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신문 서믿음 기자] "인생의 무게 앞에 내 삶이 초라해질 때, 그때야말로 시가 필요한 순간이다." 베스트셀러 『시를 잊은 그대에게』를 비롯해 각종 방송을 통해 시를 전하며 시심(詩心)을 전해온 시 에세이스트 정재찬 교수의 신간이다.
이 책은 힘겨운 인생의 무게를 오롯이 견디며 벼티고 있는 현대인들의 어깨를 다독이는 열네 가지 인생 강의를 담고있다. 저자는 밥벌이, 돌봄, 배움, 사랑, 관계, 건강, 소유 등 우리가 인생이라 부르는 것들 속에서 시를 통해 지혜의 성찰을 찾아낸다.
"보슬비 오는 날 / 일하기엔 꿉꿉하지만 제끼기엔 아까운 날 / 한 공수 챙기러 공사장에 오른 사람들 // 딱딱딱 소리는 못질 소리 / 철그렁 소리는 형틀 바라시 소리 / 2인치 대못머리는 두 번에 박아야 하고 / 3인치 대못머리는 네 번에 박아야 / 답이 나오는 생활 (중략) 「목수일 하면서는 즐거웠다」 송경동
살다보면 먹기 위해 사는지, 살기 위해 먹는지 헷갈릴 때가 없지 않지만, 힘겨운 삶의 연속선 위에서 일상을 지속하기 위한 '노동'을 저자는 수도에 빗대어 표현한다. "삼시 세끼 때를 놓치지 아니하며 밥을 먹고, 그 밥벌이를 위해 종일토록 수고하고 땀 흘리는 우리들. 그것은 지겨운 비애가 아니라 업의 본질을 엄숙하게 지켜가는 저 성스러운 수도승에 비겨야 할 일이 아닐까요"라고.
"하늘나라에 가 계시는 / 엄마가 / 하루 휴가를 얻어 오신다면 / 아니 아니 아니 아니 / 반나절 반시간도 안 된다면 / 단 5분 /그래, 5분만 온대도 나는 / 원인 없겠다 (중략) 「엄마가 휴가를 나온다면」 정채봉
곁을 떠난 엄마가 그리운 이유는 왜 일까요? 거센 세상 풍파 속에서 마음 놓고 안길 품이 그립기 때문 아닐까요? 저자 역사 "센 척하며 살고 있지만 엄마 품이 그립고, 그 품속에 들어가 아기처럼 위로받고 싶고, 살다가 겪은, 누구한테 말 한번 못한 억울한 일, 엄마한테 속 시원히 일러바치고 그냥 엉엉 울고 싶은 때가 있는 겁니다. 나이가 드니까 그렇게 맘 놓고 일러바칠 사람이 없네요"라고 말한다.
성적에 성과에 치이며 고행과도 같은 인생길을 걷는 이들에게 저자는 나지막히 되묻는다. "시가 아니라면 도대체 무엇으로 우리 인생을 말할 수 있겠느냐"라고. 거칠게 일어난 마음밭을 촉촉히 적시며 부드럽게 다독이는 위로가 되는 시가 가득담긴 샘물같은 책이다.
『우리가 인생이라 부르는 것들』
정재찬 지음 | 인플루엔셜 펴냄│356쪽│16,000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