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속 명문장] 자본에 의한 환경 파괴를 막는 마르크스적 생태사회주의
[책 속 명문장] 자본에 의한 환경 파괴를 막는 마르크스적 생태사회주의
  • 전진호 기자
  • 승인 2020.02.05 10:5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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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신문 전진호 기자] 한국어판 서문에서는 이 책을 오늘날의 상황과 조금 더 연결해서 생각해보고자 한다. 이 책이 주로 마르크스의 물질대사 균열이라는 개념을 오늘날의 환경 파괴를 비판적으로 분석할 수 있는 “방법론적 토대”로 삼으려는 분명한 목적을 가지고, 텍스트 분석에 초점을 맞추고 있기 때문이다. 

오늘날 사람들은 적어도 프랜시스 후쿠야마가 예견한 형태의 “역사의 종말”이 끝난 역사적인 순간을 목도하고 있다. 소비에트 연방이 붕괴한 뒤 자본주의가 전 세계의 자유와 민주주의를 실현할 것이라는 후쿠야마의 선언은 생태 위기가 급격하게 심화하는 가운데 전혀 예상하지 못한 막다른 골목, 바로 인간 문명사의 종말에 점점 더 가까워지고 있는 형편이다. 사실 생태 위기는 이상 기후, 대양의 산화, 질소 순환 파괴, 사막화, 토양 침식, 멸종 등 다양한 형태로 꾸준히 그 속도를 높여 왔다. 지난 30년 동안 신자유주의가 추구해 온 세계화가 전 세계를 휩쓴 결과 전 지구적 생태 위기가 심화했고 궁극적으로는 생태계를 붕괴시키고 인류의 생존을 위협하게 됐다. 

이와 같이 심각한 생태 위기는 분명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이른바 “급가속”의 시대로 접어들면서 인간의 활동이 지구에 미치는 충격이 급격하게 증가해 온 현실과 관계가 있다. 인간의 활동이 지구에 미치는 충격은 하키 스틱 보양 곡선을 그린다. 이와 같은 전 지구적인 전환 과정은 냉전이 끝나고 신자유주의가 추구하는 전 지구적 자본주의가 전 세계를 휩쓴 1990년대 이후로 그 속도가 더 빨라졌다. 인류 역사에서 소비된 화석연료의 절반이 1990년 이후 소비된 것이라는 사실에서 이와 같은 현실을 정확하게 확인할 수 있다. 이러한 현상이 무지의 소치가 아니라는 점은 분명하다. 인간은 화석연료 소비와 관련된 지식을 갖추고 있음에도 막대한 양의 화석연료를 소비한다. 주요 석유회사들은 화석연료 소비 증가의 위험성을 명확하게 알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막대한 예산을 투입해 기후 변화를 부정하는 연구를 지원하고 로비를 벌여 기후 변화 대책을 실행에 옮기지 못하게 막는 데 혈안이 돼 있는 것이다. (중략)

지난 몇십 년 동안의 기후 정치가 실패하게 된 데에는 차기 선거 너머까지 멀리 바라보지 못하는 정치인과 글로벌 북반구가 가진 부와 특권을 보호하는 일에만 혈안이 돼 있는 자본주의 상류층의 무능력이 크게 작용했다. 기존 체계가 해결책을 제시하지 못한다면 체계 외부에서 해결책을 찾아야 한다. 바로 이와 같은 이유로 급진적인 이론적 틀이 필요한 것이다. “생태사회주의”라는 생각이 좌파 기후 정의 운동의 핵심 개념이 돼야 하며, 카를 마르크스를 되짚어보면서 역사의 종말이 끝난 이후의 역사 진행을 그려 보아야 한다. 

이 책에서 주장한 것처럼 생태 위기가 자본주의 체제를 끝장낼 수는 없을 것이다. 자본은 생태 위기가 심화해 지구 전체가 파괴되고 전 세계적인 자본 축적으로 인해 심각하게 저하된 노동 조건을 비롯해 열악한 생존 조건 아래에서 살아가야 하는 환경 난민과 이른바 “환경 프롤레타리아”가 대규모로 발생하는 날이 온다고 하더라도 축적을 지속하는 경향이 있다. 부유한 사람들은 살아남을 것이고 재난 자본주의는 쇼크 독트린을 통해 꾸준히 부를 축적하겠지만 가난한 사람들과 미래 세대는 환경 위기에 대한 책임이 훨씬 적음에도, 환경 재난에 훨씬 더 취약해질 것이다. 바로 이것이 환경 정의를 위해 투쟁해야 하는 이유이다. 그리고 여기에는 분명 계급투쟁의 요소가 포함돼 있다. 환경 프롤레타리아는 악화되어만 가는 경제 위기와 생태 위기에 맞서 자신의 건강, 공동체, 환경을 보호하는 혁명을 수행하는 주체로 나서야 한다. 

『마르크스의 생태사회주의』
사이토 고헤이 지음│추선영 옮김│두번째테제 펴냄│524쪽│28,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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