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속 명문장] BBC 선정, 지난 천 년간 최고의 작가 조지 오웰의 『동물 농장』
[책 속 명문장] BBC 선정, 지난 천 년간 최고의 작가 조지 오웰의 『동물 농장』
  • 전진호 기자
  • 승인 2020.02.24 16:2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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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진호 기자] 아직 할 말이 조금 더 남았습니다. 다시 한 번 말하겠습니다. 인간과 인간의 모든 생활 방식에 대해 적대감을 가지는 것이 여러분의 의무임을 늘 기억하시기 바랍니다. 두 발로 걸어 다니는 것들은 모두 다 우리의 적입니다. 네 발로 다니거나 날개가 있는 것은 모두 우리 편입니다. 또 기억해야 할 것은 우리가 인간에게 맞서 싸우다가 결국 인간과 닮는 꼴이 돼서는 안 된다는 점입니다. 우리가 인간을 정복한다 할지라도 인간이 지닌 악행을 닮아서는 안 됩니다. 그 어떤 동물도 집에서 살거나, 침대에서 잠을 자거나, 옷을 입거나, 술을 마시거나, 담배를 피우거나, 돈에 손을 대거나, 물건을 사고파는 행위를 해서는 안 됩니다. 인간이 가진 모든 습성은 악입니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그 어떤 동물도 같은 종족을 억압해서는 안 됩니다. 강자든 약자든, 영리하든 단순하든 우리는 모두 한 형제입니다. 그 어떤 동물도 다른 동물을 살해해서는 안 됩니다. 모든 동물은 평등합니다. <18쪽>

여름 내내 농장 일은 시계태엽처럼 정확하고 순조롭게 굴러갔다. 동물들은 전에는 상상조차 할 수 없었던 행복을 만끽했다. 먹을 것을 입에 넣을 때마다 짜릿한 쾌감을 느꼈다. 이제 그들이 먹는 이 음식은 주인이 투덜대며 찔끔찔끔 나눠주는 먹이가 아니라 스스로 직접 생산한 자신들의 진정한 식량이었던 것이다. 무가치한 기생충 같은 인간들이 사라졌으니 동물들이 먹을 양도 더 많아졌다. 또한 동물들에게는 익숙하지 않은 여가 시간도 늘어났다. 한편 많은 어려움에 직면하기도 했다. 예를 들어 그해에 옥수수를 거둬들일 때는 농장에 탈곡기가 없어서 옛날 방식으로 옥수수를 밟아서 겉껍질을 입으로 불어 날린 다음 알맹이를 하나하나 골라내야 했다. 하지만 영리한 돼지들과 힘센 장사 복서 덕분에 문제를 극복해 나갈 수 있었다. <37~38쪽>

어느 일요일 아침, 동물들이 지시 사항을 전달받으러 모였을 때 나폴레옹이 새로 정한 정책이 있다고 발표했다. 이제부터 동물 농장은 이웃 농장들과 거래를 할 것이라고 했다. 물론 상업적인 목적을 위해서가 아니라 단지 꼭 필요한 물건들을 구입하기 위한 것이었다. 무엇보다도 풍차 건설이 가장 시급한 문제라고 말했다. 그래서 건초 한 더미와 올해 수확할 밀의 일부를 팔려고 준비 중이라고 했다. 그리고 돈이 모자랄 경우에는 윌링던에 늘 장이 서기 때문에 달걀을 팔아서 보충할 계획이었다. 이를 암탉들은 풍차 건설에 특별히 기여할 수 있는 기회로 받아들이고 희생을 기꺼이 감수해야 한다고 나폴레옹은 말했다.
이번에도 동물들은 마음속으로 묘한 불편함을 느꼈다. 인간들과는 절대 상대하지 않는다, 사고파는 일을 절대 하지 않는다, 돈을 절대 사용하지 않는다. 이것들은 바로 존스 씨를 내쫓고 난 다음 의기양양하게 열었던 첫 총회에서 다짐했던 것들이 아니었던가? 동물들은 그런 결의안들을 통과시켰던 것을 기억하고 있었다. 혹은 적어도 기억하고 있다고 여겼다. <72~73쪽>


『동물 농장』
조지 오웰 지음 | 더미 그림 | 추미옥 옮김 | 꿈결 펴냄│248쪽│12,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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