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리 오리지널 ‘독점’은 문제?... 김영하 작가가 ‘밀리’를 선택한 이유
밀리 오리지널 ‘독점’은 문제?... 김영하 작가가 ‘밀리’를 선택한 이유
  • 서믿음 기자
  • 승인 2020.02.21 13:0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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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밀리의 서재]
[사진=밀리의 서재]

[독서신문 서믿음 기자] 김영하 작가가 7년 만에 장편소설 『작별 인사』를 출간해 주목받는다. 베스트셀러 작가가 7년 만에 펴냈다는 점도 특별하지만, 더 주목받는 건 출판사가 아닌 도서 구독 앱 서비스를 제공하는 ‘밀리의 서재’(밀리)에서 출간했다는 사실이다.

김 작가의 신작 『작별 인사』는 1만5,900원을 낸 독자에게 격월로 발송하는 ‘밀리 오리지널 종이책 구독’(밀리 오리지널) 서비스의 세 번째 작품으로 지난 15일 출간됐다. 밀리 오리지널은 책이 일반 서점에 유통되기 3개월 전 제한적 제공이 특징인데, 이런 요인이 ‘독점’ 논란을 불러일으켰다. 서점에 공개되기 전 밀리에서만 판매하면서 소비자의 도서 선택권을 저해했다는 것. 하지만 일각에서는 기성 출판산업에서 독점 출판이 없었던 것도 아니고, 3개월 뒤에는 시중 서점에서도 판매되는데, 선택권 침해는 엄격한 잣대라고 주장하기도 한다.

20일 서울 중구 웨스틴조선호텔에서 열린 『작별 인사』 출간 기자회견에 참석한 김 작가 역시 비슷한 맥락으로 발언했다. 독점 선공개는 근대문학이 시작된 이후부터 계속돼 온 일이라는 것. 그는 “과거 대부분의 작가가 신문에 먼저 연재하고, 이후 그걸 묶어서 단행본으로 냈다. 이건 20세기 초부터 해왔던 일”이라며 “나 역시 그랬다. 도서 『빛의 제국』(2010/문학동네)은 계간지에 연재하고 묶었고, 『퀴즈쇼』(2010/문학동네)는 일간 신문에 연재하고 묶었다. 이번 『작별 인사』의 경우 (대형) 서점에는 3개월 후에 공개되지만, 동네서점이나 독립서점에는 3개월 이내에 공급될 것으로 안다. (밀리) 가입이 어렵다면 가까운 서점에서 구매하면 된다”고 말했다. 밀리 측은 지난 17일부터 페이스북 등의 공식 SNS에 밀리 오리지널과 함께할 동네책방과 독립서점을 모집한다고 공지한 상황이다.

밀리에서의 선 출간 결정은 김 작가의 도전 정신과도 맥이 닿아 있다. 그는 “하던 대로 살던 대로 사는 게 제일 힘들다. (뭐든) 막 바꿔보고 싶다. (밀리의 출간 제안에도) ‘해보지 뭐~’ 그렇게 생각했다”며 “제안을 받고 며칠간 (밀리 앱을) 사용해봤는데 짬이 날 때나 책을 들고 있기 괴로울 때 유용할 것 같았다. 도전해보고 싶은 느낌이 들었다. 또 회원제 서비스기 때문에 한 번에 확 공개되는 것보다 부담이 적어 더 대담하게 쓸 수 있었던 것도 같다”고 전했다.

결국 20세기 이후 작가들은 신문이나 지면에 작품을 연재하고 이후 그걸 묶어서 책으로 내왔는데, 밀리라는 새로운 플랫폼이 생겼을 뿐 이전과 크게 다를 것은 없다는 말이다. 오히려 작가들이 활동할 수 있는 터전 확대로 볼 수 있는데, 이와 관련해 김 작가는 “시장에 플레이어는 많을수록 좋다. 과거 작가들은 문학과지성사와 창비 둘을 놓고 고민했다. 한번 어느 진영에 들어가면 다른 출판사에서 책을 내지 않았다. 그 뒤 문학동네가 생기면서 젊은 작가가 대거 문학동네로 이동했고, 선인세라는 당시로써는 신선한 바람도 일으켰다”며 “작품을 원하는 곳이 많아 나쁠 것 없다”고 말했다.

이어 밀리 오리지널에 조남주, 김영하, 김훈 작가가 참여하는 등 ‘유명작가들을 위한 무대가 아니냐’는 우려에는 “지금이야 이 (밀리) 서비스가 자기들을 알려야 하니 내가 필요할 수 있지만, 어느 정도 서비스가 안착하면 신인 작가들에게 기회가 돌아갈 것”이라고 말했다.

그렇다면 3개월 후 『작별 인사』는 어느 출판사에서 정식출간 될까? 아직 정해지지 않은 상황이지만, 이제껏 김 작가의 작품 대부분을 출간한 문학동네가 유력하게 지목되고 있다. 김 작가는 “그분들(문학동네) 마음에 안 들면 안 내겠지만, 가능성은 큰 상황이다. 아직 계약하진 않았고 적절한 시기를 보고 있다. 선공개하면서 독자 반응도 보고 있어서 (작품에서) 수정할 부분이 많으면 더 걸릴 수도 있다”고 말했다.

항간에 이는 문학동네 임프린트(하위 브랜드) 출판사 설립 의혹은 부인했다. 그는 “내가 문학동네 임프린트 출판사를 차리는 게 아니라 아내가 따로 출판사를 차릴 예정이다. 문학동네는 지분을 투자하고 마케팅과 서점 배본을 도와주는 정도”라며 “(내 책을 포함해) 오래됐거나 절판된 책을 주로 낼 거다. 4월이면 첫 책이 나올 것”이라고 말했다.

밀리와 김 작가의 협업에 ‘독점’ 논란이 이는 건, 그만큼 상당한 관심이 쏠리고 있다는 방증이다. 밀리는 책을 가까이하고 싶지만 그러지 못하는 사람들을 위한 독서 플랫폼을 표방하면서, 책 내용을 30~40분 이내로 요약해서 들려주는 ‘리딩북’과 채팅 형태로 구성한 ‘챗북’ 등 색다른 콘텐츠를 통해 독서 문턱을 낮추고 있다. 국민 월평균 독서량(0.75/「2017 국민독서실태조사」)을 크게 웃도는 밀리 회원들의 독서량(7~8권)이 그 결과물. 새로운 시도에 다소 소란스럽더라도, 더 많은 사람이, 더 많은 책을 읽을 수만 있다면 그 가치는 충분하지 않을까.

책 줄거리.

통일된 한국, 인간과 닮은 로봇 ‘휴머노이드’ 특화 도시로 선정된 평양의 어느 로봇 연구소에서 태어난 주인공 소년 ‘철이’. ‘휴머노이드 등록법’이 통과되면서 등록 과정을 거쳐야 하지만, 그러지 못한 철이는 미등록 로봇이라는 이유로 어디론가 끌려간다. 17년간 인간으로 살아왔는데, 자신이 로봇이라는 사실에 철이는 큰 충격을 받는데… 그런 혼란 속에서 인간이란 존재와 그 삶을 고찰하는 내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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