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물 없이 샤워할 수 있다? 『AI도 모르는 소비자 마음』
[리뷰] 물 없이 샤워할 수 있다? 『AI도 모르는 소비자 마음』
  • 서믿음 기자
  • 승인 2020.02.14 15:0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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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신문 서믿음 기자] 밀레의 '이삭 줍는 여인들'은 후대에 길이 남는 명화로 전해진다. 실제로 평론가들은 "그 시절 추수 이후에 남겨진 것들을 줍는 것은 최하급의 일이었지만, 밀레는 작품에서 세 여인을 마치 영웅과도 같은 구도 속에서 표현했다" "수평선까지 끝없이 펼쳐진 밭은 드넓고 장대한 하늘 아래 저물어가는 노을 빛을 받아 금빛으로 물들어 가고 있다"고 극찬한다. 그런데 과연 일반 사람들의 눈에도 그렇게 보일까? 꼭 그렇지만은 않다. 한 소비자는 "칙칙한 가을 분위기에, 시골의 논밭에서 맡을 수 있는 큼큼한 거름 냄새가 연상된다. 안개가 가득해서 어둑어둑하다. 마른 나뭇가지들은 메말라 보이고, 전반적으로 우울하고 빈곤하다"고 평론가들과는 사뭇 다른 평을 내놓았다. 

결국 전문 마케터와 소비자 사이에 존재하는 갭이 존재한다는 이야기. 마케팅&브랜드 전략 컴퍼니 'Lemonade&co의 대표이자 경영학 박사인 저자는 그 '갭'에 주목하며 소비자를 이해하는 방법을 소개한다. 

당연한 얘기지만, 소비자 심리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그들의 필요를 알아챌 필요가 있는데, 마케팅 업계에서는 이를 ''Pain Point'(통증 점)이라고 명명한다. 실례로  17세의 나이에 물 없이도 샤워가 가능한 건식 목욕제품 '드라이 배스'를 만든  루드윅 매리쉐인 사례를 들 수 있는데, 그는 샤워를 귀찮아하는 사람들의 '바람'과 수도 시설을 갖추지 못한 25억명에 달하는 사람의 '필요'에 주목하면서 대성공을 거뒀다. 남아프리카 공화국 림포포에서 주당 50랜드(약 3,981원)를 받던 청년은 일약 세계적인 스타로 거듭났다. 

전기선이 걸리적거렸던 청소기에 변화를 줘 무선 청소기를 선보인 다이슨의 사례도 '갭'을 넘어서 'Pain Point'를 잘 짚어낸 사례다. 100만원이 넘는 가격이 또다른 'Pain'(고통)으로 작용하긴 하지만 5,126번의 실패 끝에 만들어졌다는 후문이 가격 수용력을 높인다. 다이슨은 벌써 2050년에 선보일 신제품을 준비하고 있는데, 그건 바로 덮개나 우산살이 없는 우산이다. 접었다 폈다, 해야하고, 젖으면 말려야 하는 불편을 해소하기 위해 우산대 속에 설치된 모터가 뿜어 올린 공기가 만든 장막이 비를 밀어내는 것이다. 

마케팅 방법론을 실제 사례와 엮어 친절하고 자세히 소개하는 책으로, 지식과 재미를 적절히 버무려 힘들이지 않아도 술술 읽힌다. 소비자를 이해하기 위한 마케터에게도, 내가 뭘 원하는지 모르는 소비자에게도 잘 어울리는 책이다. 


『AI도 모르는 소비자 마음』
박소윤 지음 | 레모네이드앤코 펴냄│256쪽│15,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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