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인간다움의 조건 『작별 인사』
[리뷰] 인간다움의 조건 『작별 인사』
  • 서믿음 기자
  • 승인 2020.02.28 16: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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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신문 서믿음 기자] 베스트셀러 작가 김영하가 7년 만에 펴낸 장편소설이다. 제목은 『작별 인사』. 

배경은 통일된 한국의 평양이다. 기존에 구축된 토대가 없기에 신기술을 받아들이기에 더없이 좋은 터전이 된 평양은 휴머노이드 시범 도시로 선정되고, 어느 연구소에서는 인간의 모습을 한 '철이'가 만들어진다. 다만 철이는 자신이 기계라는 사실을 알지 못하는데 그렇게 17년을 살아가던 중 무등록 휴머노이드란 이유로 격리시설에 감금된다. 휴머노이드를 통제하기 위한 등록법이 통과됐으나, 철이의 아빠이자 개발자인 최 박사가 그 사실을 간과했던 것. 

소설은 철이가 주변인들을 통해 자신이 인간이 아니라는 사실을 받아들이는 과정을 그리면서 과연 '인간이란 무엇인가'에 대한 심오한 질문을 던진다. 인간과 동일한 외형 뿐 아니라 동일한 감정을 느끼지만, 어디까지나 '기계'인 휴머노이드의 존재를 통해 '인간다움'이란 명제를 독자의 머릿속에 삽입한다. 

휴머노이드는 위험하고 힘든 일을 도맡아 하고, 때로는 치매 노인들의 말벗까지 돼주지만 어디까지나 인간의 필요에 따라 이용될 뿐, 그 필요가 사라지고나면 폐기되는 신세로 그려진다. 인간의 이기심으로 인해 버려지는 반려동물은 동물권의 보호라도 받지만 휴머노이드는 생명체로 인정받지 못한다. 때로는 인간 답지 않은 인간보다 더 선하고, 가치 있고, 사회에 필요있는 존재지만, 휴머노이드라는 '존재'가 발목을 잡는다. 그런 상황은 배아복제를 통해 탄생한, 인간이지만 완전한 인간은 아닌 '클론'도 마찬가지. 

소설 속 상황은 코로나19로 어지러운 현 상황과 오버랩되기도 한다. 코로나19로 이름을 잃고 '확진자@번'이라 불리는 사람들. 누군가의 불안을 볼모삼아 위생용품 사재기로 폭리를 취하려는 인간, 이번 사태를 정쟁 도구로 사용해 자기 집단에 유리한 방향으로 왜곡해석하는 인간, 특정 부류를 감염 주체로 간주하고 무작정 혐오하는 인간 등 온갖 인간 군상의 '인간 답지 못한 면'은 '인간다움이란 무엇인가'란 소설의 고뇌를 더욱 농축시킨다. 

소설 속 유기견 보호소 소장은 말한다. "죽음은 누구도 피할 수 없는 거야. 고통 없이 갈 수 있다는 게 얼마나 큰 축복인지 알아? 휴머노이드는 저렇게 실려가면 간단하게 기억을 지운 후에 부품을 재활용해. 그런데 나를 봐. 인간의 육체는 그렇게 간단하지가 않아. 죽음은 간단하게 오지도 않고, 고통은 끝도 없고. 나, 인간인 내가 제일 불쌍하다고, 저 기계들이나 개새끼들이 아니라"라고. 

인간 목숨을 휴머노이드, 브리더의 것과 동급으로 보기 어렵지만, 진정한 '인간다움'이란 살아 생전 어떻게 살아왔는가가 더 중요하지 않을까? 

『작별 인사』
김영하 지음 | 밀리의서재 펴냄 | 173쪽│14,000원
※ 해당 도서는 '밀리 오리지널 종이책 서비스' 도서로 밀리의 서재 앱에서 구매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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