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인간과 권력의 본질을 꿰뚫는 문장들 『사기어록』
[리뷰] 인간과 권력의 본질을 꿰뚫는 문장들 『사기어록』
  • 서믿음 기자
  • 승인 2020.02.25 16: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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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신문 서믿음 기자] 『사기』는 사마천이 궁형(생식기 제거) 당하는 치욕을 겪고도 아버지의 유지를 받들어 쓴 역사서로, 진시황이 중국 영토를 통일했다면 사마천은 관념적으로 중국을 통일했다는 평가를 받을 정도로 큰 영향력을 지닌다. 시간적으로는 상고(上古) 시대부터 한나라 무제 때까지를 아우르며, 공간적으로는 옛 중원을 중심으로 주변 이민족의 역사를 아우른다. 인간 중심적 역사관을 바탕으로 인간과 세계를 탐구하면서 2000년이 넘도록 '인간학 교과서'라고 불리며 오늘날에도 널리 읽히고 있다. 

총 130편으로 이뤄진 『사기』를 국내 최초로 번역한 건 이 책의 저자인 김원중 교수. 그 분량이 4,000페이지가 넘고, 잘 알려진 『사기 열전』만 해도 1,800여 쪽에 달해 선뜻 손이 가지 않는 한계가 있었다. 이에 저자는 '인간과 권력의 본질' '어떻게 살아가야 할 것인가'란 문제를 파고든, 현대 독자들에게 뜻 깊을 명언명구를 선정해 해설을 달았다. 

"대체로 사람이 살아 있다는 것은 정신이 있다는 것이며, 기탁하는 것은 육신이거늘, 정신을 너무 사용하면 고갈되고, 육신을 너무 수고롭게 하면 피폐해지니, 육체와 정신이 분리되면 죽게 된다" 「태사공사서」

사마천 아버지 사마담의 말이다. 사마천에게 『사기』를 완성해 달라고 유언한 사마담은 당시 학자들이 학문의 참뜻에 통달하지 못하면서도 스승을 배척하는 것을 긍휼히 여겨 육가(유가, 묵가, 도가, 법가, 음양가, 명가)의 주된 가르침을 정리했는데, 앞의 말은 그 마지막에 나오는 말이다. 사마담은 "정신이란 삶의 근본이고 육체는 보존하고 실어 나르는 도구"라는 관점을 아들에게 확실하게 물려줬다고 저자는 말한다. 

"술이 극도에 이르면 어지럽고 즐거움이 극도에 이르면 슬퍼진다" 「골계열전」

제나라 위왕(威王) 8년에 초나라가 쳐들어오자 위왕은 순우곤에게 상당한 수준의 예물을 주며 조나라에 구원을 요청한다. 그리고 그 요구가 수락돼 조나라가 정예병 10만과 전차 1,000대를 내주자 위왕은 기뻐하며 주연을 베푼다. 시국에 어울리지 않는 행태가 못마땅한 순우곤은 주량을 물어보는 위왕의 질문에 위와 같이 답했다. 저자는 "주량이란 분위기에 따라 완전히 달라질 뿐만 아니라 즐거움만 추구하면 곧 패망한다는 것을 일꺠우고자 한 것"이라며 "풍자와 통찰이 적절하게 이뤄진 명분"이라고 평가한다. 

『사기어록』
김원중 지음 | 민음사 펴냄│424쪽│18,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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