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영화, 구조적 모순 바로잡아야…
한국영화, 구조적 모순 바로잡아야…
  • 송석주 기자
  • 승인 2020.02.25 12: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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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연합뉴스]

[독서신문 송석주 기자] 오는 4월 총선을 앞두고, 한국 영화산업의 심각한 불균형을 제도적으로 개혁하자는 목소리가 영화인들 사이에서 나오고 있다. 일명 ‘포스트 봉준호법’이 그것. 문소리, 주진숙, 이창동, 임권택, 임순례, 안성기 등 영화인 50여명이 1차 서명을 완료했다.

이와 관련해 영화진흥위원회(위원장 오석근, 이하 영진위)는 지난 19일 ‘영화산업 경제민주화를 위한 제도개선을 요청합니다’라는 입장문을 통해, 한국 영화산업의 구조적 문제 개선 및 영화산업 불공정성 해소를 위한 제도 마련에 국회가 힘써줄 것을 당부했다.

주요 내용으로는 ▲독립영화 전용관 설치 제도화 및 재정적 지원책 마련 ▲스크린(상영회차) 상한제 도입 ▲대기업의 영화 배급 및 상영업 등 겸업으로 인한 불공정성 문제 해소 노력 ▲영화발전기금 부과 기간 연장 등이다.

영진위는 요청문에서 “새로움을 추구했던 창작자와 그 새로움을 발견하고 든든하게 지지했던 제작자‧투자자의 아름다운 동반자 관계가 한국영화의 오늘을 만든 긍정적 요인”이었다며 “(하지만 최근에는) 이런 새로움을 지향하는 동반자 관계를 매우 약화시키거나 원천적으로 봉쇄하는 쪽으로 변하고 있다”고 우려했다.

이어 “(이러한 논의는) 다양성 부족과 산업 주체들 사이의 관계에서 발생하는 심각한 불공정성에 대한 문제제기”이며 “한국영화의 지속가능성과 관련된 실험성‧독창성 등의 예술역량에 대한 비판적 자기 성찰이기도 하다”며 현재 한국 영화산업의 ‘기울어진 운동장’(uneven playing field) 문제에 관해 진단했다.

영진위가 느낀 문제의식처럼 최근에는 감독들의 예술적인 실험과 도전이 점점 약화되고 있다. 이는 투자와 배급을 비롯해 상영까지 겸하는 시장지배적인 기업들에 권력이 집중돼 있기 때문이다. 즉 ‘수익성 위주’로 돌아가는 영화산업의 기형적 구조가 감독들의 미학적 시도를 막고, 일부 기업의 모험적 투자까지 방해하고 있다는 게 가장 심각한 문제이다.

이와 관련해 정영권 영화평론가는 “충무로의 거대 자본이 재능 있는 감독들을 ‘자신들의 입맛’에 맞게 길들이는 게 제일 문제”라고 지적했다. 그는 “봉준호의 경우 영화광이고, 나름 개방적인 분위기에서 영화 연출을 시작한 사람이다. 지금은 (봉준호가 성장할 때처럼) 미학적 시도를 할 수 있는 분위기가 조성돼 있지 않다. 이러한 토양 없이 단순히 제도 개선만으로는 제2의 봉준호가 나오기 힘들다”고 설명했다.

약간 결은 다르지만 최근 넷플릭스의 행보가 인상적이다. 넷플릭스는 할리우드의 유명 감독들인 알폰소 쿠아론과 마틴 스코세이지에게 거대 자본을 투자, 일체 간섭은 하지 않겠다고 천명했다. 그렇게 해서 나온 작품이 바로 영화 <로마>(2018)와 <아이리시맨>(2019)이다. 두 영화 모두 세계 유수의 영화제에 초청돼 유의미한 결과를 거뒀다.

지난 10일 열린 제92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마지막 마이크를 잡은 사람은 <기생충>의 투자와 배급을 맡은 이미경 CJ 부회장이었다. 배급사의 대표가 수상소감을 하는 일은 전례를 찾기 힘들다. 이는 한국영화의 구조적 모순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장면이다.

이에 대해 <기생충>의 제작을 맡은 곽신애 대표는 “영화를 진정 사랑하는 분이기에 이해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우리는 누가 순수하고 착한 마음씨를 가졌는지 말하고자 하는 게 아니다. 지원은 하되, (어떤 형식으로든) 간섭은 말자. 지난 20일 청와대에서 봉준호 감독에게 건넨 문재인 대통령의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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