노력은 가치 있는 일이다”라고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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