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의 책이 더 커 보인다” 편집자들이 본 ‘다른 출판사’ 책들
“남의 책이 더 커 보인다” 편집자들이 본 ‘다른 출판사’ 책들
  • 송석주 기자
  • 승인 2020.02.27 08:48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독서신문 송석주 기자] 언론사 편집 기자를 두고 흔히 “최초의 독자이자 최후의 필자”로 비유하곤 한다. 그들은 취재 기자에 의해 취재된 기사를 교열 및 교정하는 등 신문이나 잡지에 보도하기 위한 일련의 편집 업무를 수행한다.

출판사 편집자의 역할 역시 이와 다르지 않다. 그들은 작가의 원고를 가장 먼저 읽고, 독자들에게 잘 전달하기 위해 글을 정성스럽게 매만진다. 책 내용과 어울릴 만한 제목 선정에 고심하는 것 역시 편집자의 몫이다.

그런 편집자의 눈에 비친 ‘다른 출판사’의 책이 문득 궁금해졌다. 내가 직접 만든 책은 아니지만 ‘마음’이 가는 책이라고 해야 할까? 오늘도 한권의 책을 완성하느라 고군분투하는 편집자들에게 깊은 울림을 안긴 ‘다른 출판사’의 책들을 알아봤다.

이연실 문학동네 편집자는 돌베개에서 펴낸 이창재 작가의 책 『기억과 기록 사이』를 추천했다. 그는 “이 책은 컬럼비아대학출판부의 북 디자이너가 쓴 책으로 살면서 본인이 만든 책과 읽은 책, 영향을 받은 책에 관한 사유를 두루 담았다. 책이 한 사람의 삶을 어떻게 끌어가는가에 대한 기록의 결과물”이라고 말했다.

이어 “말하자면 ‘책에 관한 책’이라고 할 수 있다. 특히 책과 본인의 삶을 매개해 삶의 어느 순간, 그러니까 책이 잠깐 자신의 삶에 끼어둔 순간들을 흥미롭게 다뤘다. 이와 함께 사진가 노순택과 안옥현의 사진이 들어가 있는데, 책의 내용과 참 잘 어울린다”고 밝혔다.

허유진 한겨레출판 편집자는 더퀘스트에서 펴낸 로라 판 더누트 립스키 작가의 책 『사실은, 많이 지쳐 있습니다』를 꼽았다. 그는 “이 책은 무기력증과 번아웃 증후군(Burnout syndrome : 어떠한 활동이 끝난 후 심신이 지친 상태)을 앓고 있는 사람들에게 실용적인 팁을 주는 책”이라고 말했다.

이어 “기존의 심리학 서적은 주로 위로 중심의 글이 많았는데, 이 책은 어떻게 행동하면 좋은지 구체적인 지침을 주는 책이다. 그러니까 ‘위로’보다는 ‘솔루션’에 방점이 찍힌 책이다. 저자의 문체도 인상적인데, 가령 ‘인생에는 타인과 연결되는 시기와 소외되는 시기가 교차한다’와 같은 문장은 관계에 고민하는 현대인들에게 큰 울림을 준다”고 설명했다.

정민교 창비 편집자는 비룡소에서 펴낸 젠 왕 작가의 책 『왕자와 드레스메이커』를 추천했다. 그는 “이 책은 드레스 입는 것을 사랑하는 왕자 세바스찬과 자기만의 개성 넘치는 디자인을 꿈꾸는 재봉사 프랜시스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고 운을 뗐다.

이어 “세바스찬의 경우 우리가 어린 시절부터 익히 보아 온 왕자에 대한 이미지, 예를 들면 공주를 구원해 준다거나 왕인 아버지와 대립한다거나 다른 나라와 전쟁을 한다거나 하는 이미지가 하나의 거대한 편견이자 통념일 수 있다는 걸 알려준다”며 “이 책은 말 그대로 통념을 깨부수는 이야기이다. 이런 책이 앞으로 더 많이 나왔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민희 문학과지성사 편집자는 민음사에서 펴낸 인문 잡지 『한편 1호: 세대』를 추천했다. 그는 “잘 읽히는 인문 잡지란 참 드문데 그것을 해낸 잡지라 대단하다고 생각한다. 한 손에 들어오는 판형으로 들고 다니면서 읽을 수도 있고, 기성/젊은 연구자들을 섞은 필진과 적절한 글의 깊이도 좋았다”고 말했다.

이어 “너무 짧은가 싶을 때도 있지만 대중교통에서 읽기에, 자기 전 한 편씩 읽기에 딱 적절해서, ‘아, 이래서 글 길이를 짧게 했구나’ 싶었다. 만든 분들의 고민이 깊게 느껴지는 잡지라 앞으로도 계속 사서 읽을 생각”이라고 밝혔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비회원 글쓰기 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