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겨울에 꽃茶를 피우다” 약차·꽃차 명장 박미정 교수
[인터뷰] “겨울에 꽃茶를 피우다” 약차·꽃차 명장 박미정 교수
  • 김승일 기자
  • 승인 2020.03.03 10:0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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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서초구 파아람 티하우스 [사진= 오재우 기자]

[독서신문 김승일 기자] 서울 서초구 파아람티하우스의 입구에서는 꽃향기가 났다. 안으로 들어가자 차가 담긴 병이 그득했는데, 그 병들에는 꽃과 약용식물의 이름이 적혀 있었다. 가령 ‘간에 좋은 차’에는 구기자, 민들레, 헛개나무, 모과, 치자, 해당화가, ‘폐에 좋은 차’에는 백합과 살구나무꽃, 도라지, 차즈기, 금은화, 산양삼이 적혀 있는 식이었다. 

내가 만날 사람은 이곳에서 약차·꽃차 명인이 되려는 학생들을 가르치는 박미정 웨스트민스터신학대학원대학교 겸임교수였다. 박 교수는 국내 최초로 꽃차 연구로 박사학위를 받은 사람이자 한국한방약차협회(이하 약차협회)가 선정한 1호 약차 명장, 10호 꽃차 명장이다. 또한 그는 약차협회의 서울시회장이며, 한국차인연합회차도 교수, 한국차테라피교육원 원장, 한국꽃차마이스터교육원 인스트럭터로 활동했다. 국내에서 손에 꼽히는 차 전문가이자 차 문화 전파자다. 

70세라고는 믿기지 않는 건강의 비결은 차(茶)라고 했다. 그가 차에 물을 붓자 유리로 된 찻주전자에는 계절마다 피는 꽃의 색처럼 아름다운 차가 우러나기 시작했다. 문 앞에서 맡았던 그 향기가 났다. 기자에게는 생강차에 5월에 핀 보라색 당아욱꽃을 띄워줬는데, 생강차는 신진대사를 촉진하고 체온을 높여 요즘 같이 코로나바이러스가 유행할 때 면역력을 증진하고, 당아욱꽃은 골다공증과 빈혈에 좋다고 했다. 이곳에 오는 모든 이에게 꽃과 차를 통한 힐링을 선물하고 싶다는 그와 이야기를 나눴다.     

[사진= 오재우 기자]

Q. 약차협회가 선정한 1호 약차 명장이자 10호 꽃차 명장이다. 차를 공부하게 된 계기가 있는지…

A. 건강에 관심이 있어서 서른네 살 때부터 동의보감과 침, 뜸 등 대체의학을 공부하고 관련 장기마사지로 석사학위를 취득했습니다. 건강에 관심이 많다 보니 자연스럽게 차도 좋아하게 돼서 약차를 비롯한 각종 차를 공부해왔고요. 2년 전에는 북경에 가서 중국차국가자격증을 취득했습니다. 그러다가 꽃차는 십여년 전 경주 가야산에 갔는데 산에 피어있는 꽃들을 채취해서 차로 만드는 과정을 본 후 온몸으로 희열을 느껴 심취하게 됐어요. 사계절의 꽃차를 만들고 또 만들고 해서 결국 우리나라 꽃차 박사까지 됐습니다. 꽃은 자기 몸을 희생해서 생명을 피어나게 하잖아요. 그런 것처럼 꽃차 역시 사람의 몸을 살린다는 것을 알게 됐어요. 
여생 동안 하고 싶은 일이 차를 만들고 차 문화를 전파하는 일이기에 계속 공부하면서 학생들을 가르치고 있습니다.    

Q. 명장이 되기 위해서 한 노력이 만만치 않았을 것 같다… 

A. 명인이나 명장이 되기 위해서 노력한 것은 아니에요. 십여 년 동안 차를 즐기면서 또 공부하고, 수석지도사 등 자격증도 따고, 학생들을 가르치다 보니 명인 자격을 주고, 명장 자격을 주더라고요. 지금은 심사위원도 하고요. (웃음) 약차를 포함해 정말 많은 차를 만들어봤고, 꽃은 300여 종 정도를 차로 만들어가며 연구했어요.         

Q. 녹차나 홍차 같은 잎차는 많이 들어봤지만, 약차나 꽃차는 생소하다. 약차·꽃차가 무엇인가? 

A. 꽃차는 중국과 우리나라에서는 잎차의 대용으로 마시는 대용차의 일종으로 봐요. 정의하자면, 꽃차란 사계절 피는 식용 꽃의 꽃, 잎, 가지, 줄기, 열매, 뿌리를 소재로 각 식물의 특성에 따라서 법제(제다)해 만든 차라고 할 수 있어요. 법제란 식물이 가진 독성을 제거하는 작업이에요. 가령 식물을 식초나 술, 소금 등으로 살짝 찌고, 팬에서 굽는 등의 방법이 있어요. 잘 모르는 사람들은 그냥 아무 꽃이나 따서 먹지만, 어떤 식물이든 법제는 반드시 해야 해요. 구증구포, 아홉 번 찌고 아홉 번 말린다고 하는데요. 식물마다 다 법제하는 법이 다릅니다. 열 시간 정도 걸리는 정성스러운 작업입니다. 꽃차는 특히 색과 향이 아름다워요. 눈으로, 향으로, 맛으로 즐기는 차입니다.    
약차는 약효가 있는 풀, 나뭇잎, 열매, 뿌리 등을 법제해 약효를 기대하고 마시는 음료의 일종으로, 건강과 장수를 위한 차입니다.  
한편, 약차·꽃차는 식약처에서 식품으로 분류하는 부분으로만 만들어야 해요. 총 132가지가 있어서 이걸 책으로도 제작했어요. 예를 들어서 도라지는 뿌리만 되고, 수선화는 식용꽃으로 등록되지 않아 향은 좋지만 차로 만들면 안 됩니다.     

[사진= 오재우 기자]

Q. 좋은 차란 무엇인가? 

A. 기본적으로 계절에 맞는 식물의 좋은 부분을 따서 법제를 잘하는 등을 통해 정성스럽게 만들어야겠지만, 결국 내게 맞는 차, 본인에게 필요한 차가 좋은 차입니다. 예를 들어 저희 파아람티하우스에 온 손님들에게 무료로 나눠주고 있는 차들이 있는데요. 간에 좋은 차는 구기자, 민들레, 헛개나무, 모과, 치자, 해당화를 블렌딩해서 만듭니다. 심장에 좋은 차는 맥문동, 삼백초, 황기, 맨드라미꽃, 장미꽃을, 위에 좋은 차는 꽃향유꽃, 금어초꽃, 백출, 서양산사자, 방아잎을, 폐에 좋은 차는 백합, 살구나무꽃, 도라지, 차즈기, 금은화, 산양삼을 블렌딩해서 만듭니다. 이 외에도 신장에 좋은 차, 암에 좋은 차, 뇌에 좋은 차, 미세먼지에 좋은 차, 고혈압에 좋은 차, 다이어트에 좋은 차 등이 있으니 자신에게 맞는 차를 마셔보고, 그것이 도움이 된다고 생각하면 그 차를 생활화하는 것이 도움이 될 것입니다.     

Q. 차마다 만드는 시기가 다르다고 하는데…

A. 지금, 그러니까 2월은 가지차를 만들 때예요. 차는 종류별로 만들어야 하는 시기가 달라요. 2월 중에는 뿌리가 가지로 영양분을 보내기 때문에 식물의 가지로 차를 만들어야 해요. 3월부터는 가지에서 잎이 나와요. 잎으로 영양분이 집중되는 거죠. 그래서 3월에서 4월 사이에는 잎차를 해야 해요. 녹차도 이 시기 가장 어린 싹으로 만든 녹차가 ‘우전차’라고 불리며 가장 비싸요. 저는 매년 3월과 4월 중에 나온 산야초 새싹 100여종을 모아서 법제하고 발효해서 ‘100산야초발효차’를 만들어요. 100세 건강을 위한 면역력 증진에 도움이 됩니다. 4월부터는 봄꽃이 나오기 시작하니 4월부터 6월까지는 봄꽃으로 차를 만들어야 해요. 6,7월은 여름꽃차, 그리고 10월부터는 열매가 열리기 시작하니 열매차를 만듭니다. 11월 초부터 12월 말까지는 영양분이 다시 뿌리로 가니 뿌리차를 만들어야 해요. 어떤 차가 좋다고 아무 때나 그것을 따서 차를 만드는 사람들이 있어요. 그런데 시기에 맞게 차를 만들지 않으면 별 효능이 없어요.        

Q. 차를 만드는 과정을 구체적으로 설명해준다면…

크게 나누면 위조와 유념, 발효와 건조 순이에요. 위조는 차를 시들게 하는 거예요. 시간은 그날의 날씨와 환경에 따라서 다른데요. 보통 반나절 정도 위조를 하는데, 위조가 잘 됐는지 알 수 있으려면 많은 경험이 필요해요. 다음으로 유념인데, 찻잎을 비벼서 찻잎 각 부분의 수분 함량을 균일하게 하고 세포조직을 적당히 파괴해 포함된 성분이 물에 잘 우러나게 하는 작업이에요. 기계로 하기도 하는데, 손으로 하는 게 더 맛있고, 사람에 따라서 손맛이 다 달라요. 그리고 발효는 광목천으로 차를 싸서 그것을 따뜻한 곳에서 한 시간 주기로 여덟 번 뒤집는 작업이에요. 마지막으로 건조는 180도 정도의 팬에서 서너 시간 동안 차를 건조하는 작업이에요. 차의 맛은 어떻게 유념을 하느냐, 발효를 정성스럽게 잘하느냐에 따라서 많이 달라져요. 좋은 차란 정성스러운 시간의 결과물이에요.      

파아람 티하우스에 있는 200여 종의 차 

Q. 지금 같은 시기에 좋은 차가 있다면…

A. 요즘같이 코로나바이러스가 유행하는 시기에는 면역력이 가장 중요한데요. 손님들에게는 감기 예방에 좋은 금은화, 산개나리꽃, 차조기잎, 민트를 티백으로 만들어서 드리고 있습니다. 또 제가 수업시간에 가장 중요하게 알려드리는 레시피가 모든 독감바이러스 예방과 치유에 좋은 ‘형방패독차’입니다. 형개와 방풍, 시호, 전호, 지각, 강활, 독활, 복령/길경, 금은화, 연교, 자감초, 자소엽, 박하, 생강을 각 10g씩 잘 씻어서 토복령과 잔대, 감초물에 3분 증제한 후 잘 덖어서 10g을 뜨거운 물에 5분간 우린 후 마시면 천연백신처럼 많은 도움이 됩니다.  
또한, 녹차의 카테킨, 홍차의 데아플라빈 성분이 코나 기도의 점막에 달라붙는 바이러스를 차단한다는 논문들이 있어요. 녹차나 홍차를 마시는 것도 권합니다.    

Q. 차 이외에 꽃으로 여러 가지 응용을 한다고 들었다.

A. 꽃으로 차뿐만 아니라 꽃코디얼(유럽식음료), 꽃사탕, 꽃식초, 꽃쿠키, 꽃떡, 꽃마카롱, 꽃식혜, 꽃와인, 꽃주 등도 만들고 있어요.

Q. 앞으로 더 하고 싶은 일이 있다면…

A. 올해 70이 됐는데요. 작년 크리스마스 때 손님들에게 크리스마스티를 만들어 주면서 생각했어요. 이제는 내가 얻은 이익을 손님들에게 어느 정도 되돌려줘야겠다고. 그래서 제가 여기서 차를 팔고 가르치는 한 계속해서 계절에 맞는 차, 필요로 하는 차를 방문하는 손님에게 하나씩 선물로 주기로 했어요. 가령 임산부에게는 임산부와 태아에 좋은 차, 다이어트를 하고 싶은 사람에게는 슬림차, 기분이 우울한 사람에게는 기분 전환에 도움이 되는 차, 스트레스를 많이 받는 사람에게는 마음안정차, 나이 드신 분들에게는 뇌나 관절에 좋은 차를 드리고 있어요. 차 문화를 통해 더욱더 많은 분들이 힐링이 됐으면 합니다.  

박미정 교수
박미정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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