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 볼 만한 것] 코로나19에 강제 ‘방콕’... 여행이 고프다면 이 소설을
[주말 볼 만한 것] 코로나19에 강제 ‘방콕’... 여행이 고프다면 이 소설을
  • 서믿음 기자
  • 승인 2020.02.22 08: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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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신문 서믿음 기자] 코로나19 사태가 소강상태를 보이는가 싶더니 지난 20일부터 대구 지역을 중심으로 확진자가 급격히 증가해 22일 기준으로 우리나라 확진자 수(346명)가 중국, 일본에 이어 세계 3위(기존 5위)에 올랐다. 사망자도 두명이나 발생했는데, 이로 인해 긴장을 늦추고 여행을 시도하려던 사람들이 다시 지겨운 ‘방콕’을 선택하는 경우가 늘고 있다. 평년 같으면 수줍은 봄기운을 느끼며 여행하기 딱 좋은 시기지만, 그러지 못하는 상황. 비록 오감을 자극받는 현실 여행은 아니지만, 잠시 현실을 떠나 다른 세상을 접할 수 있는 책 여행에 적합한 작품을 추천한다.

먼저 추천할 작품은 조정래 작가의 대하소설 『한강』이다. 해당 작품은 분단 이후(1959년)부터 산업화 시기(1980년), 격동의 현대사 속으로 독자를 이끈다. 작품이 꼬집는 현실 문제는 다양하다. 먼저 월북자 아버지를 둔 유일민, 유일표 형제를 통해서는 ‘연좌제’의 무자비함을 꼬집으며 ‘이념전쟁’이 인간의 삶을 얼마나 뒤흔들어댈 수 있는지를 조명한다. 사법고시를 준비할 정도로 학업성취가 뛰어났지만, 월북자의 자식이란 낙인에 꿈을 포기해야 했던 일민과 그런 모습을 지켜보며 지긋지긋한 가난과 감시 속에서 숨죽여야 했던 동생 일표의 삶은 불과 몇십 년 전 이 땅에서 벌어졌던 일이라고는 믿기지 않을 정도의 이질감을 자아낸다.

그뿐 아니라 해당 작품은 경제발전 이면에 자리한 노동자와 여성의 열악했던 삶의 자취도 들춰낸다. 월남에 파병된 군인, 서독에 파견된 광부와 간호사, 사우디아라비아 건설 현장에서 일하는 노동자의 삶을 통해 뒷배경과 돈이 없이는 부당한 대우를 감내해야만 했던 그때 그 시절, 소시민의 삶을 조명한다. 돈 없고 힘없는 인간 군상이 먹고살기 위해 도덕을 저버리는 과정, 순결이 목숨처럼 중시되던 시기에 정말 원치 않았지만, 거짓 술수에 속아 넘어가 성(性)을 팔게 된 여성들의 기구한 삶의 곡절은 보는 이의 말문을 틀어막는다.

또 전태일 열사가 등장하는 대목은 그 시절 노동자의 삶이 어떠했는지, 왜 분신이란 과격한 방법을 선택할 수밖에 없었는지를, 강남 개발 정보를 사전에 입수해 투자이익을 얻고, 부실 공사로 와우아파트가 붕괴되는 대목은 시대를 막론하고 늘 존재하는 인간의 탐욕을 여과 없이 드러낸다. 등장인물만 수십명, 열권에 달하는 장편소설로 일독하는 데 적잖은 시간이 들지만, 조정래 작가의 흡입력 있는 문체와 내용 전개는 독자를 그때 그 시절로 푹 빠져들게 한다.

시간이 허락된다면 조정래 작가의 대하소설 3부작인 『아리랑』(1904년부터 해방기까지), 『태백산맥』(해방 후인 1948년부터 분단이 고착된 1953년 배경)을 함께 읽어봐도 좋겠다.

[사진=밀리의 서재]
[사진=밀리의 서재]

다음으로 추천할 작품, 아니 작가는 스타 소설가 김영하 작가다. 몇 해 전만 해도 그저 문학을 좋아하는 사람들 사이에서 유명한 작가였지만, tvN ‘알쓸신잡’ 등의 방송 출연으로 대중 인지도를 높이면서 이제는 모르는 사람을 찾기 어려운 작가로 자리매김했다.

김 작가의 작품은 출간할 때마다 일반적이지 않은 내용으로 주목받았다. 1996년 문학동네 신인상을 수상한 장편소설 『나는 나를 파괴할 권리가 있다』의 경우 자살하려는 여자들과 그 주변의 남자들 그리고 자살을 돕는 주인공의 이야기를 그려 화제를 불러 모았고, 『아랑은 왜』(2001)에서는 뜬금없이 16세기 명종 시대의 전설을 끌어내 의외라는 반응을 얻었다. 『빛의 제국』(2006)에서는 평양외국어대학교 재학 중에 대남공작원 교육을 받고 서울에 잠입한 간첩 이야기를 다뤘는데, 진보 정권이던 당시 잘 다루지 않던 간첩 이야기를 꺼내 주목을 받았다. 『살인자의 기억법』(2013)의 경우에는 노인이나 알츠하이머를 다루면 흥행하기 어렵다는 통념을 깨고 알츠하이머를 앓는 70대 노인의 연쇄살인극을 그려 큰 인기를 얻었다. 해당 작품은 2017년 동명의 영화로도 제작된 바 있다. 지난 15일에는 통일된 한국의 평양에서 자신을 인간으로 생각하며 17년간 살아온 ‘휴머노이드’ 로봇의 이야기를 그린 소설 『작별 인사』를 선 출간해 주목받고 있다.

『작별 인사』의 경우 한 달에 1만5,900원을 내는 ‘밀리 오리지널 종이책’ 서비스에 가입하면 받아볼 수 있다. 해당 서비스에 가입하면 전자책 5만권도 읽을 수 있는데, 그 안에는 위에서 언급한 조정래 작가의 대하소설 3부작 『아리랑』 『태백산맥』 『한강』과 김영하 작가의 『살인자의 기억법』 『나는 나를 파괴할 권리가 있다』 『빛의 제국』을 포함해 『퀴즈쇼』 『호출』 『오직 두 사람』 『너의 목소리가 들려』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아무도』가 포함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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