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로 한국사를 꾸민 문효치 시인
시로 한국사를 꾸민 문효치 시인
  • 관리자
  • 승인 2006.05.2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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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펜클럽 한국본부 이사장
▲ 문효치 이사장
▲ 문효치 이사장

백제 역사의 여백을 빼어난 수식어로 장식했던 시인 문효치. 역사의 유물을 단서로 삶과 죽음, 사랑과 슬픔을 사유케 했던 시인 문효치. 시로써 한국의 역사를 아름답게 꾸몄던 그가 이제는 국제펜클럽 한국본부 이사장으로서 한국 문학을 세계에 전하고자 한다.
지난 21일 여의도에 위치한 국제펜클럽 한국본부, 그곳엔 한국 문학의 거인(巨人) 문효치 이사장이 있었다. 각종 연말행사에 참석하느라 바쁜 요즘이지만, 문학에 대한 열정만은 여전한 그에게서 듣는 세상사 이모저모는 시골된장 맛처럼 구수하고 심오했다. 특히 이사장으로서의 대답보다 시인으로서의 대답은 무언가 특별한 구석이 있었다.
 
-한해를 마무리하면서 문학계를 정리하자면…
“문학인들은 나름대로 창작부분에 관하여 많은 신경을 써주었어요. 고맙다는 말을 전하고 싶어요. 문단 쪽은 선거가 지나간 해(年)라 큰 무리 없이 잘 마무리 됐습니다.”
 

-2006년 병술년(丙戌年) 개띠해를 맞이하여 문학계에 바라는 점.
“문학인들은 자연환경에 대해 신경을 써줬으면 해요. 다량생산을 통해 경제가 부흥한 이면에는 인간이 자연을 정복의 대상으로 생각했다는 전제가 있죠. 세상이 변하면서 정치?경제?사회?문화 등 여러 부분은 발전했으나 자연은 오히려 퇴행을 하고 있어요. 문학인들에게는 자연을 보호해야 한다는 사회적 책임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문단 쪽은 이번 해에 할일이 아주 많아요. 먼저 각종 연례행사들을 잘 진행했으면 하고, 특히 이번 해에는 한국문학을 번역하거나 영문 잡지를 만들어 한국의 문학연구자료를 해외에 널리 알리는 일을 했으면 해요.”
 

-문학계의 원로 격(格) 시인으로서, 문학이란…
“시인 엘리어트가 이런 말을 했어요. ‘시에 대한 정의의 모든 역사는 오류의 역사’라고요. 즉, 무한다면체인 문학을 한 가지로 정의하기가 힘들다는 거죠. 저도 그렇게 생각해요. 그러나 극히 개인적인 생각을 밝히자면, 전 문학이란 ‘문화 피라미드의 꼭대기’라고 생각해요. 왜냐하면 인류의 역사는 문화의 역사라고 할 수 있는데, 문화를 만드는 것은 ‘사고’, 즉 생각이지요. 그리고 사고는 언어를 통해 표출할 수 있고, 문학은 바로 이 언어를 다루는 분야이지요. 따라서 문학은 문화의 원동력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본인 작품 중 가장 애착이 가는 작품이 있다면…
“전 아직도 제가 시인으로서 궁핍하다고 생각해요. 40여 년 동안 문학인으로 살았는데, 아직도 제자들 앞에서 대표작이라고 말할 수 있는 작품이 없거든요. 그래서 그런지 제 작품 중에 외우는 작품이 하나도 없어요. 근데 최근에 외우는 작품이 생겼어요. ‘비천’(飛天)이라는 작품인데, 비천은 서양에서는 ‘천사’, 동양에서는 ‘선녀’정도로 이해하면 될 거 같아요. 이 작품에선 ‘구름 위에서 악기를 타는 선녀’가 주인공이죠.” 그러나 문효치 이사장은 이 작품 또한 국회에서 열린 시낭송회 때문에 타의적으로 외운 작품이라고 한다.
 

-오랫동안 시 작업을 했기에 이제는 자연스레 시상이 떠오를 것 같은데 어떠신지…
“절대 그렇지 않아요. 전 천재가 아니거든요. 항상 고민을 하죠. 특히 ‘내 가슴속에서 들끓고 있는 정서’를 어떻게 형상하느냐에 대한 문제는 평생 저에게 있어 ‘짓눌림’입니다. 또한 ‘완성’이라는 단어가 존재하지 않는 문학이라는 장르에서 ‘완성’을 추구하게 되면, 작품을 만드는 것은 시인에게 ‘영원한 숙제’가 아닐 수 없지요.”
 

-이제껏 ‘백제의 유물’ 관한 시를 많이 쓰셨는데, 준비해 둔 다음 작품의 소재가 있다면…
“작품에 소재는 알 수 없어요. 우연히 마주치겠지요. 사실 백제를 소재로 선택한 것도 우연이었어요. 처음엔 제가 몸이 안 좋아서 죽음에 대해 관심이 많았지요. 70년대 초로 기억하는데, 어느 날 우연히 백제의 무령왕릉을 구경하다 목관(木棺)의 옻칠이 그대로 있는 것을 발견하고, 목관이 ‘이승과 저승을 오가는 배’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죽음에 대해 관심이 많았던 저는 그것을 소재로 시를 한 편 썼지요. 그때 제가 너무나 좋아하는 선배가 큰 칭찬을 해주는 바람에 그 후에 백제에 큰 관심을 갖았죠.”
 

-본인이 생각하는 人生이란…
“인간의 삶의 모습은 각각 다양하고, 따라서 각자가 생각하는 인생의 의미도 다르겠지요. 극히 개인적인 생각이지만, 제가 생각하는 인생은 예전에 ‘육신은 죽어도 정신은 이어진다’라는 말씀을 하신 미당 서정주 선생님의 말씀을 빗대어 ‘정신과 생명이 흘러가는 것’이라고 정의하고 싶어요. 말하자면, ‘제 몸을 빌려 정신과 생명이 들어왔다가 나가는 것’이지요.”
 

-앞으로의 계획에 관하여…
“우선 펜클럽의 여러 행사를 순조롭게 진행하고 싶어요. 그리고 욕심을 내자면 제 인생계획으로서, 임기 내에 ‘세계문학교류센터’를 설치하고 싶어요. 센터를 설치하여 우리나라의 역사나 문화 등을 해외에서 취재할 수 있게 도와주고, 그들의 문학 속에 한국의 미를 접목시키는 일을 성사하고 싶어요.”
 

-마지막으로 더욱 각박해지는 ‘살기 힘든’ 사회를 살아가고 있는 독자들에게 한마디…
“사회가 각박해 지는 것은 물질만능주의로 인해 사회가 균형을 잃었기 때문이에요. 지금 우시 사회는 물질적인 면에 비하여 정신적인 면이 너무 설 자리가 없습니다. 정신적인 면을 강조해야 할 때가 도래한거죠. 예술이란 것은 인간의 삶에서 가장 대표적인 정신적 부분입니다. 개인 각자가 예술을 즐기고 향유했으면 합니다.”             
 
약력
1943년 전북 옥구군 출생.
동국대 국문과 졸업, 고려대 교육대학원 졸업
서울신문 신춘문예 당선 「바람 앞에서」(1996), 한국일보 신춘문예 당선 「산색」(1996)
저서: 『煙氣 속에 서서』,『武寧王의 나무새』,『바다의 문』,『문효치 시인의 기행시첩』, 『백제시집』 등 다수.
前 배재중학교 교사
前 한국문인협회 시분과 회장
現 주성대학 겸임교수
現 국제펜클럽 한국본부 이사장
 
 
 

<방두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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