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 가볼 만한 곳] 당신의 여행을 완성할 冊 속 여행지
[주말 가볼 만한 곳] 당신의 여행을 완성할 冊 속 여행지
  • 김승일 기자
  • 승인 2020.03.07 09:0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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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신문 김승일 기자] 작가 김영하는 책 『여행의 이유』에서 “여행의 경험은 켜켜이 쌓여 일종의 숙성과정을 거치며 발효한다. 한 층에 간접경험을 쌓고 그 위에 직접경험을 얹고 그 위에 다시 다른 누군가의 간접경험을 추가한다. 내가 직접 경험한 여행에 비여행, 탈여행이 모두 더해져 비로소 하나의 여행 경험이 완성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김영하의 말처럼, 발로 떠나는 것만이 여행은 아니리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떠나지 못해 답답한 주말, 책을 통한 여행으로 더욱 풍부한 여행 경험을 만들 준비를 해보자.  

‘아트 워커’(art worker) 윤광준 작가의 신작 『내가 사랑한 공간들』에는 코로나19로 답답한 마음을 상쾌하게 여는 말끔한 공간들이 있다. 전작 『심미안 수업』이 ‘아름다움이란 무엇인가’를 설명했다면, 이 책에서 작가는 그가 생각하는 아름다운 공간으로 독자와 함께 걸어 들어간다. ▲아름다운 전철역 녹사평역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음반 가게 풍월당 ▲산꼭대기에서 물에 비친 미술관을 감상할 수 있는 뮤지엄 산 ▲세상 어디에도 비슷한 곳은 없을 법한 오드 메종 등 국내 총 스무 곳의 공간에 대한 사진과 글이 담겨 있다. 독자는 가장 먼저 탁 트인 정갈한 공간들을 사진으로서 만나고, 또 사진보다도 좋은 글을 읽으며 힐링하게 된다. 이 책을 통해 코로나19가 물러가면 방문할 공간들을 생각해봐도 좋겠다.  

가장 자유로운 여행은 배낭 하나 메고 정처 없이 홀로 떠나는 여행이 아닐까. 자유를 갈망한다면, 청소년 시절부터 100개국이 넘는 세상을 여행한 여행가 세바스티안 카나베스를 만나보자. 카나베스는 책 『배낭여행자의 여행법』에서 배낭여행을 계획하는 법과 저렴하게 여행하면서 많은 것을 볼 수 있는 법을 설명한다. 책에는 주로 해외에서 배낭여행 하는 방법들이 담겨있지만, 그 방법을 읽는 이는 이국땅에서 배낭을 메고 있는 듯한 착각에 빠진다. 특히 책 곳곳에 배치된 ‘나의 놀라운 여행 체험’ 코너에서는 카나베스의 특별한 여행 경험이 생생하게 적혀있어 심장을 빨리 뛰게 한다. 한편, ‘최고의 여행지’ 코너에는 전 세계 거의 모든 여행지를 경험해 본 저자가 가장 추천하는 여행지들이 담겨 있다. 밖을 나가지 못하는 시간을 더 멋진 여행을 계획하는 데 사용해 보자.  

모스크바에서 예카테린부르크, 이르쿠츠크, 하얼빈, 베이징까지 9,000km의 대지를 가로지르는 기차여행. 상상만 해도 가슴이 뻥 뚫린다. 책 『여자 혼자 시베리아 철도 여행』에는 평범한 직장에서 근무하던 오다 히로코가 덜컥 사표를 내고 7개월 동안 유라시아 대륙을 여행하던 중 시베리아 횡단 열차에 올라타 11일간 여행한 이야기가 귀여운 만화로 그려져 있다. 만화로 그려진 시베리아의 경관은 그다지 멋지다고는 할 수 없지만, 정차한 역에서 열리는 이국적인 시장 풍경, 국경이 만나는 곳의 이색적인 문화와 음식, 개성 있는 객실 사람들과의 교류를 감상하고 있자면 어디선가 열차의 덜컹거리는 소리가 들려온다. 가벼운 마음으로 시베리아 횡단열차에 올라타 보자.      

“나는 42일간의 내 방 여행을 떠났다가 돌아온 참이다. 이 여행에서 나는 흥미로운 것을 보았고 여정 내내 즐거웠으니 책으로 엮으면 어떨까 싶었다.” 
꼭 어디론가 떠나야만 여행이 아니다. 프랑스 작가 그자비에 드 메스트르의 책 『내 방 여행하는 법』은 여행에 대한 통념을 전복하고 자신의 방을 보고 느낀 독특한 상념을 여행기의 형식으로 기록한다. 

특유의 유머러스하고 엉뚱한 문장들이 독자를 피식거리게 하는데, 이는 작가가 굉장히 독특한 인물이기 때문이다. 작가는 조용하고 수줍음이 많았으나 몽골피에 형제가 발명한 열기구에 자원하여 올라가는가 하면 목숨을 건 결투도 서슴지 않았으며, 자연과학과 문학, 회화, 음악에 왕성한 호기심이 있었던 개성 있는 인물이다. 이 책을 쓴 계기도 유별난데, 작가는 1790년 한 장교와 결투를 벌인 후 받은 42일간의 가택연금형을 경험하고 이 책을 썼다. 

작가는 ‘내 방 여행의 좋은 점’이라는 장에서 이렇게 말한다. “못 이기는 척해도 좋으니 이 여행을 같이하지 않겠는가. 로마와 파리를 보고자 그 먼 길을 수고스럽게 떠났던 여행자들을 비웃으며 우릴랑 하룻길 조금씩 가자! 우리를 가로막을 게 무언가. 우리 자신을 기꺼이 상상에 내맡기고 그가 이끄는 대로 가면 될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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