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성평등 교육에 관한 여덟 가지 질문 『모두를 위한 성평등 공부』
[리뷰] 성평등 교육에 관한 여덟 가지 질문 『모두를 위한 성평등 공부』
  • 송석주 기자
  • 승인 2020.02.26 10:3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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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신문 송석주 기자] 어느 자리에서 ‘양성평등’이라는 말을 썼다가 지적을 받은 적이 있습니다. ‘성’(性)에는 여성과 남성이 아닌 성도 있으니, ‘양성평등’이 아닌 ‘성평등’이라고 말해야 옳다고요. 저는 “가르쳐주셔서 감사합니다”라고 말했습니다.

이런 지식이 하나하나 쌓일 때, 우리의 ‘젠더 감수성’은 풍부해질 것입니다. 그것이 결국 ‘성평등’ 사회로 나가는 하나의 자산이 되지 않을까요? 이나영, 최윤정, 안재희, 한채윤, 김소라, 김수아 선생님들이 참여한 책 『모두를 위한 성평등 공부』는 바로 이 지점을 건드리고 있습니다.

이 책은 이나영 선생님이 프롤로그에서 밝힌 것처럼, 대한민국 시민들이 현시점에서 페미니즘에 대해 알고 싶어 하는 것이 무엇인지 살피고 있습니다. 이어 페미니즘 운동과 이론에 대한 간략한 역사적 개론, 교육 현장에서 성평등 실현이 어떻게 가능한지 짚어보고 있습니다.

또한 ‘위안부’ 운동의 역사를 여성 운동사의 관점에서 제시한 후 성폭력과 성적 자기 결정권의 의미를 구체적으로 서술하고 있습니다. 이와 함께 최근 10·20세대의 가장 큰 관심사인 디지털 성폭력과 음란물, 미의 신화, 미디어 재현의 문제 역시 다각도로 살피고 있습니다.

영화 전공자인 기자는 특히 8장 ‘미디어에서 여성은 어떻게 재현되는가’ 챕터에 관심이 갔습니다. 대개의 영화에서 여성은 ‘성녀’와 ‘창녀’의 이분법 구도 속에서 극단적으로 재현돼 왔습니다. 맞거나 죽거나 강간당하는 등 늘 소수자의 위치에 자리했죠.

김수아 선생님은 “영화에서 가장 많이 논란이 되었던 작품은 <귀향>입니다. 일본군 위안부 문제를 다루면서 성폭력 장면을 너무 상세하게 노출해서 문제를 일으켰습니다. 최근 미투 운동 보도에서도 계속 지적되는 점”이라고 말합니다.

맞습니다. 조정래 감독의 영화 <귀향>은 형식적으로 문제가 큰 작품입니다. 영화가 담고 있는 메시지(내용)가 아무리 고결해도, 그것을 담아내는 메신저(형식)가 문제가 있다면 좋은 영화가 아닙니다. 말하자면 <귀향>은 좋은 내용을 나쁜 형식으로 담아낸 작품입니다.

특정 장면을 살펴보면, 위안부 소녀들이 강간당하는 장면에서의 ‘카메라 움직임’입니다. 소녀를 강간하는 일본군의 시점과 카메라의 시점이 일치되는 것 혹은 강간당하는 소녀들을 직부감 숏(내려찍기)으로 훑는 장면 등은 ‘재현의 윤리’ 관점에서 봤을 때 심각한 문제를 지니고 있습니다.

미디어 재현에서 나타나는 성별 고정관념과 이 고정관념이 우리 사회에 어떤 영향을 미치고 있는지를 조금 더 상세하게 알고 싶은 분들에게 특히 도움 되는 챕터입니다. 이 외에도 성평등과 관련한 다양한 이슈에 관해 공부해보고 싶은 독자들이라면 이 책을 펼쳐보시기 바랍니다.

『모두를 위한 성평등 공부』
이나영 외 5명 지음│가나출판사 펴냄│376쪽│17,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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