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자는 “수많은 것을 동시에 배워서 무지(無知)에 이르기”라는 독특한 삶의 목표를 가지고 있는데, 이 책은 그 목표에 정확히 부합한다. 철학과 언어, 예술과 문학, 사회와 정치, 역사와 과학 등을 아우르며 벤야민을 제대로 읽기 염원했던 저자의 치열한 노력과 방황의 흔적이 담겼다. 맞춤법과 띄어쓰기를 무시하고, 북 디자인 파괴 등 실험적으로 제작된 책이다. 저자는 “읽는 동안 낯선 외국어나 난해한 부분이 나오면 그냥 이미지로 생각하고 뛰어넘어도 된다”고 말한다. 책의 중간 중간, 결국 벤야민을 이해하는 기쁨을 맛보기 시작한 저자의 환호성이 묻어난 대목도 인상적이다.
■ 벤야민 번역하기
김재준 지음│소명출판 펴냄│651쪽│33,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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