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 볼 만한 것] 신종 코로나 사태에 인기 급상승 중인 ‘책·영화’
[주말 볼 만한 것] 신종 코로나 사태에 인기 급상승 중인 ‘책·영화’
  • 서믿음 기자
  • 승인 2020.02.08 07:2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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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신문 서믿음 기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가 만연하면서 ‘인파’(人波)를 찾아보기 어렵다. ‘감염 유발자’와의 우발적 접촉을 차단하기 위해 먹고 사는 데 꼭 필요한 일 외에는 웬만하면 외출하지 않는 분위기다. 주말도 예외일 수 없다. 평소 같으면 이틀간의 짧은 연휴를 압축적으로 만끽하려는 사람으로 붐볐을 곳들이 ‘한산’하기만 하다. 대중교통은 물론 대중시설을 폐쇄하고, 외부 출입도 가정별로 한명씩만 허용하는 중국보다는 사정이 나은 편이지만, 굳이 강제하지 않아도 알아서 ‘자발적 격리’를 택하는 ‘방콕족’이 많은 상황이다.

사실 뭔가를 즐기고 싶어도 즐길 거리가 예전 같지 않다. 전국적으로 지역 축제 서른 개 가까이가 취소/연기됐고, 이상고온으로 두 차례 연기된 끝에 어렵게 문을 연 화천산천어축제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자’가 참가했다는 유언비어로 곤욕을 치렀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만큼이나 “이불 밖은 위험해”라는 인식이 만연해지는 상황. 이불 속에서 즐기기 좋은 시의적절한 책과 영화를 추천한다.

먼저 추천할 책은 최연소 노벨문학상 수상자인 알베르 카뮈의 『페스트』다. 1947년 발표된 2차 세계대전 이후 최대 걸작으로 평가받는 작품으로, 주인공 ‘리외’와 그 주변 인물들을 이 운명에 잠식당하기를 거부하고 질병과 맞서 싸우는 분투를 그려낸다. 작품 배경은 알제리의 조용한 해안 도시 오랑. 죽어가는 쥐 떼가 잇따라 발견되는 등의 이상징후를 시작으로 페스트가 창궐하고 봉쇄된 도시에서 저마다의 방식으로 병마와 투쟁한다는 내용인데, 그 속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로 도시가 봉쇄된 중국 우한시의 모습이 엿보인다. “사실 재앙이란 모두가 겪는 것이지만 그것이 막상 우리의 머리 위에 떨어지면 여간해서는 믿기 어려운 것이 된다. 이 세상에는 전쟁만큼이나 많은 페스트가 있어왔다. 그러면서도 페스트나 전쟁이나 마찬가지로 그것이 생겼을 때 사람들은 언제나 속수무책이었다.”란 글귀에는 시대를 막론하고 전염병 앞에 무력한 인간의 처지가 느껴진다. 2차 세계대전 후 정서적 공황에 빠진 사람들에게 큰 공감을 전했던 작품으로, 현 상황과도 잘 맞아떨어진다.

다음 작품은 국내 3대 문학상(이상문학상, 동인문학상, 현대문학상)을 모두 수상한 편혜영 작가의 첫 장편소설 『재와 빨강』이다. 제약회사에서 약품 개발원으로 근무하는 주인공은 상사 앞에서 바퀴벌레를 잘 잡았다는 이유만으로 C국 본사로 파견된다. 쓰레기 냄새 가득한 숙소에서 전염병 감염자가 있다는 이유로 격리 생활을 하던 중, 본국의 집에 두고 온 개가 생각나 동창생 유진에게 개를 풀어달라고 부탁하지만, 주인공 집에서 발견된 건 난자당한 개와 살해당한 전처의 시체. 출근 전날 밤의 기억은 없지만 손바닥에는 언제 생겼는지 모를 멍이 들어있고, 집 주변에서 자신의 지문이 묻은 칼이 발견된다. 그렇게 그는 유력한 살해용의자로 쫓기는 신세가 된다. 『페스트』에서 ‘쥐’가 인간이 극복해야 할 대상이었다면, 『재와 빨강』에서 ‘쥐’는 인간 자체로 그려진다. 죽이고 죽여도 어디선가 또 출몰하는 쥐처럼, 인간성을 상실한 현대문명의 이면을 치밀하게 파헤친다. “그는 여전히 쥐가 무섭고 두려웠다. 처음에는 자신이 쥐와 같은 처지라는 게 무서웠고 나중에는 쥐를 잡을 때만 쥐와 같은 처지가 아니라는 안도를 느끼게 돼 그 안도감 때문에 틈나는 대로 쥐를 잡으려고 하는 게 무서웠다.” 문명을 파괴하는 바이러스 숙주가 비단 쥐뿐일까? 인간성을 상실한 인간도 숙주가 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게 하는 작품이다.

영화 '컨테이젼' 스틸컷.
영화 '컨테이젼' 스틸컷.

영화로는 <컨테이젼>(2011)을 추천한다. <컨테이젼>은 우한에서 발생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와 유사한 전개를 보인다. 원인 불명의 바이러스로 사람들이 죽어가고, 감염자가 만졌던 물건을 만지는 등 단순 접촉만으로도 전염되면서 사망자가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한다는 내용. 특히 야생 박쥐의 변을 먹고 자란 돼지를 맨손으로 요리한 요리사가 최초 감염자라는 대목은 박쥐가 숙주로 지목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와 유사한 부분이다. 해당 영화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가 유행하기 전 영화 추천 서비스 ‘왓챠플레이’ 기준으로 100위권 밖에 자리했지만, 지난 1월 22일 58위, 25일 4위로 오르더니, 28일에는 1위로 급상승했다. 이후 줄곧 5위권에 자리하고 있다.

영화 '감기' 스틸컷.
영화 '감기' 스틸컷.

한국 영화로는 <감기>(2013)의 상승세가 두드러졌다. 호흡기로 감염되고 감염 속도는 초당 3.4명, 치사율 100%의 유례 없는 바이러스의 급습에 급기야 도시가 폐쇄되고, 그 안에 격리된 사람들이 살아남기 위한 사투를 벌인다는 내용의 해당 영화는 최근 유료 시청이 900%(‘스카이라이프’/1월 27~1월 30일)나 상승했다. 이 외에도 방사성 누출 피해를 국가가 축소 은폐하는 내용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사태를 대하는 중국 정부와 유사하다는 이유로 최근 중국에서 선풍적인 인기를 끌고 있는 드라마 <체르노빌>(2019)의 인기도 뜨겁다. 또 독감 전파를 막는 의료인들의 사투를 그린 <판데믹:인플루엔자와의 전쟁>(2015)도 많은 관심을 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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