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의 내면성과 사회적 존재로서의 특성을 보여줘
인간의 내면성과 사회적 존재로서의 특성을 보여줘
  • 독서신문
  • 승인 2008.03.19 1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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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소성 소설가
소설은 작가의 상상력의 소산이라 말할 수 있지만 어디까지나 현실, 인간의 삶에 주안점을 둔다. 한국문화 전반이 미국과 일본의 영향을 많이 받고, 소설 역시 영미, 일본작가들의 작품들이 많이 읽혀진다.
물론 지금은 인터넷과 정보통신의 발달로 인해 라틴문학이나 프랑스 독일문학 등으로 그 범위가 넓어지고 있지만 아직까지 한국문학에선 주류의 대열에는 합류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그래서 인지 우리나라에는 영미권 출신이 아닌 다른 문화를 체험한 소설가들이 많지 않다.
 
우리나라 문단의 중진 소설가인 정소성은 이러한 면에서 좀 특이하다. 프랑스에서 불문학을 전공한 이력에도 불구하고 한국작가교수회의 회장을 맡고 있는 등 활발한 문단활동을 벌이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불문학을 전공했음에도 그의 소설세계는 단순히 불문학에 대한 탐미주의에 그치지 않고 분단 현실 속에서의 이데올로기 문제 및 인간상실, 그리고 그것이 가진 폭력성과 억압성을 증언하는 등 인류애를 비롯한 다양한 소재들을 다루고 있다.
정소성 역시 비록 불문학을 공부했지만 불문학 그 자체가 나의 주 관심사는 아니라고 말한다. 그가 공부한 불문학은 “어디까지나 자신의 소설 창작을 위한 외국문학의 참다운 이해이며 주된 관심은 소설의 창작에 있다”라는 설명이다.
 
▲     © 독서신문
남북분단과 역사적 현실을 다뤄

그의 소설 중 17회 동인문학상을 수상한 중편 「아테네 가는 배」는 그의 이러한 사상을 압축하고 있다. 이 소설은 여느 소설과는 다르게 이색적인 색조를 띤 작품으로 남북 분단의 역사적 현실을 소재로 삼아 현실 속에서 고통의 신화적 인식과 운명의식을 주제로 담고 있는데 남북 분단을 그리스 신화에 절묘하게 대비시키고 있다.
이 작품은 두 가지의 의미를 가지고 있는데 하나는, 화자인 ‘종식’의 여행과 관련되는 것으로, 신화의 세계 속에서 발견된 현실의 의미라 할 수 있다. 트로이의 전설 중 하나인 시모이 강의 이야기를 통해 암시되는 분단의 고통이 신화의 세계에서 현실적인 것으로 바뀌는 장면이 바로 그것이다.
또 다른 하나는, 글의 주인공격인 ‘주하’의 여로(旅路)가 갖는 의미로 이것은 현실 속에서 반복되는 운명적인 신화의 반복을 뜻한다. ‘주하’는 아버지와의 상봉이라는 꿈을 이루지 못하며, 고통의 현실이 신화의 그것으로 뒤바뀌는 괴로움을 맛보고 있는 것이다.
결국 이 작품은 신화 속에서 고통의 현실을 발견하고, 현실 속에서 고통의 신화의 반복을 발견하는 이중적인 효과를 보여주고 있다. 즉, 이 소설은 신화의 세계를 통과하면서 그 신화 속의 고통스런 이야기를 현실의 이야기로 바꿔 놓는다. 또, 이와 반대로 현실의 고통을 보여주면서, 그것이 신화 속의 고통에 이어지는 것임을 보여주기도 한다.
 
한국의 현실을 역사적 관점에서 형상화
이와 함께 정소성은 한국의 현실을 역사적 관점에서 정확히 이해하려는 노력을 게을리 하지 않는다. 그것이 결국 대표작이라고 할 수 있는 소설, 국토분단의 비극을 다룬 『두 아내』란 소설로 형상화됐다.
그의 소설 『두아내』는 가족사를 통해 분단의 상처를 그린 장편소설이다. 북한에서 결혼을 했으나 6.25로 이산의 아픔을 겪고 다시 남한에서 결혼한 한철우. 우리 현대사에서 간혹 볼 수 있는 이 같은 아픔을 안고 사는 주인공을 통해 작가는 이념에 앞선 인간을 그리고 있다.
전쟁을 소재로 했으면서도 서정적인 느낌을 주는 이 소설은 사랑과 생명에 대한 의미탐구와 독특하고 수려한 문체로 전쟁을 문학 속으로 끌어들인 작품이다. 또, 작품 속에서 함경도, 평안도, 경상도 사투리를 완벽하게 구사해 낸 것도 작품의 가치를 높여주고 있다.
특히 이 소설은 1999년도 정부 투자 기관인 한국번역원에 의해 프랑스어번역 유일 소설로 선정되어, 파리 8대학 교수인 jean-paul desgoutte 교수부부에 의해 번역된 작품이라는 점에서 작품성을 인정받고 있다.
 
한국사에 대한 관심과 애정
이처럼 그의 작품들은 분단의 상처와 이별의 아픔 등을 사랑과 생명을 통해 보여준다. 하지만 그의 소설은 이처럼 이념적인 문제에만 얽매이지 않는다. 그는 한국사에 대한 관심도 크다. 조선시대 대표적인 실학자 김정호의 삶을 그린 『소설 대동여지도』와 조선말의 선비이자 무관이며 의학자인 동무 이제마의 인간적 행보와 사상의학의 발원에 대해 조명한 『태양인』등 한국적인 역사에서 소재를 가져온 작품도 선보였다.
특히 역사의학소설 『태양인』은 mbc와 드라마화 계약을 정식으로 했던 작품이다.
가장 최근에 발표한 장편소설『바람의 여인』을 통해서는1920년대부터 현재에 이르는 한국 근현대사의 비극위에 남녀의 운명적인 사랑을 엮어냈다. “개인적으로 6?25전쟁을 직접 체험한 마지막 세대로서 기록에 대한 책임감을 느꼈다”는 작가는 젊은 세대들이 쉽게 접근할 수 있게 사랑이라는 로맨틱한 소재를 통해 6?25전쟁, 그 시대의 증언을 들려주려했다고 말한다.
특히 이 소설은 단순한 재현이나 역사적 사실의 기록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그 위에 얹힌 남녀의 운명적이고 비극적인 사랑과 갈등을 감성적인 문체로 그려내고 있다.
 
▲     © 독서신문
고독하고 내면적인 여행자의 시선에 의해 포착된 여러 삽화들로 구성되어 있으면서 광대한 소설적 공간을 설정하고 유년과 현재를 동시적으로 포착하는 폭넓은 상상력을 발휘함으로써 인간의 내면성과 사회적 존재로서의 특성을 함께 보여주고 있다는 평가를 받는 정소성.

중단편집 작업에 여념이 없다는 그가 새롭게 선보일 작품들은 무슨 내용을 담고 있을지 궁금증을 자아내게 하고 있다.
 
 
정소성
소설가, 단국대 교수
한국작가교수회의 회장
동인문학상, 월탄 문학상 등 수상
『아테네 가는 배』『바람의 여인』외 다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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