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토인북] 미술과 물리의 아름다운 동행 『미술관에 간 물리학자』
[포토인북] 미술과 물리의 아름다운 동행 『미술관에 간 물리학자』
  • 송석주 기자
  • 승인 2020.02.10 13:46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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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신문 송석주 기자] “물리학은 예술가들에게 가장 큰 영감을 선사한 뮤즈였다!” 물리학자인 저자가 머리말에 선언하듯 밝힌 말인데요. 언뜻 잘 이해가 되지 않습니다. 이성과 논리의 학문인 ‘물리’와 감성과 상상이 지배하는 ‘미술’은 전혀 어울릴 것 같지 않기 때문인데요.

하지만 책을 읽다보면 물리과 미술이 상당히 가까운 ‘친구’라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저자의 말처럼 이 책은 “물리학자의 시각에서 명화와 화가의 삶을 재조명”하고 있습니다. 또한 “물리학과 미술의 상호작용으로 잉태된 작품”과 “현대 과학 기술을 이용한 다양한 미술작품 분석 기법”에 대한 이야기가 다채롭게 펼쳐져 있습니다.

물리학 전공자의 눈으로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명화를 다시 바라보는 체험을 이 책을 통해서 해보시길 바랍니다.

피테르 브뢰헬, <베들레헴의 인구조사>, 1566년, 패널에 유채, 115.5×163.5cm, 브뤼셀국립미술관

어둠이 내려앉은 앙상한 겨울나무는 스산한 분위기마저 풍긴다. 마을은 두터운 눈에 파묻혀있다. 사람들은 관공서처럼 생긴 왼쪽 건물 앞에 모여 있고, 성모 마리아를 태운 당나귀도 행렬 끄트머리에 있다. 그리고 저 멀리 추운 날에도 땔감을 나르고 짐을 옮기는 등 일상생활을 하는 마을 사람들이 보인다. 아이들은 추위에 아랑곳하지 않고 얼음판에서 팽이를 돌리거나 눈싸움을 하며 즐겁게 뛰놀고 있다. <베들레헴의 인구조사>는 서양미술에서 처음으로 겨울 풍경을 담은 그림으로 알려져 있다. 기상학자와 대기‧천문 과학자들은 <베들레헴의 인구조사>가 ‘소빙하기 시대Little Ice Age’를 잘 보여주는 그림이라고 평가한다.<22쪽>

오귀스트 르누아르, <물랭 드 라 갈레트의 무도회>, 1876년, 캔버스에 유채, 131×175cm, 파리 오르세미술관

오귀스트 르누아르Auguste Renoir, 1841~1919의 <물랭 드 라 갈레트의 무도회>는 19세기 말경 파리인에게 사랑받던 무도회장을 캔버스에 옮긴 작품이다. 당시 파리 젊은이들은 일요일 오후가 되면 멋지게 차려입고 몽마르트르에 있는 물랭 드 라 갈레트에 모여 흥겹게 춤추고 이야기를 나눴다. (중략) 이것은 마치 고체 물질 내부의 격자에서 결정을 구성하고 있는 원자나 분자가 진동하는 모습과 유사하다. 물질을 구성하는 원자나 분자는 가만히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로 끊임없이 움직인다. 물체가 고체일지라도 그렇다.<72쪽>

구스타브 클림트, <아델레 블로흐 바우어 Ⅰ>, 1907년, 캔버스에 유채와 금, 100×73cm, 빈갤러리

캔버스 가득 금박과 화려한 색채가 넘실거린다. 중심에 자리한 여인은 기하학적인 패턴의 옷과 황금빛 배경에 둘러싸여 신비로운 분위기를 자아낸다. 오스트리아 화가 구스타브 클림트Gustav Klimt, 1862~1918의 <아델레 블로흐 바우어 Ⅰ>다. 고혹적인 여인의 얼굴에서 쉽게 시선을 거둘 수 없다. (중략) 동심원들은 가운데 핵이 있는 세포의 구조를 떠올리게 한다. 남녀의 옷을 장식하고 있는 패턴은 정자와 난자, 핏속의 적혈구를 의미한다. 생물학적 은유는 그림 전반에 흐르는 에로틱한 정서와 자연스럽게 연결된다. 동심원들은 때로는 금빛으로 빛나고, 때로는 갓 피어난 꽃처럼 화사하다.<193쪽>

앙리 마티스, <생의 기쁨>, 1905년, 캔버스에 유채, 175×241cm, 필라델피아 반드파운데이션

마티스는 <춤 Ⅱ>와 <음악>을 그리기 5년 전, <생의 기쁨>에서 삶을 만끽하는 자유로운 인간 모습을 가장 원초적이고 순수한 형태로 묘사했다. <춤 Ⅱ>에 등장하는 둥글게 모여 손을 잡고 춤추는 사람들이 이미 <생의 기쁨>에 등장했다. (중략) 춤과 음악은 우주를 아우르는 하나의 질서이자 조화의 궁극체다. 물질을 이루는 가장 작은 단위인 원자 구조와 전자 배열로 설명되는 작은 우주의 시작과 춤과 음악이 맞닿아 있음은 결코 우연이 아니다.<317쪽>

『미술관에 간 물리학자』
서민아 지음│어바웃어북 펴냄│414쪽│18,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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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위용 2021-08-16 21:28:57
네이버 지식인에 사이트 펐습니다. 삭제하라면 삭제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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