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라인 문학 플랫폼 ‘던전’, “동시대 문학의 새로운 창구가 됐으면 좋겠다”
온라인 문학 플랫폼 ‘던전’, “동시대 문학의 새로운 창구가 됐으면 좋겠다”
  • 송석주 기자
  • 승인 2020.03.06 13:4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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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문학 플랫폼 '던전' 공식 홈페이지]

[독서신문 송석주 기자] 등단(登壇). 문자 그대로 ‘높직하게’ 만들어 놓은 자리에 오르는 것을 뜻한다. 주로 문단(文壇)에 신인 작가가 처음으로 등장하는 것을 일컫는다. 등단하기 위해서는 신문사의 ‘신춘문예’나 출판사에서 발행하는 ‘문예지’에 작품(시·소설·평론 등)을 투고, 전문가의 심사를 통한 선발 과정을 거쳐야 한다.

적게는 수백 대 일, 많게는 수천 대 일의 경쟁률을 뚫어야 하는 ‘등단 시스템’의 문제점은 예전부터 여러 각도로 지적돼 왔다. 우선적으로 ‘꼭 등단을 해야만 작가인가?’라는 물음과 함께 문학상 심사위원들의 자질 등이 거론된다. 이 두 가지 인식은 결국 문학이라는 예술을 기성문단의 취향(혹은 권력)에 가두느냐 아니냐의 문제로 환원된다.

또한, 등단을 한다고 해서 모든 게 해결되는 건 아니다. 소위 중앙 일간지나 대형 출판사의 문예지를 통한 등단이 아니면 향후 작품 활동을 해나가는 데 어려움이 있을 수 있다. 그러니까 ‘어디에서 등단했는가?’가 상당히 중요한 것. 이로 인해 이제 막 창작 활동을 시작한 비(非)등단 작가들의 고통은 더욱 극심하다.

이런 상황에서 최근 ‘매일 만나는 한국문학’이라는 기치를 내건 온라인 기반의 문학 플랫폼 ‘던전’의 시도가 눈길을 끈다. 지난달 24일 오픈한 던전은 계간, 월간 등으로 진행되던 문예지 출간 관행과 출판사 중심 문학 생태계를 혁신하려는 목표를 갖고 있다. 종래의 문학 플랫폼이 주로 웹툰이나 웹소설 위주였다면 던전의 경우 ‘순문학’에 방점이 찍혔다.

던전의 서호준 대표는 “기존의 등단이나 청탁 시스템에 답답함을 느꼈다. 잡지나 출판사에서 연락이 올 때 까지 기다려야하는데, 사실상 기약이 없다. 가령 어렵게 발표해도 계속 지면이 보장되는 게 아니라 한 번 싣고 끝나는 경우가 많다. 웹툰이나 웹소설 시장은 굉장히 활성화돼 있는데 순문학, 특히 시의 경우엔 시장이 너무 작다”고 설명했다.

이어 “시를 비롯한 순문학은 왜 이런 ‘판’이 없는지 늘 고민했다. 최근 3년 전부터 등단과 비등단의 경계를 허물고, 순문학 활성화를 위한 독립 문예지들이 많이 생겨났지만 지속이 힘들었다. 지속성을 가지려면 결국 안정적인 수익 모델을 확보해야 하는데, 던전의 경우 어떠한 지원 없이 독자들의 순수 구독료로만 운영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던전은 ‘사업’이라기보다 일종의 ‘작가협동조합’에 가깝다, 연재 중인 작가에게 수익의 대부분을 배분하기 때문에 작가 입장에선 어느 정도 ‘지속성’을 갖고 연재를 할 수 있고, 독자들은 계간이나 월간으로 발행돼 접근성이 낮은 기존 문예지에 대한 답답함을 해소하고, 빠르게 동시대 작가들의 글을 읽을 수 있다”고 언급했다.

장강명 작가는 책 『당선, 합격, 계급』에서 “이것은 어떤 시스템의 일부다. 입시(入試)가 있는 시스템. 세계는 둘로 나뉘어 있고, 한쪽에서 다른 쪽으로 들어가려면(入) 시험(試)을 쳐야 한다. 시험 한쪽은 지망생들의 세계, 다른 한쪽은 합격자의 세계인 것이다. 문학 공모전이 바로 그 시험이다”라고 지적한 바 있다.

이어 “대학 입시와 기업의 공채 제도, 각종 고시나 전문직 자격증 시험도 모두 본질적으로 같다. 대단히 효율적이지만 동시에 매우 획일적이고, 지독히 한국적”이라며 “불합격자들이 좌절로 괴로워하는 동안 합격자들은 불합격자들과 멀어진다. 그들은 합격자들의 세계에서 새로운 규칙을 배운다. 패거리주의, 엘리트주의가 생기는 것도 자연스럽다”고 말했다.

결국 작가의 본질은 ‘등단’이 아니라 ‘문학’에 있다. 독자 역시 ‘등단 작가의 문학’이 아니라 그저 ‘좋은 문학’을 향유하길 원한다. 그 본질과 욕구를 아는 던전이 기성문단의 견고한 장벽을 허물고 작가와 독자가 원활하게 호흡할 수 있는 ‘양방향 문학 플랫폼’으로 성공할 수 있을까. 그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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