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남 부러울 것 없는 『동생이 안락사를 택했습니다』
[리뷰] 남 부러울 것 없는 『동생이 안락사를 택했습니다』
  • 서믿음 기자
  • 승인 2020.02.04 17:1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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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신문 서믿음 기자] 저널리스트인 형이 동생의 안락사를 지켜보며 쓴 에세이다. 41세의 나이에 안락사를 택한 동생 마르크는 겉보기에 남부러울 것 없는 삶을 살았다. 인물도 훤칠하고, 아름다운 아내와 두명의 아들을 뒀다. 경제적으로 궁핍했던 것도 아니다. 사업가로 성공해 고급 주택과 고급 차, 사우나까지 갖추고 살았다. 그런데 안락사를 선택했다. 안락사가 합법인 네덜란드에서. 

저자는 각 장 도입부마다 동생의 일기를 통해 안락사를 선택해야 했던 고통과 아픔을 전하고, 거기에 그 모습을 지켜본 자신의 마음을 술회한다. 동생은 어떤 사람이었을까? 저자는 "동생은 몇 가지 복잡한 정신적 장애를 가진 다정하고 매력적이고 착한 남자였다. 다소 자기애성 성격장애가 있고, 불안장애와 우울증, 공감능력 결핍을 가졌으며 결과적으로 알코올 문제가 생겼다. 그는 머리가 병들었고, 두려움과 우울증을 술로 없애려고 했다. 아무것도 도움이 되지 않았다. 치료될 수 없었다. 그에게 안락사가 승인됐던 이유다"라고 전한다. 

내덜란드는 안락사가 합법이지만 안락사를 이루려면 엄격한 절차를 거쳐야 한다. 환자가 자발적으로 요청해야 하고, 그 요청이 지속적이어야 한다. 또 환자에게 회복 가능성이 없는 정신/육체적 고통이 있을 때 의사 두명 이상의 승인을 받아야 안락사(약물 투여)가 가능하다. 안락사까지의 기간은 환자마다 다르지만, 마르크의 경우 1년 6개월만에 이뤄졌다. 

현재 안락사를 합법적으로 인정하는 나라는 네덜란드, 벨기에, 콜롬비아, 룩셈부르크, 캐나다 등이며 조력자살(타인의 자살에 도움을 줌)을 허용하는 나라는 스위스, 독일, 네덜란드, 호주 빅토리아주 및 미국 캘리포니아 등이다. 그중 네덜란드는 1973년부터 안락사에 대한 사회적 논의가 있었고, 1981년에는 안락사와 의사에 의한 조력자살이 이뤄졌다. 그리고 2002년에는 법적으로 안락사가 허용됐다. 네덜란드에서 안락사는 2017년 6,685건, 2018년 6,126건으로 전체 사망자 중 4% 비중을 차지한다. 주된 사유는 암이 가장 많고, 다음이 치매, 정신 질환, 그외 질병 순이다. 

네덜란드에서는 안락사를 수용하는 사회적 분위기가 갈수록 짙어지고 있지만, 이에 반대하는 종교단체의 목소리도 적지 않다. '안락사는 신의 결정을 침해한다'는 주장이 '삶은 의무가 아니라 선택'이라는 주장과 대립하는 모양새다. 먼 나라 이야기 같지만 최근 3년간 스위스에서 조력자살 기관의 도움을 받아 목숨을 끊은 사람만 두명이다. 현재 우리나라는 치료 효과 없이 생명만 연장하는 연명 치료를 중단하는 '존엄사법'만 허용하는 상황.

저자는 안락사라는 무거운 주제를 치열하고 격렬하게 다룬다. 안락사에 대해 어떤 생각을 갖고 있든, 그 생각을 깊이 고민하게 만드는 책이다.  


『동생이 안락사를 택했습니다』
마르셀 랑어데이크 지음 | 유동익 옮김 | 꾸리에 펴냄│236쪽│15,8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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