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신한 공무원, 트랜스젠더 군인... ‘적’과의 충돌이 시작되다
문신한 공무원, 트랜스젠더 군인... ‘적’과의 충돌이 시작되다
  • 서믿음 기자
  • 승인 2020.02.10 13:0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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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연합뉴스]
[사진=연합뉴스]

[독서신문 서믿음 기자] 최근 기성 사회 통념에 어긋나는 여러 상황들로 갑론을박이 벌어지고 있다. 어느 남성은 여자로 성(性)을 바꿔 여(女)대에 원서를 넣고, 어느 남(男)군은 여(女)군으로 복무 전환을 꾀했다. 또 어느 공무원은 얼굴과 목 등을 화려한 문신과 피어싱으로 뒤덮은 대가로 징계를 받으면서 논란의 중심에 섰다.

[사진=JTBC]
[사진=JTBC]

병무청에서 근무하는 A씨는 지난해 ‘얼굴과 몸에 한 문신과 피어싱을 지워라’라는 지시를 받았으나, 이를 거부해 최근 감봉 3개월(비연고지 전출, 승진 1년 제한)의 징계를 받았다. 공무원법상 품위 유지와 명령 복종 의무 위반이 이유였다. 이에 A씨는 “공무원이기 이전에 사람이다. 그냥 그림을 조금 새겨 넣었을 뿐이다. 공무원이 문신하면 안 된다는 법적 근거도 없고 징계 정도가 과하다”며 징계 취소를 요구했다.

보통 3개월 감봉은 음주운전이나 성 비위의 경우에 내려졌던 징계인지라, 누리꾼 사이에서는 “음주운전이나 성범죄자와 같은 징계를 내린 건 과도한 처사다. 공무원은 취향도 없냐”라는 의견과 “개인 자유도 보장해야겠지만 보기에 불편한 건 사실이다. 공적인 업무를 할 때만큼이라도 피어싱을 빼고 문신을 가려라”란 상반된 의견을 내놓았다. 공무원에게 요구돼 온 ‘용모단정’이라는 통념이 개인의 행복추구권과 충돌한 것이다.

이런 경우는 성(性)을 바꾼 트랜스젠더의 사회진출에서도 나타난다. 연예인 하리수씨가 법적으로 여성의 신분을 얻어낸 건 2002년. 당시 법원은 “성전환자의 인간적 존엄과 가치, 행복추구권 등 헌법 이념에 따라 (성전환) 신청을 받아들이는 것이 타당하다”고 밝히며 여성 하리수를 인정했다. 다만 하리수는 엄청난 비난에 시달려야 했는데 그 비난은 20여 년이 지난 현시점에, 여성의 몸으로 거듭난 B 하사에게도 계속되고 있다. 휴가 중 태국에서 성전환수술을 하고 돌아온 B 하사가 여군 복무를 희망한 데 대해 비난 여론이 쏠리고 있는 것. 군은 ‘심신장애 3급’ 판정을 내려 강제 전역 처분을 내렸으나 B 하사가 전역 취소 소송을 준비하면서 논란이 계속되고 있다.

이 역시 문제는 개인의 행복추구권과 사회 통념과의 충돌이다. 여성의 정체성을 지니고 남성으로 잘못 태어났기에 ‘바로잡겠다’는 B 하사의 주장과 트랜스젠더를 일종의 ‘정신병’으로 간주하는 통념의 충돌인 것이다. 실제로 한 여군은 “성전환에 거리낌이 있는 사람들의 의견도 존중할 필요가 있다. 혼자만의 결정으로 성을 바꾼 뒤 복무 역시 자기 생각에 맞추려는 것은 욕심인 것 같다”고 말했다.

특히 인간의 성별을 신이 결정한 고유의 것으로 여기는 기독교계의 반감이 적지 않고, 무엇보다 이런 생각들을 아우르는 사회적 논의가 충분히 이뤄지지 않았다. 현재 활동하는 트랜스젠더 군인은 영국, 프랑스, 독일, 이스라엘 등 20개국에 약 9,000명으로 그 수가 적지 않지만, 국내 사례는 이번이 처음이다.

트랜스젠더의 여대 입학 시도도 국내에서 처음 있는 일이다. 최근 트랜스젠더 C씨가 숙명여대에 합격하면서 대학가는 찬반 의견이 대립하고 있다. 일부에서는 “법적인 여성으로 정상적인 입학 과정을 거쳤기에 문제 될 것이 없다”고 주장하지만 다른 일각에서는 “외관을 바꿨다고 해서 남성이 여성이 될 수 없다. 어떠한 남성도 자신의 ‘느낌’을 이유로 여성의 권리와 안전을 위협할 수 없다”고 맞서고 있다. 남성으로 태어나 ‘여성’의 몸을 갖고 여성의 일원이 되기를 바라지만, 일부 생물학적(XX 염색체) 여성에게 용납되지 않는 상황. 본인의 행복을 위해 성을 바꿔 여성의 삶을 추구하지만, 그 바람이 누군가의 행복을 저해하는 역설적인 상황에 C씨의 입학 여부를 놓고 벌어진 찬반대립은 지난 7일 C씨가 입학을 포기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일단락됐다.

70대에 여성이 된 아버지의 이야기를 다룬 수전 팔루디의 책 『다크룸』에서 정체성을 묻는 딸의 말에 아버지는 “정체성은 사회가 너를 받아들이는 방식이야. 사람들이 인정한 대로 행동해야 하지. 그렇지 않으면 적이 생긴단다. 나는 그렇게 살았어. 그래서 아무런 문제가 없는 거야”라고 말한다. 국내 트랜스젠더 규모가 정확히 집계되지 않지만, 김승섭 고려대 교수에 따르면 5~25만명(2015년 「한국 트랜스젠더 의료접근성에 대한 시론」)이다. 트랜스젠더를 비롯해 갈수록 자신만의 정체성을 주장하면서 남들이 인정하는 대로 살지 않으려는 사람이 늘어가면서 ‘적’과의 충돌이 잦아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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