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부부애 거안제미(擧案濟眉)
이런 부부애 거안제미(擧案濟眉)
  • 김우영
  • 승인 2008.03.19 11:2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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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 김우영의 살며 생각하며
▲ 작가 김우영     © 독서신문

  지아비 밭 갈나 디 밥고리 이고가/
  밥상을 들오디 눈섭에 마초이다/
  친코니 고마우시니 손이시나 다실까/

 
  위 고시조古詩調는 무릉속집武陵續集에 실려있는 조선 중종 때 일명 무릉도인으로 불렸던 주세봉(1495-1554년)님의 시조로 ‘오륜가’의 그 네번째 부분인 부부유별이다.
  중국 후한 때 양홍이라는 사람이 있었는데 집은 가난했지만 지조를 숭상하는 인물이었다. 한 마을에 사는 맹광이라는 처녀와 결혼을 했다. 양홍이 삯일을 마치고 돌아오면 그 아내가 밥상을 들고 나오는데 그 때마다 밥상을 눈썹높이 만큼 들어서 놓으면서 남편을 공경했다고 한다. 바로 여기에서 ‘거안제미擧案濟眉’라는 고사가 나오게 된다.

  얼마나 남편을 위하고 존경하였으면 눈썹 높이만큼 밥상을 매일 들어올렸다 놓으면서 공경하였을까. 그야말로 중국 고사에나 나옴직한 얘기가 아닐 수 없다.
  부부의 첫 글자인 부夫는 원래가 하늘 천天자의 윗 부분을 꿰뚫었다는 뜻이라고 한다. 남편이 하늘보다 높으니 남편을 그만큼 소중히 모셔야한다는 뜻이다. 현대사회에서는 생각조차 할 수 없는 고전류에 속하는 얘기이건만 오늘날의 부부애를 생각해 볼 때 곱씹어 보지 않을 수 없다.

  예전에 우리의 농촌에서도 이런 일은 있었다. 들녘에서 남편이 일 할 때 아내가 들밥을 가지고 오면 그 밥을 다 먹을 때 까지 아내는 남편 곁에서 다소곶이 앉아 기다렸다가 밥고리를 이고 집으로 돌아간다. 이때 남편은 서서 아내가 논두렁을 빠져나가 둑길 개울을 건너 동구 밖 모퉁이로 사라질 때 까지 그 뒷모습을 보며 손을 흔들다가 논으로 들어가 일을 하곤 했다. 이 얼마나 지고지순至高至純한 부부애란 말인가.
  또 주세봉님은 이 글에서 부부관계를 이렇게 표현하고 있다. 항상 남편이 집에 들어갈 때는 집안에 귀한 손님이 와 있거늘 하고, 또 아내는 남편이 들어올 때 반가운 손님이 오거늘 하는 마음으로 늘 손님대하듯  조심하고 공경하라고 한다. 이러면 부부간에는 싸움이 날리도 없고 피차간 정이 돈독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어려운 경제난을 맞아 조기이혼이 늘고 있다고 한다. 그것도 젊은 부부일수록 더욱 그렇다고 한다. 쉽게 만나 살아보니 별 것 아니라는 결론에 도달하자 빨리 헤어져 버리는 것이다. 왜냐하면 오래갈 수 록 이혼에 따른 위자료를 많이 주어야 한다는 중압감이 그 이유란다.
  또 반면에 중년이나 노년부부로 갈 수 록 이혼율은 떨어진다고 한다. 정이 들어 떨어질 수 가 없는 지고지순한 얘기가 아니라 중년에 갈라서면  이혼을 요구하는 쪽에서 충분한 위자료를 주어야 하는데 그 돈을 줄 형편이 안된다 해서 이혼율이 떨어진다고 하니 근래 어려운 경제난이 낳은 부부의 아이러니가 아닐 수 없다.

  옛 사람들이 흔히 하는 얘기로 “부부가 만나면 검은머리 파 뿌리처럼 희도록 살아야 한다고 한다.”부부는 그렇게 평생 오랫동안 동고동락한다는 얘기이다.
  또 어떤 시인은 부부애를 이렇게 표현했다. “젊어서는 연인으로, 말년에는 의사와 간호사 역할로, 늙어서는 친구로 지낸다.”라고 했다.

  다 옳은 말인 듯 싶다. 가뜩이나 어려운 근래의 사회생활 속에서 중국 고사에나 나옴직한 ‘이런 부부애 거안제미擧案濟眉’를 살펴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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