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속 명문장] 장 자크 루소 “인간 사회가 불평등한 이유” 『인간 불평등 기원론』
[책 속 명문장] 장 자크 루소 “인간 사회가 불평등한 이유” 『인간 불평등 기원론』
  • 전진호 기자
  • 승인 2020.02.22 15:2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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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신문 전진호 기자] 나는 인간의 모든 지식 중에서 가장 유용하지만 가장 뒤떨어진 것이 인간에 관한 지식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델포이 신전에 새겨진 단 한 줄의 글에 인간성 탐구자들이 쓴 모든 두꺼운 책들보다 더 중요하고 어려운 교훈이 담겨 있다고 감히 말할 수 있다. 그래서 나는 이 논문의 주제를 철학이 제안할 수 있는 가장 흥미로운 문제 중 하나이자, 불행하게도 철학자들이 해결하기에 가장 까다로운 문제 중 하나로 본다. 인간 자체에 대해 알지 못한다면, 인간 사이에 존재하는 불평등의 기원에 대해서는 알 수가 없기 때문이다. 그리고 연속되는 시간과 사물이 인간의 최초의 구조 속에서 일으켰음에 틀림없는 모든 변화 속에서, 어떻게 인간은 자연이 만들어놓은 그대로의 자기 모습을 알아볼 수 있을 것인가? 어떻게 상황이나 인간의 진보가 그의 원시 상태에 덧붙이거나 변화시킨 것을 그의 본질과 구분할 수 있을 것인가? 시간과 바다와 폭풍우 때문에 너무나 보기 흉해져서 신이라기보다는 맹수처럼 보이는 글라우코스의 석상처럼, 인간의 영혼도 끊임없이 반복되는 다수의 원인에 의해, 그리고 끊임없이 정념을 뒤흔들어놓는 충격에 의해, 사회 내부에서 변질돼 거의 알아볼 수 없을 정도로 외관이 바뀌었다. 그래서 그것에서는 이제 언제나 일정한 불변의 원칙에 따라 행동하는 존재와 조물주가 이 존재에게 새겨 넣은 저 경이롭고 장엄한 단순성은 찾아볼 수 없고, 오직 이치를 따진다고 믿는 정념과 망상에 빠진 지성의 기형적인 대조만 발견할 수 있을 뿐이다. 

더 한층 참기 힘든 것은, 인간의 모든 발전이 인간을 그의 원시 상태에서 끊임없이 멀어지도록 하기 때문에, 우리가 새로운 지식을 더 많이 축적하면 할수록 가장 중요한 지식을 획득할 수 있는 수단은 더 많이 잃어버리게 됐으며, 어떻게 보면 인간을 연구하다 보니 인간을 알 수 없게 돼버렸다는 사실이다. 

사람들을 구별하는 차이의 최초의 기원을 이 인간 구조의 연속적 변화 속에서 찾아야 한다는 건 누구든지 쉽게 알 수 있다. 여러 물리적 원인들이 오늘날 우리가 볼 수 있는 몇몇 변종들을 만들어내기 전까지는 모든 종의 동물들이 그랬듯이, 인간도 본래는 서로 평등했다. 이것은 누구나 인정하는 사실이다. 이 최초의 변화가 어떤 식으로 일어났든지 간에, 종의 모든 개체들을 한꺼번에 같은 방법으로 변질시켰을 것이라고는 도저히 생각할 수 없다. 어떤 개체들은 어 좋아지거나 더 나빠져서 그것의 본성에 내재하지 않은 여러 좋은 성질이나 나쁜 성질을 획득한 반면에, 어떤 개체들은 더 오랫동안 원래 상태로 남아 있었다. 바로 이것이 인간들 사이에 자리 잡은 불평등의 최초의 기원이다. 따라서 그것의 진정한 원인을 정확하게 밝혀내는 것보다는, 그것을 일반적으로 증명하는 것이 더 쉽다. 

그러니 이 글을 읽으시는 분들은 내가 이해하기 너무나 어려워 보이는 것을 이해했다며 우쭐댄다고 생각하지는 마시기 바란다. 나는 문제를 해결할 수 있으리라는 희망에서보다는, 문제를 명확히 해 그것의 실제 상태로 되돌려놓으려는 의도에서 감히 몇 가지 추측을 해보았다. 다른 사람들은 같은 길을 더 쉽게 멀리 갈 수도 있을 것이다. 물론 종착지에 도달하는 건 누구에게도 쉬운 일이 아니겠지만 말이다. <41~43쪽>

『인간 불평등 기원론』
장 자크 루소 지음│이재형 옮김│문예출판사 펴냄│416쪽│11,5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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