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속 명문장] 탄저균·홍수·이상기후… ‘지구의 지붕이 녹고 있다’ 『빙하의 반격』
[책 속 명문장] 탄저균·홍수·이상기후… ‘지구의 지붕이 녹고 있다’ 『빙하의 반격』
  • 전진호 기자
  • 승인 2020.03.04 10:45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독서신문 전진호 기자] 우주선 아폴로 17호에서 1972년에 찍은 유명한 사진 한 장을 본 적이 있을 것이다. 

광활한 우주 공간에서 오롯이 서 있는 지구의 모습을 담은 이 사진은, 지구가 우리의 집이자 터전이고 보존해야 할 까다롭고 섬세한 곳이라는 인식을 사람들에게 줬다. 이 사진은 환경 운동가들에게 일종의 상징이 됐다. 또한 푸른 대양으로 둘러싸인 지구의 모습 때문에 지구는 ‘푸른 행성’이라고 불리기 시작했다. 

하지만 사진이 말하지 않는 진실도 있다. 우주에서 정적으로 지구를 찍는 것이 아니라 연속촬영을 했더라면 알게 됐을 진실이. 단순히 몇 분 동안이 아니라 1년 내내, 할 수만 있다면 몇백 년의 시간 동안 촬영했다면 말이다. 우리가 이 영화를 아주 빠른 속도로 재생한다면 전혀 다른 이미지를 보게 될 것이다. 계절의 변화에 발맞춰 양극 지대의 햐얀 망토들이 대륙과 대양을 넘어 퍼져나가다가 후퇴하며 꾸준히 변화하는 지구의 모습과 북극의 겨울엔 대귥 지역의 대부분이 눈으로 덮여 있다가 여름이 되면 사라지는 모습을 말이다. 남극과 북극의 바다도 같은 변화를 겪는다. 하얀빛의 눈으로 덮인 거대한 얼음판들이 확장하다가 퇴각하고, 넓어지다가 줄어드는 걸 반복하며 연중 내내 이어지는 순환의 춤을 추는 것이다. 

만약 촬영을 더 오래 할 수 있었다면, 지구가 리듬을 타며 춤추는 것 같은 모습도 볼 수 있었을 것이다. 시기에 따라 햐얀색 부분이 적어지고 많아지는 모습을 말이다. 그리고 이것보다 더 오랜 시간 촬영을 했다면 기적 같은 일을 목격할 수 있었을 것이다. 

하얀 망토가 지구 전체를 뒤덮어서 지구가 온통 하얀빛으로 변하는 순간을 말이다. 지구가 하나의 눈덩이처럼 변하는 것이다. 파란 얼룩 하나조차 보이지 않을 정도로. 

정반대의 일이 일어나는 시기도 볼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모든 하얀빛이 사라져 버린 시기가 있더라도 하얀빛은 항상 다시 돌아온다. 때로는 천천히, 때로는 빠르게. 이따금 일정한 주기를 가진 리듬을 타고 발생하는 일처럼 보이기도 한다. 하지만 리듬은 이내 무너진다. 

하얀 망토는 돌출행동을 보이거나 갑자기 사라져 버린다. 영화의 막바지에 우리가 현재 살아가고 있는 시간이 다가올수록, 우리는 변화의 리듬이 빨라지고 공격적으로 변화하는 걸 보게 된다. 영화가 멈추는 순간, 우리는 과거 그 어느 때보다 빠른 속도로 하얀 망토가 재차 줄어들고 있음을 보게 된다. 참으로 기이한 일이어서 우리는 영화가 다시 시작된다면 무슨 일이 생길지 궁금해질 것이다. 

그곳에서 대체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알기 위해 또 이 춤의 리듬을 되찾기 위해, 우리는 아폴로 17호에서 바라보는 풍경에서 벗어나야 한다. 밤하늘의 금성과 화성은 매우 아름다워 보이지만, 눈부시고 꾸준한 변화를 겪는 지구에 비하면 상당히 단조롭고 죽어 있는 상태에 가깝다. 그러니 심심하고 지루한 형제인 금성과 화성보다 훨씬 독특하고 생동감 있는 지구의 지표면에 초점을 맞추도록 하자. 지구가 추는 아름다운 춤의 원인은 무엇일까? 또 이 춤은 지구인을 어떻게 진화시켜왔을까? 어쩌면 지구인 스스로도 눈치채지 못했던 것은 아닐까? <6~8쪽>

『빙하의 반격』
비에른 로아스 바스네스 지음│심진하 옮김│유아이북스 펴냄│240쪽│15,000원

 


  • 서울특별시 서초구 논현로31길 14 (서울미디어빌딩)
  • 대표전화 : 02-581-4396
  • 팩스 : 02-522-6725
  • 청소년보호책임자 : 권동혁
  • 법인명 : (주)에이원뉴스
  • 제호 : 독서신문
  • 등록번호 : 서울 아 00379
  • 등록일 : 2007-05-28
  • 발행일 : 1970-11-08
  • 발행인 : 방재홍
  • 편집인 : 방두철
  • ⌜열린보도원칙⌟ 당 매체는 독자와 취재원 등 뉴스 이용자의 권리 보장을 위해 반론이나 정정보도, 추후보도를 요청할 수 있는 창구를 열어두고 있음을 알려드립니다.
  • 고충처리인 권동혁 070-4699-7165 kdh@readersnews.com
  • 독서신문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Copyright © 2024 독서신문. All rights reserved. mail to webmaster@readersnews.com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