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읽는 대한민국] “사시사철 열려라 사랑의열매” 예종석 사회복지공동모금회 회장
[책 읽는 대한민국] “사시사철 열려라 사랑의열매” 예종석 사회복지공동모금회 회장
  • 김승일 기자
  • 승인 2020.02.03 16:3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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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종석 사랑의열매 회장 [사진= 오재우 기자]

[독서신문 김승일 기자] 매년 겨울이 되면 사람들 가슴에 빨갛게 열리는 열매가 있다. 사랑의열매다. 붉은색은 따뜻한 사랑의 마음을, 초록색 줄기에 엮인 세 알의 열매는 각각 나와 가족, 이웃을 상징한다. 

매해 탐스러운 열매가 열린다면 그 뒤에는 숙련된 농부가 있을 법하다. 그런데 이 열매는 어떻게 싹이 트고, 꽃이 피며 결국 열매가 열리는 걸까. 시민들에게 받은 성금을 어려운 이들을 돕는 열매로 키우는 ‘사랑의열매 사회복지공동모금회’(이하 사랑의열매)를 찾아 예종석 회장을 만났다. 

부친 예춘호 전 의원부터 대대로 가족의 사재를 들여 평생 사회공헌활동을 해왔으며 아름다운재단, 나눔국민운동본부, 대한적십자사, 십시일밥, 따뜻한재단 등을 거친 그는 분명 사랑의열매를 제대로 키울 수 있는 적임자로 보였다.             

일평생 사회공헌에 종사해온 그와의 대화, 기부에 관한 내용만이 전부는 아니었다. 그도 그럴 것이 그는 34년간 한양대에서 경영학을 가르친 교수이자 2017년 문재인 대통령의 대선 캠프 홍보본부장이었으며, 신문에 음식 관련 칼럼을 기고해 칼럼집까지 낸 음식문화평론가이자, 최근에는 웹소설 작가로도 데뷔한 다양한 이력의 소유자였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그는 책을 예찬하는 독서가였다. 

Q. <독서신문> ‘책 읽는 대한민국’ 캠페인 명사로 선정됐다. <독서신문> 독자에게 인사 부탁드린다. 

A. 독서와는 떼려야 뗄 수 없는 환경에서 자랐기 때문에 <독서신문> 역시 창간 때부터 접할 수 있었습니다. 그런데 <독서신문>이 벌써 창간 50주년이나 됐네요.   

저는 유난히 독서하기 좋은 환경에서 자랐습니다. 저희 아버지께서는 30대 때 이미 책을 10만권 이상 보유하신 대단한 장서가셨습니다. 어렸을 때 집에 도서관이 있었고, 또 저희 아버지께서는 한국 최초로 지역사회를 위한 도서관을 만든 개인이기도 합니다. 부산 영도에서 20년 동안 운영되다가 문을 닫은 도서관인데요. 문재인 대통령도 그 도서관에서 공부했고 그 도서관에서 공부한 명사들이 많습니다.    

어렸을 적만이 아니라 한양대에서 교수로서 34년을 근무하며 또 책을 끼고 살았습니다. 누군가 독서를 교양인의 필수 덕목이라고 말하는데, 그렇게 말하는 것은 실례가 아닐까 합니다. 독서는 사람이라면 당연히 해야 하는, 우리들 생활의 일부가 아닌가, 매일 먹어야 하는 양식의 일부가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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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일 오전 광화문 광장에서 진행된 ‘희망2020나눔캠페인’ 폐막식에서 (왼쪽부터) 김연순 사랑의열매 사무총장, 은재영·이수진 부부 기부자, 예종석 사랑의열매 회장, 서정화 열린여성센터장, 팜티람 기부자, 김혜인 기부자가 100도 달성 감사 퍼포먼스를 벌이고 있다. [사진= 사랑의열매]

Q. 지난달 31일 73일간의 ‘사랑의 온도탑’ 성금 모금이 끝났다. 이번 집중모금캠페인은 어땠는지?   

A. 모금 초반과 중반에는 전년도와 비교해 속도가 느려서 아주 애를 먹었습니다. 사랑의열매가 출범한 이래 21년 동안 단 한 번도 목표 달성을 실패한 적이 없지만, 조금 불안했던 것이 사실입니다. 그러나 결국 캠페인 마지막 날인 지난 31일 목표액 4,257억원에서 3,600만원을 넘기며 100도를 달성했습니다. 이는 전년도 모금액보다 76억원이 늘어난 수치입니다. 특히 전체 모금의 68%를 기업들에 의존하고 있는 사랑의열매 입장에서는 기업들이 어렵고, 경기가 좋지 않아서 법인기부금이 줄지 않을까 걱정했었는데요. 결국 뚜껑을 열어보니 올해 법인기부금(3,213억원, 전체의 75%)이 전년도(2,964억원, 전체의 70.9%)보다 많았고, 그 비율 또한 높았습니다. 반면, 올해 개인기부금(1,044억원, 전체의 25%)은 전년도(1,217억원, 전체의 29.1%) 대비 줄었습니다.      

저희들이 중압감을 느꼈던 이유는, 이 모금이 우리 사회 복지 사각지대 해소와 긴밀히 연관돼있기 때문입니다. 사랑의열매는 독자적으로 사업을 진행하지는 않지만, 1년에 약 6,000억원을 모금해 약 3만개 단체에 배분을 합니다. 이 단체들은 대한적십자나 사회복지협의회 같은 큰 기관도 있지만, 보통 저희가 돕지 않으면 운영을 중단해야 하는, 모금 능력이 없는 영세한 기관들입니다. 그런데 이 영세한 기관들이 우리 사회 복지 사각지대를 해소할 수 있는 좋은 사업들을 하고 있습니다. 

지금 우리 사회에는 과거 우리가 경험하지 못했던 새로운 복지 사각지대가 속속 드러나고 있습니다. 가령 작년만 해도 가족과 함께 세상을 떠난 케이스가 20여건이나 됩니다. 이분들을 보면 대부분 기초생활수급자도 아니었습니다. 국가의 복지 행정의 손길이 닿을 수 없는 곳에 있었던 소외된 이웃들이었습니다. 사회는 이런 분들을 찾아서 도와야 할 의무가 있고, 사랑의열매가 모금을 잘 못 하면 이분들을 도울 기관들을 지원하지 못합니다.          

Q. 개인적으로 지금 우리 사회 사랑의 온도는 몇 도라고 생각하는가?

A. 아주 주관적인 생각이지만, 100도가 최고라면 60도 정도인 것 같습니다. 우리 사회가 모금에 눈을 뜬 지가 그렇게 오래되지 않았습니다. 소외된 이웃들과 더불어 함께 사는 사회를 만들어야 한다는 인식을 갖게 된 것이 얼마 되지 않았습니다. 제가 조금 부정적으로 생각하는지도 모르지만, 아직도 우리나라에서는 나눔은 있는 사람들이 하는 것. 부자들이나 하는 것이라는 인식이 만연합니다. 그러나 기부 선진국인 미국에서는 국민의 대부분이 기부나 봉사에 참여합니다. 가령 미국의 사랑의열매 격인 ‘유나이티드 웨이’는 모금의 85%를 개인으로부터 합니다. 이 85%의 상당수는 부자들이 아니라 봉급생활자들이 자동이체를 통해 소액을 기부하는 것입니다. 이런 기부 선진국들을 볼 때 우리 사회의 온도는 50도는 넘어섰습니다만, 60도 정도 되지 않나, 아직도 가야 할 길은 멀지 않나 생각합니다.    

Q. 사랑의열매가 겨울에만 열린다는 말이 있다. 

A. 그게 저희에게는 가장 아픈 지적입니다. 우리나라 기부의 문제점으로 제가 오래전부터 지적해왔던 것이 ‘계절성’입니다. 어려운 이웃이 꼭 한겨울에만 어려운 것이 아니거든요. 어려운 분들은 사시사철 어려운데, 우리 국민들이 느끼는 그분들에 대한 애정이나 동정심은 꼭 겨울이 돼야만 생기는 것 같습니다. 우리나라 국민들은 기부를 해도 꼭 연말연시에 한다는 인식이 있습니다. 실제로 다수의 모금 단체들이 연모금액의 대부분을 겨울에 모금하고, 사랑의열매조차도 겨울에 연모금액의 80% 가까이를 모금합니다. 이건 앞으로 우리가 고쳐나가야 할 대목이라고 생각합니다. 가장 바람직한 기부는 상시기부입니다. 최근에 배우 김응수씨를 통해서 홍보하는 것처럼, 1,000원만 해도 됩니다. 소액다수의 상시기부, 정기기부가 필요합니다.       

Q. 사랑의열매는 매년 6,000억원가량의 성금을 모아 약 3만 곳의 사회복지기관에 배분한다고 했다. 성금 배분이 문제인데, 복지 수요는 어떻게 파악하는지?

A. 사랑의열매는 지역사회 현장조사, 복지지표 연구, 시민과의 공청회 등을 통해 전국적인 문제는 물론 지역사회의 문제와 욕구를 파악하고 있습니다. 지난해 11월 ‘동대문디자인플라자’에서 사회복지·시민·사회 단체 소속 250여명과 함께 연말 모금캠페인의 성금 사용에 대한 시민참여형 공개토론을 진행하기도 했습니다. 당시 주요 제안으로 ▲쪽방 및 고시원 거주자 사회적 관계망 구축 및 건강검진 ▲위기청소년 자존감 향상을 위한 체험프로그램 지원 ▲시설퇴소 청소년 사회적 관계망 지원 ▲지역사회 내 장애·비장애 통합 자조모임 지원 등이 있었습니다. 또한, 사랑의열매는 내부조직인 ‘나눔문화연구소’를 운영하고 있으며 사회 이슈 트렌드 분석 및 복지지표 연구 조사, 나눔지식 네트워크 공동기획 포럼, 학계 및 현장 전문가와 함께하는 토론회 등을 통해 우리 사회 복지 수요를 파악하고 있습니다.
 

[사진= 오재우 기자]

Q. 후원자는 무엇보다 자신의 성금이 투명하고 효과적으로 쓰일지가 궁금할 것 같다.

A. 사랑의열매는 사회복지공동모금회법에 의해 설립된 법정 모금기관으로, 법률에 의한 의무사항을 준수하고 있으며 경영의 투명성과 기부자 및 국민들의 알 권리 충족을 위해 자발적 경영공시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수입 및 지출현황 등 정보는 홈페이지를 통해 확인할 수 있습니다. 또한, 정부와 국회로부터 투명하고 공정한 조직운영을 위한 관리·감독을 받고 있습니다. 국정감사를 비롯한 외부 감사는 물론 시민들로 구성된 시민참여위원회 운영과 내부 조직인 준법감시실을 통해 상시감사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배분대상기관 선정은 외부 전문가들이 참여하는 배분분과실행위원회 등을 통해 사업공모, 심사 등을 거칩니다. 배분대상기관은 사회적 과제 해결을 위한 배분 사업을 제안하고 수행 후에도 결과보고 과정을 거칩니다. 사랑의열매는 사업 진행과정은 물론 결과보고에 이르기까지 사업의 성과관리를 진행하고 있는데요. 공정하고 효율적인 배분사업 관리를 위해 외부 전문가 집단인 배분사업 평가지원단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Q. 저서 『노블레스 오블리주』 『희망 경영』 『예종석 교수의 아주 특별한 경영 수업』 등에서 기업의 사회적책임(CSR)을 역설해왔고, 아름다운재단, 따뜻한재단, 대한적십자사, 십시일밥 등을 거치며 평생 기부문화운동에 앞장섰다. 사회공헌에 집중하게 된 계기가 있었는지…   

A. 제가 어릴 때부터 저희 아버지께서 사재를 털어서 지역의 도서관도 만들고, 무료 고등공민학교, 무료 탁아소, 무료 어린이집 등을 6,70년대 어려운 시절에 운영을 하시는 등 사회공헌활동을 하는 모습을 보고 자랐습니다. 저희 아버지가 민주화운동을 하면서 이곳들이 정치적으로 탄압을 받아 결국 다 처분하게 됐고, 처분한 돈으로 장학재단을 만들어 지금까지 이어오고 있습니다. 제가 지금도 그 재단(영도육영회)의 이사장입니다. 집안에서 사회공헌활동을 하는 것을 반세기 이상 보고 자랐기 때문에 아무래도 사회공헌이 제 생활의 일부일 수밖에 없습니다. 평생 경영학 교수로 지냈지만, 또 계속해서 제 생활의 일부로서 사회공헌활동을 하게 됐는데요. 가령 2000년에 박원순 서울 시장을 비롯해 뜻을 같이하는 분들이 모여서 ‘아름다운재단’을 만들었고, 제가 초대 정책자문단장, 초대 기부문화연구소장, 이사장까지 하게 됐습니다. 또 젊은이들이 운영하는 ‘루트임팩트’의 초대 이사장으로서 거들기도 하고, 대학생들이 운영하는 ‘십시일밥’은 5년 전에 학생 한 명이 저와 둘이서 시작해 전국적인 규모의 단체가 됐습니다. 나눔국민운동본부에도 참여를 했고, 그러다 보니 사랑의열매까지 오게 된 것입니다. 사회공헌은 한 시대를 살아가는 지식인으로서 해야 할 사회에 대한 최소한의 책무가 아닌가 생각합니다. 우리 모두 사회를 통해 좋은 영향을 받고 자랐으니, 사회에 일종의 빚을 진 셈입니다.          

Q. ‘음식문화평론가’라는 타이틀이 있다. ‘예종석의 맛있는 집’ ‘예종석의 오늘 점심’ 등 많은 칼럼을 써왔고, 2011년에는 칼럼을 엮어 책 『밥집』을 내놓기도 했다. 진정 맛있는 음식이란 어떤 음식인가? 

A. 기본적으로 맛이 있어야 하겠지만, 결국 영혼을 힐링해주는 음식이 좋은 음식이겠지요. 기억의 뒤편에서 제가 살아가는 한 영원히 남아있는 그런 음식 말입니다. 가령 저는 외할머니가 해주시던 생선매운탕이나 장어의 내장을 볶아 만들어주신 요리가 생각만 해도 힐링이 되는 음식입니다. 비슷한 맥락으로 ‘세상에 맛있는 음식은 세상에 있는 어머니 숫자만큼 있다’는 말이 있습니다. 엄마의 요리는 다른 사람이 먹으면 맛이 없을 수 있는데, 그 아들이 먹으면 맛있잖아요.   

또 제가 즐겨 쓰는 말은 ‘음식은 인품이다’라는 것입니다. 인품이 좋은 요리사가 만든 음식이 맛이 있습니다. 인품이 좋은 요리사는 자기 손님에 대한 배려가 있고, 상업적인 목적보다는 우선 내 손님의 입을 즐겁게 해드려야겠다, 맛있는 것을 드시게 해드려야겠다 하고 정성을 들이기 때문입니다.   

Q. 대한민국의 맛집은 다 알고 있다고 들었다. 자주 찾는 식당이 있는지? 독자들을 위해 몇 곳 추천해준다면…  

A. 요즘 생선철이니까. 논현동에 가면 ‘진동둔횟집’이 있습니다. 제가 40년 단골입니다. 생선도 좋고, 곁 음식들도 맛있는 집이고요. 또 논현동 관세청 사거리에 있는 ‘한성칼국수’가 있습니다. 창업하신 할머니 두 분이 다 돌아가시고 지금은 그 자제분들이 운영하는데요. 서울 시내 유명한 칼국수집들이 있지만, 그중에서도 최고라고 할 수 있습니다. 칼국수만 맛있는 게 아니라 제육볶음도 맛있고, 만두도 맛있고 그렇습니다. 이 집도 1980년에 문을 열 때부터 자주 갔으니 40년 단골입니다. 그다음 제가 자주 가는 냉면집은, 평양냉면의 오대천왕이라고 할 수 있는 ‘우래옥’ ‘평양면옥’ ‘을지면옥’ ‘필동면옥’ ‘봉피양’입니다. 중국집은 이연복의 ‘목란’, 그리고 왕육성의 ‘진진’이 생각나네요.      

[사진= 오재우 기자]

Q. 부친이신 예춘호 전 의원께서 다독가로 유명하다. 회장께서는 지난해 10월 한일근대사에 음식문화를 녹인 역사음식 웹소설 『망국의 요정, 명월관』을 펴내기도 했는데… 인생에서 책은 어떤 의미가 있는가? 

A. 아까도 말씀드렸듯, 책은 인생의 양식입니다. 그런데 저는 다행스럽게도 책을 좋아하시는 아버지 덕분에 책과 매우 가깝게 지낼 수 있었습니다. 예를 들어서 제가 초등학교 다닐 때 제 방에 책이 2,000권 정도 있었습니다. 벽에 다 책밖에 없었습니다. 부모님이 다른 것은 몰라도 책은 무제한 사주셨습니다. 호사를 누리고 살았지요. 

개인적인 흑역사입니다만, 제가 중·고등학생 시절에는 말썽꾸러기였습니다. 공부를 한동안 손에서 놓은 적이 있었죠. 그런데 나중에 미국에 가서 공부를 뒤늦게 시작할 때 옛날에 무작정 읽었던 그 많은 책들이 큰 도움이 됐습니다. 그건 지금도 제가 자신 있게 이야기할 수 있습니다. 제가 군대 갔다 오고 대학원을 남들보다 늦게 시작했지만 남들보다 일찍 끝낼 수 있었던 이유는 독서의 힘이라고 지금도 믿고 있습니다. 6년 동안에 석사학위 두 개 박사학위 한 개를 받을 수 있었던 이유는 독서였습니다. 논문은 창의성이 있어야 하는데, 당시 우리나라에서 공부 잘하던 사람은 시험은 잘 치는데 논문을 쓰라니까 시작을 못 했던 사람들이 많았습니다. 그런데 저는 논문을 비교적 빨리 썼는데요. 지금 생각해보면 많은 독서로 도움을 받은 것이 큽니다. 

여담이지만, 미국 대학교가 유독 학생들에게 책을 많이 읽히는데요. 예를 들어 시카고 대학교는 ‘Great Books’ 500권을 읽어야 졸업을 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제 중학교 입학 선물로 아버지께서 그 500권을 사주셨어요. 전공과 관계없이 그런 독서는 사람이 살아가는데 아주 좋은 토양과 비료가 되는 거죠.       

아무래도 저보다 후배분들에게 드리는 말씀이 될 텐데요. ‘무조건 많이 읽어라’라는 말씀을 드리고 싶어요. 책을 읽지 않는 사회가 돼가고 있거든요. 지하철에서도 보면 사람들이 다 만화를 보거나 게임을 해요. 사회가 굉장히 건조해지는 것이 책을 읽지 않기 때문에 그렇다고 생각합니다. 부족한 것을 남겨주고 가는 기성세대로서 부끄러운 점도 있지만, 저 세대들은 도대체 뭘 남길까. 그런 생각을 가끔 할 때가 있습니다. 세상이 윤기가 있으려면 사람들이 책을 많이 읽어야 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한편, 출판문화가 위축되고 있지만, 다행스럽게도 최근에 인문학 붐이 일어났잖아요. 기능적으로 필요한 책, 시험에 붙기 위한 책만 읽던 세상에서 인문에 눈을 돌리는 세상이 됐다는 것이 저는 상당히 바람직하다고 생각합니다.  

Q. ‘사랑의 온도탑’의 온도를 높인 성금만큼 따듯한 책 몇 권 추천 부탁드린다.  

A. 젊은 사람들에게 꼭 권하고 싶은 책이 있어요. 헨리 데이비드 소로의 『월든』입니다. 소로는 1817년생이고 마흔다섯까지 살았어요. 『월든』은 그가 하버드 대학을 졸업한 후 월든 호숫가에 통나무집을 짓고 2년 동안 자급자족을 하면서 쓴 글입니다. 동서양의 사상들이 융합돼 담겨 있는데요. 어떻게 그 나이에 사람이 그런 글을 쓸 수 있을까 생각하게 합니다. 간디나 법정스님 같은 분들도 마음속에 스승으로 여긴다고 할 정도입니다. 그의 문장들은 나이에 따라서 그 느낌이 다 다릅니다. 최근에 다시 읽었는데요. 거기 기부에 대한 내용이 있더라고요. 소로가 통나무집에서 혼자 사니까 동네 사람들이 궁금해서 물어보잖아요. 그런데 동네 사람들의 질문 중에 “넌 그래서 네 수입 중 얼마나 남을 위해 쓰냐”라는 대목이 나오는 거예요. 그걸 보고 아, 1800년대 중반이면 미국도 정말 못 살 때인데, 그때 이미 더불어 사는 것에 대한 인식이 일반 시민들 머릿속에 있었다는 것을 발견하고 놀랐어요. 미국이라는 나라가 어떻게 짧은 시간에 세계 최강국이 될 수 있었느냐 하는 것을 읽을 수 있는 거죠.    

이 외에도 헬렌 니어링, 스콧 니어링 부부의 『조화로운 삶』을 추천합니다. 이분들은 미국 버몬트 시골에 묻혀서 다 버리는 삶을 살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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