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속 명문장] 죽음을 앞둔 사람들에게서 삶의 의미를 배우다 『충만한 삶, 존엄한 죽음』
[책 속 명문장] 죽음을 앞둔 사람들에게서 삶의 의미를 배우다 『충만한 삶, 존엄한 죽음』
  • 전진호 기자
  • 승인 2020.02.28 11:5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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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신문 전진호 기자] 다섯 살이건 쉰다섯 살이건 죽음을 앞둔 사람들은 모두가 자신의 죽음을 압니다. 그러니 ‘그에게 죽음을 알려야 하나?’하고 고민할 필요가 없습니다. ‘그의 말을 들어줄 수 있을까?’하고 고민해야 합니다. 환자가 당신에게 이렇게 말했다고 칩시다. “7월 너의 생일에 난 없을 거야.” 그럼 그 말을 가만히 귀 기울여 들어주기만 하면 됩니다. “그런 말 하지 마. 없기는 왜 없어? 당연히 있지.” 억지로 그런 말을 할 필요가 없습니다. 그런 말은 환자와 여러분의 소통을 중단시킬 뿐입니다. 당신이 아직 들어줄 마음의 준비가 되지 않았다는 사실을 환자가 깨달을 테니 말입니다. 당신의 그런 대답은 환자의 입을 틀어막을 것이고 환자에게 아무도 곁에 없다는 쓸쓸한 기분을 불러일으킬 것입니다. 하지만 당신이 죽음을 문제없이 받아들이고 환자가 자신의 죽음을 잘 알고 있다는 사실을 편안한 마음으로 직시할 수 있다면 환자와 마주앉아 환자의 손을 잡고 물을 수 있을 겁니다. “할머니, 제가 뭘 해드릴까요?”<29~30쪽>

어릴 때부터 쌓여온 화를 인정하고 그것을 허락할 용기를 낸다면, 자신이 얼마나 자주 15초 이상 남에게 화를 내고 짜증을 내는지 깨닫는다면, 우리가 오랫동안 억눌러 왔던 것을, 분노와 증오와 복수라 부르는 것을 만나게 될 것입니다. 이 감정들은 마무리 짓지를 못해 사방팔방으로 끌고 다니는 무겁디무거운 짐입니다. 분노와 증오와 복수의 감정을 억누르거나 오랜 시간 마음에 가두어 둔다면 부자연스러워진 이 감정들은 결국 여러분의 신체 사분면을 공격해 여러분을 병들게 할 것입니다.<112~113쪽>

여러분이 사람을 구할 수는 없습니다. 만일 그런 일을 한다면 그들은 여러분 때문에 얻지 못한 교훈을 다시 배워야만 합니다. 같은 이유로 남을 대신해 여러분이 시험장에 가고 여러분이 대신 자격증을 딸 수는 없습니다. 그 사람이 직접 가서 직접 따야 합니다. (중략) 누군가 여러분에게 구조를 바란다면 그에게 다정하게 말하세요. 그가 고통을 겪고 무엇을 배울지 몰라도 그 고통은 그가 그것을 시험으로 바라보고 그 시험을 통과할 수 있도록 온전히 그 사람 개인에게 주어진 것이라고. 혹시라도 마음이 약해져서 그의 시험을 대신 치른다면 여러분은 그에게서 큰 걸음을 앗을 것이며, 그는 여러분을 오래오래 미워할 것입니다. 아주 특별한 가르침을 배울 수 있는 마지막 기회를 당신이 빼앗아버렸으니 말입니다.<236쪽>

『충만한 삶, 존엄한 죽음』
엘리자베스 퀴블러 로스 지음│장혜경 옮김│갈매나무 펴냄│260쪽│14,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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