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읽는 대한민국]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 “한 나라의 힘은 독서에 달렸다”
[책 읽는 대한민국]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 “한 나라의 힘은 독서에 달렸다”
  • 김승일 기자
  • 승인 2020.03.02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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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오재우 기자]

[독서신문 김승일 기자] 안철수, 그가 7년 만에 펴낸 두 권의 책을 들고 한국으로 돌아왔다. 그리고 돌아온 지 한 달만에 당을 만들었다. 지난달 26일 신촌 당사에서 만난 그는 결심이 선 듯한 모습. 

어떠한 계기로 정계에 복귀했는지부터, 새로 만든 당의 비전은 무엇인지, 의사, 소프트웨어 개발자, 벤처기업가, 교수가 아니라 어째서 다시 정치인인지, 그의 정치가 여전히 새로운지에 대해 질문했다.  

그리고 한때 그의 이름을 딴 사회현상까지 일으킨 이 정치인은 많은 답변을 책과 연결했다. 특히 그가 지난해 10월과 올해 1월에 펴낸  『안철수, 내가 달리기를 하며 배운 것들』과 『안철수, 우리의 생각이 미래를 만든다』에 담긴 내용이 우리의 대화 소재였다. 이미 열네권의 책을 낸 그는 어렵고 중요한 일이 있을 때마다 책으로 생각을 정리하고, 책을 통해 말하는 사람이었다. 

“나는 사람들이 어떤 문제 때문에 고통받는 걸 보면 그걸 꼭 해결해주는 사람이 되고 싶었다. 이미 문제를 알게 된 이상, 그걸 그냥 지나치기가 힘들었다.” (『안철수, 내가 달리기를 하며 배운 것들』 중)

“그래도 괜찮다. 나는 미래를 믿는 사람이기 때문이다. 문제가 있으면 해결해 나가면서 더 나은 내일을 만들려고 하는 것은 ‘나’의 본질이다. (중략) 그게 관행이라고, 그게 정치라고, 그게 현실이라고 말하는 사람들이 만들어온 변하지 않는 사회 시스템은 내가 고치고 싶은 가장 큰 숙제이다.” (『안철수, 우리의 생각이 미래를 만든다』 중)

화무십일홍(花無十日紅)이라고 할 수 있을 정도로 화려하게 타오르고 진 그의 첫 번째 정치인생. 그가 오는 4월 과거 피웠던 꽃을 다시 피울 수 있을까. 적어도 그는 한 나라의 힘이 독서문화로부터 일어난다고 생각하는 인물이었다. 
 

[사진= 오재우 기자]

Q. <독서신문> ‘책 읽는 대한민국’ 캠페인 명사로 선정됐다. 독자들에게 인사 부탁드린다. 

A. <독서신문> 독자 여러분 반갑습니다. 안철수입니다. <독서신문>은 예전부터 잘 알고 있었습니다. 올해가 50주년이라고 알고 있습니다. 저 스스로가 책을 워낙 좋아하고 또 열네권의 도서를 집필한 작가이기도 합니다. 저는 독서야말로 국가가 앞으로 발전 할 수 있게 하고, 국가가 힘을 가질 수 있게 하는 가장 중요한 부분이라고 예전부터 믿어왔기 때문에 <독서신문>이 지금보다도 더, 향후 50년 더 발전하면, 그게 바로 대한민국이 발전하는 길이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창간 50주년, 다시 한번 진심으로 축하드립니다.

Q. <독서신문>에 관한 추억이 있는지?

A. 기회가 될 때마다 틈틈이 봤습니다. 어떤 계기에 우연히 <독서신문>을 펼치면 그때 굉장히 읽고 싶은 책을 발견하곤 했습니다. 그래서 그 책을 실제로 구해서 읽다 보면, 참 보석 같은 책이고, 얻는 게 많았습니다. <독서신문>을 통해서 이런 책들이 존재한다는 것을 몰랐다면, 내 인생은 어땠을까. <독서신문>을 통해 책을 접하면서 제 인생이 풍요로워지는 경험들이 많았습니다. 그래서 참 고마운 마음이 있습니다.     

Q. 코로나19가 유행이다. 

A. 코로나19가 극성이어서 걱정입니다. 지금 상황에서는 이미 전국적으로 퍼져있고, 이것이 단기간에 끝날 것 같지 않다고 많은 전문가들이 생각하고 있습니다. 참 아쉬운 게, 제가 지난 1월 26일 유튜브에 올린 동영상에서 ‘중국 전역을 대상으로 외국인들 입국을 금지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어떠한 고려도 없이 국민의 건강과 생명을 최우선에 두고, 전문가들이 결정하는 대로 따라야 한다’, 제 주장은 그랬습니다. 많은 전문가들도 그렇게 말했고, 미국에서는 실제로 그렇게 했습니다. 그런데 결과적으로 제대로 조치를 못 해서 많이 퍼지게 된 게 참 안타깝습니다. 

이전에는 우리가 봉쇄작전을 썼습니다. 직접 접촉한 사람들을 다 검사하고, 격리·치료해서 최대한 확진자가 늘어나는 것을 막는 전략이었습니다. 그런데 불행히도 지난 18일 대구에서 처음으로 지역 감염자가 나왔고, 그 의미는 더 이상 봉쇄전략으로는 막을 수가 없다는 뜻이었습니다. 그렇기에 이제 쓸 수 있는 방법은 피해 최소화 전략입니다. 되도록 확산되는 속도를 늦추고, 병원 시스템을 잘 정비해서 사망을 최소화하고, 치료제 개발에 박차를 가해야 합니다. 

Q. 근래 창당 준비로 바쁘셨다. 워커홀릭으로 유명한데, 최근 몰두하는 일이 있다면… 

A. 지금은 정책개발에 집중하고 있습니다. 제가 이번에 만든 국민의당은 우리나라 정치의 문제점들을 고치려고 만든 당입니다. 우리나라 정치에는 크게 세 가지 문제가 있습니다. 첫 번째는 ‘세금 도둑질’입니다. 정치의 목적이 공익을 위해서 봉사하는 것이 아니라, 국민 세금을 이용해서 자기편 먹여 살리는 정치를 하고 있습니다. 이건 정말로 후진적인 행태 아닙니까. 두 번째로는 ‘우리 편은 항상 맞고 상대편은 항상 틀리다’고 생각하는, 그런 진영 정치가 굉장히 심각한 문제입니다. 세 번째는, 국민 위에 왕처럼 군림하려고 하는 국가주의 정치입니다. 유럽의 선진국들을 두루 다녀봤지만, 선진국들 중에서 이런 정치를 하는 국가는 없습니다. 글로벌 스탠다드로 보면 우리나라 정치가 굉장히 비정상이라는 점을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국민의당은 이 세 가지를 고치겠다고 만든 정당입니다. 국민 세금을 도둑질하는 것이 아니라, 정치의 목적이 공익을 위해서 봉사하는 것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과 함께할 것 입니다. 우리 편만 항상 옳다고 주장하는 진영 정치가 아니라 우리 사회가 가진 문제를 해결하고, 세상을 바꾸는데 집중하는 실용 정치를 할 것입니다. 왕처럼 국민 위에 군림하는 국가주의적인 시각이 아니라 국민을 섬기는 서번트 정치, 또는 제가 책에도 썼습니다만, 페이스메이커 정치. 마라톤에서 페이스메이커는 자기 속도를 희생하면서 다른 사람들의 꿈을 이룰 수 있도록 도와줍니다. 앞서서 달리는 것처럼 보일지 몰라도, 사실은 뒤따라오는 사람들을 위해서 봉사하는 겁니다. 저는 그런 식의 정치가 필요하다고 봅니다. 이러한 목표를 이루기 위해 요즘은 정책을 개발하고 다듬고, 토의하는 데 대부분의 시간을 쓰고 있습니다. 다만, 새로운 책을 읽을 시간이 없다는 게 굉장히 아쉽습니다. 

[사진= 오재우 기자]

Q. 지난해 10월 『안철수, 내가 달리기를 하며 배운 것들』로 처음 소식을 알렸는데, 그 책이 ‘달리기’에 관한 내용이어서 의외였다. 

A. 개인적으로 달리기를 하면서 위기를 많이 극복했습니다. 마음이 굉장히 복잡했었는데요. 얼마나 괴로웠으면 마라톤을 했겠습니까. (웃음) 마라톤을 하면 너무 괴로워서 다른 생각을 할 여유가 없어집니다. 자신을 괴롭혔던 스트레스들, 번민들, 이런 것들을 다 잊어버리고 오로지 현재에 충실하자. 소리라고는 거친 숨소리, 뛰는 심장 소리, 그리고 신발 소리, 이런 것만 들리거든요. 그리고 마음이 굉장히 순수해집니다. 다른 복잡한 생각 없이, 그저 하나의 살아있는 생명체로서 이 순간을 견디고, 극복하는 마음밖에는 남지 않습니다. 제 개인적인 어려움을 극복하는 데 달리기로부터 도움을 많이 받았기에, 불행하게 사는 많은 대한민국 국민들에게도 제가 어려움을 극복할 수 있었던 방법에 대해 꼭 알려드리고 싶었습니다. 

Q. 한 달 평균 200km를 뛰었다고… 요즘도 그렇게 뛰는지?

A. 외국에 있을 때는 매주 50km 정도 뛰었습니다. 일주일에 네 번에 걸쳐서요. 처음엔 5km, 그다음 10km, 15km, 20km, 한 달이면 200km가 되는데, 러닝슈즈가 600km 정도 뛰면 수명을 다합니다. 그래서 석 달에 한 켤레씩 소비했습니다. 한국에 와서는 제대로 못 뛰지만, 바로 어제 뛰었습니다. 제가 서울 동북쪽 끝에 살고 있는데요. 저희 집에서 조금만 나가면 중랑천이 있고, 거기서 북쪽으로 조금만 뛰면 의정부로 접어듭니다. 중랑천이 굉장히 잘 정비가 돼 있어서, 한없이 뛸 수 있습니다. 어제는 왕복 12km를 뛰었고, 지난번에는 20km 정도 뛰었습니다. 중랑천을 통해 한강 쪽으로 가면, 거의 마라톤 거리도 뛸 수 있는 좋은 환경입니다. 요즘은 일주일에 10km를 두 번 정도, 그러니까 일주일에 20km 정도밖에 못 뜁니다. 지금은 선거철이어서 여기에 집중을 합니다만, 어느 정도 지나고 나면 다시 열심히 뛰어야겠지요.      

Q. 정치 일선에서 물러났고, 언제 돌아온다는 기약이 없었지만 결국 돌아왔다. 책에서 “나는 사람들이 어떤 문제 때문에 고통받는 것을 보면 그걸 꼭 해결해주는 사람이 되고 싶었다. 이미 문제를 알게 된 이상 그걸 그냥 지나치기가 힘들었다”고 했는데, 이것이 복귀한 이유라고 할 수 있는지…

A. 그게 저를 움직였던 가장 큰 동기입니다. 제 인생을 통틀어서 제가 가지고 있는 원칙입니다. 

복귀 결심을 하게 된 배경을 좀 더 자세히 설명하자면, 독일 뮌헨에서 9개월 정도 유럽 생활을 하며 깨달은 점이 굉장히 많습니다. 깨달은 것들을 정리해서 책을 쓰기로 결심했고, 먼저 개인적인 깨달음들을 쓰기로 했습니다. 그것이 지난해 5월부터 석 달간 쓴 『안철수, 내가 달리기를 하며 배운 것들』이었고, 10월부터는 미국 스탠퍼드 법대에서 다시 석 달 동안 『안철수, 우리의 생각이 미래를 만든다』를 썼습니다. 제가 유럽에서 배운 내용들을 정리하는 작업이었죠.   

저는 항상 그랬습니다. 지금까지 열네권의 책을 쓰면서, 늘 책을 쓰고 나면 생각이 정리되고, 제가 다음에 무엇을 할 것인지 저절로 결심이 서게 됐습니다. 이번 경우도 마찬가지였습니다. 우리나라가 너무나 어려운 상황에 빠져있고, 허물어지고 있는데, 내가 어떻게 되는가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나라가 방향을 바로 잡는 것이 더 중요하다. 그 결심이 선 것입니다. 12월에 『안철수, 우리의 생각이 미래를 만든다』 원고 정리를 끝내고 나서 한국의 현실 정치에 복귀하겠다는 선언을 했습니다. 어떻게 보면 이 책이 저를 이 자리까지 이끌어준 거죠.

Q. 소프트웨어 개발자, 벤처기업가, 연구자, 의사, 교수, 작가… 다른 분야에도 재능이 많은데 왜 하필 정치인가? 

A. 제가 살면서 지금까지 가장 관심을 둬온 것이 바로 ‘문제 해결’입니다. 많은 사람들이 어려움을 겪고 있는 문제는 제가 꼭 해결하고 싶었습니다. 병으로 고통받는 많은 분들을 위해 조금이나 도움이 될 수 있을 것 같아 의과대학에 진학했습니다. 컴퓨터 바이러스로 전국의 수많은 컴퓨터가 망가지고 사람들이 고통 겪을 때 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의사 시절 V3를 만들었고, 그 일을 계속하기 위해 의사의 길을 포기하고 ‘안철수 연구소’(안랩)를 만들어 벤처기업가의 길을 걸었습니다. 그리고 안랩은 탄탄한 회사였지만, 주위에 고통 받고 있는 수많은 다른 벤처기업가들과 어려움을 겪고 있는 젊은이들에게 어떻게 하면 도움이 될 수 있을까 해서 교수의 길을 걷고 ‘청춘콘서트’도 하게 됐습니다. 그리고 굉장히 많은 분들이 대한민국의 정치문제가 바뀌어야 한다고 생각하고, 그 당시 제 이름을 딴 사회현상도 있어서, 이에 책임감을 느끼고 의료인, 벤처기업가, IT전문가, 교육가로서의 경험을 모두 다 쓸 수 있는 정치인의 길을 걷게 된 겁니다. 

무엇보다 저는 지금도 사회문제 해결을 위해 치열하게 정책개발에 힘을 쓰고 있습니다. 정치인들이 정책 고민에 앞서, 단순한 권력 싸움에 매몰돼 나라가 달라지지 않는 것이 한국 정치의 문제점 아닙니까. 또한, 보통 정치인들이 공약을 펼쳐놓습니다만, 그것이 대부분 자기 머리에서 나온 것이 아니기 때문에 결국은 그 사람이 당선돼서 정치를 하면 전혀 엉뚱한 짓들을 합니다. 『안철수, 우리의 생각이 미래를 만든다』에는 순전히 제 머리에서 나온 생각들이 담겨 있습니다. ‘이런 것들이 제 머리에서 나왔고, 이런 것들이 저의 우선순위다’라고 밝힌 것입니다. 

[사진= 오재우 기자]

Q. 과거 안철수는 ‘새로움’ 그 자체였는데…. 누군가 “안철수의 이번 창당은 새로운 정치이고, 안철수란 인물은 새로운 인물인가?”라고 묻는다면 어떻게 대답할 것인가?

A. 초심은 전혀 바뀐 게 없습니다. 제가 정치를 시작한 것이 2012년 9월입니다. 햇수로 보면 만으로 7년 반 정도입니다. 그런데 지난 1년 반을 유럽과 미국에서 있었기 때문에 실제로 정치를 한 것은 6년입니다. 국회의원 임기로 따지면 한번 반 정도 되는 굉장히 짧은 기간이거든요. 예전에 대통령 하셨던 DJ나 YS 같은 경우에 정치 6년 차 때 어떤 일을 하셨는지 비교해보시면 아실 수 있을 텐데요. 제가 자랑하려고 이 말씀을 드리는 게 아니라, 저 나름대로 노력했습니다만, 축적된 정치 경험이 적었고, 그렇기에 시행착오를 했습니다. 그렇지만 초심은 전혀 변하지 않았습니다. 국가는 더 위기상황이어서 오히려 간절함은 더해졌습니다. 저는 직보다 업이 중요한 사람입니다. 제가 뭐가 되려고 정치를 하는 게 아니고, 어떤 일을 하기 위해서, 그러니까 사회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이 길을 걷고 있는 것입니다. 그런 진심, 진정성이 알려졌으면 좋겠습니다.     

Q. 『안철수, 우리의 생각이 미래를 만든다』에서 에스토니아, 스페인, 핀란드, 프랑스, 독일에서 배운 점들을 썼는데… 대한민국에 도움이 될 만한 특별히 인상 깊었던 점이 있다면?

A. 굉장히 많습니다. 유럽의 어느 나라를 가보더라도, 모든 나라가 미래를 향해서 경쟁하고 있습니다. 가령 에스토니아는 인구 130만명, 수원시 인구 정도가 한 나라를 이루고 있는 초소형 국가인데도 IT 강국이 되기 위해서 열심히 뛰고 있습니다. 지금 오히려 우리나라가 에스토니아에 뒤처집니다. 어떤 나라는 인공지능에 앞서가고, 다른 나라는 자율주행차에 앞서가고…. 서로 다른 분야에서 앞서거니 뒤서거니 하면서 미래를 향해 경쟁하고 있는데, 우리나라는 바깥은 쳐다보지 않고 내부에서 싸우고만 있지 않습니까. 제가 단언컨대, 우리나라만 과거로 가고 있습니다. 다들 얼마나 빨리 앞서가는지 모릅니다. 서로 미워하고 싸우는 것보다 우리의 진짜 경쟁자인 바깥으로 시선을 돌리면 좋겠다, 그것을 우리나라 국민들께 가장 먼저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또한, OECD 국가 중에서 자살률 1위, 출산율 꼴찌라는 점은 많은 대한민국 국민들이 너무나 불행하고, 미래에 대해서 희망을 가지지 못한다는 거거든요. 어떻게 이것을 극복해야 하는가. 가장 중요한 것이 인식의 대전환입니다. 특히 정부가 인식의 대전환을 해야 합니다. 부강한 나라를 만들어야 행복한 국민이 있을 수 있다는 생각이 아니라, 행복한 국민이 부강한 나라를 만든다는 인식의 전환이 필요합니다. 

세 번째로, ‘미래 담론’입니다. ‘당장 우리 뭐 먹고살 건데?’를 사회적으로 같이 고민하고 관심을 가져야 합니다. 그런데 우리나라만 그 고민을 하지 않습니다. 미래에 대해서 고민하지 않는 나라는 미래가 없는 나라가 돼버립니다. 미래는 저절로 다가오는 것이 아니라 우리가 만들어가는 것입니다. 지금부터라도 우리가 뭘 먹고 살아야 하는지에 대한 미래 담론이 꼭 필요합니다.   
 
Q. 『안철수, 우리의 생각이 미래를 만든다』에서 “우리에게 그 어떤 미래도, 비전도 떠오르지 않는다”고 했는데, 안철수가 생각하는 대한민국의 비전은 어떤 것인가? 

A. 우리가 살고 있는 이 대한민국을 어떤 나라로 만들어야 하는가. 우리나라는 3대 비전을 가져야 합니다. 첫 번째는 ‘행복한 국민’, 두 번째는 ‘공정하고 안전한 사회’, 그리고 세 번째가 ‘제대로 일하는 정치’입니다. 먼저 국민의 행복이 모든 정책의 최우선순위가 돼야 한다고, 국정의 목표가 돼야 한다고, 그래야 국가도 부강해진다고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또한, 사회의 공정과 안전은 기본 중의 기본인데 지금 잘 안 되고 있습니다. 지난번 ‘조국 사태’로 인해 상실감을 느끼는 국민들이 많고, 우리나라는 안전하지 못합니다. 특히 아동·여성의 안전이 위협받는 위험사회가 지금 대한민국 사회입니다. 지금 코로나19까지 창궐하고 있지 않습니까. 국민의 안전과 생명을 지키는 문제는 국가의 기본 중의 기본입니다. 마지막으로 ‘행복한 국민’ ‘공정하고 안전한 사회’를 만들기 위해서 이제는 정치가 제대로 기능을 해야 합니다. 이 3대 비전을 가지고 국가를 대개혁해야 우리의 가까운 미래가 만들어질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사진= 오재우 기자]

Q. 활자중독이라고 불릴 정도로 다독가라고 들었다. 어린 시절 한 도서관의 책을 거의 다 읽었다고 알려졌고, 과거 미국에서 가족과 도서관에 모여 저녁 늦게까지 공부한 것을 가장 행복한 기억이라고 꼽기도 했는데… 안철수에게 책이란 무엇인가. 

A. 작은 도서관이었습니다. (웃음) 우리는 우리가 읽은 것으로 만들어집니다. 우리의 생각이 우리 것 같지만, 사실은 그동안에 읽었던 무수한 책들이 쌓이고 쌓여, 그리고 그 책들끼리도 의견을 주고받으며 한 사람의 생각이 만들어진 것 아니겠습니까. 

또한 한 권의 책을 읽을 때는 몇 시간 걸리지 않지만, 한 권의 책을 쓰기 위해서는 집필기간 빼고도 그 전에 무수한 경험, 고민, 배움의 과정들이 필요합니다. 즉, 저자가 몇 년에 걸쳐서 노력한 내용인데, 그것을 몇 시간 만에 다 볼 수 있는 것 아니겠습니까. 이것만큼 값진 간접경험은 없다고 생각합니다. 

<뉴욕타임스> 베스트셀러 목록을 유심히 보는 편인데요. 그 목록에 결코 쉽지 않은 책들이 1,2년간 들어있는 경우가 있습니다. 저는 그게 부러우면서도 두렵습니다. 어려운 책일수록, 그 책을 읽는 사람이 많아지면, 많은 사람들의 관심이 한 곳에 모이고, 생각이 똑같지는 않더라도 한 방향을 바라보게 됩니다. 그게 저는 국가의 힘이라고 보거든요. 이런 나라들을 우리가 과연 이길 수 있을까. 우리가 IT 강국이라고는 하지만, 실제로는 원천기술을 가진 나라가 아니고 IT 소비국입니다. 인터넷에 나오는 것들을 그냥 보고 즐기고 단기간 소비하는 것은 국가의 경쟁력과는 상관이 없습니다. 갈수록 책을 안 읽게 되는데, 이게 우리나라의 경쟁력을 크게 약화시키는 부분이기 때문에 굉장히 두려운 마음입니다. 그래서 제가 정치하지 않을 때 꼭 하고 싶었던 것이 독서운동이었습니다. 여러 가지 다양한 방법으로 가능하면 많은 사람들이 책을 읽도록 만드는 것, 거기에 무척 관심이 많습니다. 그것이 어떤 사회운동보다도 국가의 미래를 위해서 꼭 필요한 운동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Q. 독자들에게 좋은 책 몇 권 추천 부탁드린다.   

A. 제가 주로 원서를 읽는 편입니다. 좋아하는 작가들이 몇 있는데요. 말콤 글래드웰이라든지, 토마스 프리드먼이라든지, 유발 하라리도 물론이고, 그런 분들의 책은 새 책이 나올 때마다 그냥 사서 봅니다. 제자 지금 읽고 있는 책이, 아직 번역은 안 됐는데요. 말콤 글래드웰의 최신작 『Talking to Strangers』입니다. 말콤 글래드웰의 책은 항상 우리가 가진 상식을, 편견을 깹니다. 『티핑 포인트』라든지, 『블링크』, 『아웃라이어』… 다 그런 책들입니다. 뛸 때는 말콤 글래드웰의 팟캐스트 ‘Revisionist History’를 듣습니다.

소설책으로는 유럽에서 재미있게 읽은 마크 설리번의 『진홍빛 하늘 아래』가 좋았습니다. 최근에 국내에도 번역이 됐더라고요. <뉴욕타임스> 베스트셀러였고, 이 소설이 제가 이탈리아 돌로미티를 등반한 계기가 됐습니다. 돌로미티를 등반하고 얻은 인생의 값진 교훈을 『안철수, 내가 달리기를 하며 배운 것들』에 적기도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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