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소비가 모든 것이 된 시대, 소비를 통해 사회를 보다
[리뷰] 소비가 모든 것이 된 시대, 소비를 통해 사회를 보다
  • 송석주 기자
  • 승인 2020.02.23 16: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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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신문 송석주 기자] 저자가 인용한 장 보드리야르의 말처럼, 19세기 일반 대중이 노동자가 됨으로써 근대인이 됐듯이 20세기 이후 대중은 소비자가 됨으로써 현대인이 됐습니다. 그러니까 이제는 ‘직업’(생산)이 그 사람의 정체성을 결정짓는 게 아니라 ‘소비’가 그 사람이 누구인지 결정짓는 시대가 됐죠.

이 책은 ‘소비’라는 프리즘을 통해, 소비가 모든 것이 된 우리 사회의 단면을 여러 키워드를 통해 살펴봅니다. 유행, 공간, 장소, 문화, 광고, 육체, 사치, 젠더, 패션, 취향 등 저자가 선별한 열한 가지 키워드는 현대인의 소비의 풍광을 엿볼 수 있는 길잡이로 작용합니다.

특히 인상적인 대목은 “물질적 소유보다는 공유와 경험을 더 중요하게 생각하는 소비가 확산되고 있다”는 저자의 진단입니다. 그 예 중의 하나가 바로 ‘스트리밍 라이프’입니다. 저자는 “특색 있는 자신만의 공간을 찾아 발걸음을 옮기는 공간소비, 재미와 의미를 공유하는 경험소비, 과시보다는 내면의 성장에 초점을 맞춘 문화소비 등이 그 어느 때보다 활발하다”고 말합니다.

여러 키워드 중 소비에 관한 저자의 ‘젠더’ 키워드가 눈길을 끕니다. 저자는 “19세기 중반 이후 근대 자본주의에서 생산과 소비의 이원적 관계는 매우 극명하게 젠더화됐다”고 설명합니다. “즉 생산은 남성, 소비는 여성의 몫이었다. 생산은 적극적이며 공적인 영역으로서 마땅히 남성의 영역으로 인식됐던 반면, 소비는 소극적이고 사적인 영역으로 여성에게 맡겨졌다”고 말합니다.

이어 “소비문화가 형성되는 오랜 과정 속에서 유형화된 젠더 개념은 남성뿐만 아니라 여성에게도, 그리고 상품을 판매하는 기업뿐 아니라 소비자에게도 왜곡된 여성성을 고착화시켰다”고 진단합니다.

하지만 20세기 이후 이러한 유형화된 젠더 개념에 조금씩 균열이 나기 시작합니다. 저자는 “그 이전까지 여성은 가사와 육아 등을 책임지는 가정주부로서, 어머니로서 그리고 아내로서 위치가 정해져 있었다. 그러나 1980년대에 접어들면서부터 이제 여성은 자기 자신 그 자체로 조명되기 시작했다”고 설명합니다.

저자는 “그동안 생산 영역에서 사회적으로 우월적 존재로 인식돼온 남성이 소비 영역의 새로운 주체로 편입됐던 것과 마찬가지로, 그 반대에선 전통적으로 소비자의 이미지와 틀에서 벗어나지 못했던 여성에게 ‘일하는 여성’이라는 생산의 시각이 투영됐다”며 “이렇게 등장한 ‘신여성’은 자신을 위해 투자했고, 일과 아름다움을 함께 추구함으로써 전통적인 여성상을 거부했다”고 설명합니다.

젠더를 포함해 지성과 욕망, 스포츠와 예능, 진보와 보수, 공간과 취향까지 소비로 유형화할 수 있는 시대입니다. 각 키워드와 관련된 내용을 소비라는 프리즘을 통해 살펴보고 싶은 독자들에게 특히 유용한 책입니다.

『소비 수업 : 우리는 왜 소비하고, 어떻게 소비하며, 무엇을 소비하는가?』
윤태영 지음│문예출판사 펴냄│336쪽│18,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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