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신문 서믿음 기자] 여행이 설레는 건 낯섦과의 ‘접촉’이 짜릿하게 느껴지기 때문 아닐까. 익숙함을 넘어 생소하고 어색하고 데면데면하지만, 그럼에도 신선함으로 다가오는 접촉. 하지만 그 접촉이 행여 코로나바이러스와의 접촉으로 이어질까 두려운 마음에 여행은 꿈도 못 꾸는 상황이 한 달째 계속되고 있다. 직격타를 입은 여행업계에서는 울며 겨자 먹기로 무급 휴가를 떠나거나 단축 근무로 견뎌내고 있지만, 이번 달에만 여행사 서른여섯 곳이 문을 닫을 정도로 어려운 상황이다.
하지만 전쟁통에도 아기는 생기고, 하늘이 무너져도 솟아날 구멍은 있는 법. 위기상황에도 여행에 대한 갈망은 늘 존재하고, 그 갈망을 실천에 옮기는 사람들이 있다. 최근에는 사람과의 접촉은 줄이면서 여행의 묘미를 즐길 수 있는 드라이브 여행이 주목받고 있다. 인천시, 세종시, 고양시 등 일부 지방자치단체가 감염률을 낮추기 위해 차에서 내리지 않고 코로나19 검사를 진행하는 ‘드라이브 스루’(Drive through·지나가기)를 고안했듯, 자가용을 이용한 여행은 상대적으로 안전하다는 주장. 봄날의 유혹에 여행 생각이 간절한 이들에게 코로나19바이러스 감염 위험을 최소화하는, 한국관광공사가 추천하는 드라이브 여행 코스를 소개한다.
드라이브 여행코스로 추천할 곳은 강원도 정선이다. 정선군 남면 사거리에서 정선읍을 향해 달리다 보면 왼편으로 기찻길과 작은 계곡, 민둥산이 눈길을 끈다. 동막골, 피패골, 쑥밭재 같은 구수한(?) 이름의 골짜기와 고개 곁으로 적막한 산새가 평안함을 전한다.
느긋하게 드라이브를 즐기다 보면 고갯마루에 자리한 한치마을이 나타난다. 주민 대다수가 산나물 채취와 고랭지 경작으로 살아가는 작은 마을인데, 마을 중심에는 수령 700년이 넘는 느릅나무 세 그루가 나그네를 맞는다. 세월을 이기고 우뚝 선 자태는 그 어떤 경이로움을 내뿜고 서 있는데, 그 모습은 영화 <봄날은 간다>(2001)를 통해 널리 알려졌다.
한치마을 인근에는 정선을 대표하는 경승지 화암8경 중 제1경인 화암약수가 자리한다. 마을 사람들이 꿈에 용 두 마리가 승천하는 것을 보고 그 자리를 찾아 파헤쳐 보니 바위틈에서 물이 솟았다는 전설이 전해지는 곳이다. 철분과 탄산 성분이 많아 위장병과 피부병에 효험이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화암약수를 지나면 ‘화암’(畵岩/그림바위)이란 명칭에 걸맞게 바위들이 아름다운 풍경을 자아낸다. 커다란 바위틈에 솟은 소나무는 절경의 운치를 더한다. 화암동굴에 이르는 길에는 기암괴석 위에 자리한 둘레 6m 크기의 거북바위와 용마소(연못)를 감상할 수 있다. 거북바위는 무병장수하고 행운을 가져다준다는 전설이 깃들어있고, 용마소는 조선 중기 어느 촌부가 낳은 옥동자가 낳은 지 사흘 만에 선반 위에 올라가는 등 기이한 행동을 보이자 역적으로 몰릴까 염려한 부모가 아이를 죽였는데, 이후 용마(용과 말 사이에서 태어난 새끼)가 나타나 주인(아이)을 찾다가 이 소(沼)에 빠져 죽었다는 전설이 전해진다.
화암동굴을 지나 오산교를 건너면 북동마을로 향하는 고갯길이 나온다. 일제강점기인 1920년대에 금광맥이 발견돼 한때 번성했지만, 1950년대 폐광되면서 이제는 찾는 이가 드문 곳이다. 1970년대까지 혹시 남아있을 금광맥을 찾기 위해 사람들이 몰려들었던 것으로 알려진다. 북동마을에 들어가기 위해서는 문치재로 불리는 열두 굽이 고갯길을 통과해야 하는데, 멀리서 보면 그 모양이 마치 똬리를 틀고 앉은 뱀처럼 보인다. 마을에는 이제는 갤러리로 변한 북동초등학교가 자리하는데, 아기자기한 조형물이 곳곳에 자리한다.
여행작가 주형원은 책 『사하라를 걷다』(니케북스)에서 “이렇게 광활한 자연이 있는데 왜 우리는 그토록 좁은 공간에서 서로를 원망하고 미워하며 살아가는 걸까?”라고 말했다. 이번 주말에는 좁고 감염위험 많은 도시를 떠나 광활한 자연의 매력에 빠져보는 것은 어떨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