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속 명문장] 타자에 대한 환대는 결국 자신을 향한 환대다 『환대예찬 - 타자 윤리의 서사』
[책 속 명문장] 타자에 대한 환대는 결국 자신을 향한 환대다 『환대예찬 - 타자 윤리의 서사』
  • 전진호 기자
  • 승인 2020.02.04 17: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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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신문 전진호 기자] 지난 20여 년을 돌아보면 환대가, 아니 환대의 부재가 얼마나 심각한 문제인지 어렵지 않게 알 수 있다. 세계는 난민이나 이민자 문제로 몸살을 앓았고 지금 이 순간도 그러하다. 많은 나라들은 그들이 자신들의 나라로 들어오지 못하도록 막으려고 안간힘을 쓰고 있다. (중략) 메르켈 독일 총리가 칭송을 받은 것은 자꾸만 벽을 쌓으려 드는 시대의 흐름에 역행해 (중략) 100만명 이상의 난민들을 받아들이는 위대한 결단을 내렸기 때문이다.<23쪽>

인간이 가진 놀라운 능력 중 하나는 다른 사람의 감정을 자기 것처럼 느낄 줄 아는 능력, 즉 공감 능력이다. (중략) 이웃에 대한 사랑도, 타자에 대한 환대도 여기에서 나온다. 문학 역시 그러한 공감 능력이 전제되지 않으면 아예 처음부터 존재할 수 없거나, 존재하더라도 자기 얘기만 반복하는 자기중심적인 몸짓에 지나지 않을지 모른다. 문학은 타자에 관한 것이고 또 그래야 한다.<69쪽>

자기 소리를 내지 못하는 낮은 자들에게 목소리를 부여하는 것이 문학이라면, 그것이야말로 환대다. 우리가 배고픈 사람에게 음식을 ‘주는’ 것처럼, 작가는 세상의 가난하고 아픈 사람들, 즉 짓밟히고 억눌린 타자들에게 목소리를 ‘준다’. 음식이 물질인 것처럼 언어도, 목소리도, 스토리도 물질이다.<93쪽>

타자를 향한 윤리적 책임이나 환대는 머리가 아니라 가슴의 문제이고, 생각이 아니라 감정의 문제이며, 레비나스의 말처럼 심지어 언어가 아니라 언어 이전의 문제라서 그렇다.<139쪽>

미래는 용서 없이는 불가능하다. 이 말은 타자에 대한 따뜻함이 없다면, 미래를 기대할 수 없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여기에서 용서는 환대의 또 다른 이름이 된다.<292쪽>

환대는 마음이면서 물질이다. 따뜻한 말로 어루만질 때는 마음이고, 필요한 음식을 가져다줄 때는 물질이다. 이처럼 환대는 빈손으로 하는 것이 아니라 마음이든 물질이든 상대에게 필요한 것을 ‘주는’ 행위다. 누가 시켜서도 아니고, 돌려받을 것을 기대해서도 아니고, 이성적인 판단을 해서도 아니라 가슴이 시켜서 자발적으로 ‘주는’ 실천적 행위다. (중략) 주고받는 경제의 원칙을 초월한 ‘진짜’ 선물이다. 그는 ‘그냥’ 주고 상대는 ‘그냥’ 받는다.<395~396쪽>

『환대예찬 - 타자 윤리의 서사』
왕은철 지음│현대문학 펴냄│460쪽│15,8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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