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신문 서믿음 기자] 어느 날 엄마가 심근경색으로 쓰러졌다. 병원에서 종합병원, 요양병원으로 그리고 다시 요양원으로 옮겨졌다. 죽어야 나올 수 있다는 요양원. 페미니스트 저널 <이프>의 전 편집장이자 오랫동안 글을 써온 저자는 "귀엽지도 않은 애기"가 돼버린 구순 엄마의 마지막 나날을 기록한다.
삶의 마지막 순간을 앞둔 엄마의 모습은 실로 가슴 아팠다. 보랏빛 반점이 온 몸을 뒤덮었고, 깡마른 뼈와 피부 사이의 한 점 경계 없는 몸으로, 제 발로, 제 손으로 용변조차 볼 수 없어 도우미의 손을 빌려야 했다.
그런 부모를 둔 자식의 심정은 어떨까? 저자는 "부모가 아파서 혼자 움직이지 못하고 온몸이 무너져 내리고 까만 반점이 솟아나는 걸 보며 그래도 살아야 하는 자식은 나날이 마음이 널뛴다. 좋은 밥 한 끼를 놓고도, 명랑한 웃음 한 번에도 뒤통수가 당긴다. '자식이 이래도 되나? 부모가 아픈데' 그리움보다 죄의식과 부담에 목이 아프다. 나날이 삭고 정신마저 혼미해져 자식들 이름조차 헷갈릴 때, "내가 오래 살아 네가 고생이구나" 청승스레 울 때, 그래도 고기가 먹고 싶다고 홀연 눈을 빛낼 때, 수없는 모든 순간에"라고 말한다.
저자는 구순 엄마와의 마지막 2년의 기억을 풀어낸다. 여타의 책처럼 사모곡이나 애도의 말만 담지 않았다. 저자는 자식을 여섯이나 둔 엄마가 왜 요양원에 갈 수밖에 없었는지, '늙은 부모'를 모시는 '늙은 자식'들이 현실적으로 처한 어려움을 꼬집는다. "움직이면 움직일수록 상대를 괴롭히게 되는 게 부모 자식 간이라고, 엄마와 딸 사이라도 다를 것은 없다. (중략) 누군가 하나는 온전히 다른 하나에게 기대야 하는 처지가 됐다면 더더욱 힘들 수밖에."
엄마를 요양원에 보내게 된 사연, 옆 침대 할머니의 예쁜 틀니를 보고 하나 남은 생니를 뽑아 달라고 뗴를 써 치과 모시고 갔던 일, 딸에게 주려고 주머니에 간직해뒀던 밤을 받아들었다가 밤벌레를 보고 천장까지 던져버린 이야기 등 안쓰러움, 공감, 웃음을 잘 버무려 냈다.
『엄마의 죽음은 처음이니까』
권혁란 지음 | 한겨레출판사 펴냄│320쪽│14,000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