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바이러스’ 마스크 고갈 사태... 안 파나? 못 파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마스크 고갈 사태... 안 파나? 못 파나?
  • 서믿음 기자
  • 승인 2020.01.31 16:51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사진=독자 제공]
[사진=독자 제공]

[독서신문 서믿음 기자] “시장마다 쌀이 동났고, 쌀값은 날이면 날마다 치솟기 시작했다. 한 달 사이에 세 배로 오르다가, 두 달 사이에 여덟 배로 뛰어올랐다. 쌀을 창고에서 잠을 재울수록 돈은 불어나고 있었다 (중략) 네댓 달 만에 100배를 넘어섰고, 반년이 지나면서 150배가 됐다.” - 조정래 작가 소설 『태백산맥』 중 -

해방 직후 일부 간악한 상인들이 쌀 사재기에 나서면서 쌀값이 폭등했고, 그 피해는 고스란히 일반 국민에게 전해졌다. 80여 년이 지난 현재, 이번엔 쌀이 아닌 마스크 품귀현상으로 국민을 힘겹게 하고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에 대한 불안감이 커져 마스크 수요가 급증하면서 일부 판매업자가 폭리를 취하는 정황이 드러나고 있다. 어느 온라인 오픈마켓에서는 지난 27일 기준 630원에 판매되던 KF94 마스크가 28일 1,800원, 29일 3,150원으로 이틀 만에 무려 다섯 배 뛰어올랐다. 이 과정에서 일부 판매자는 기존에 받았던 주문을 ‘품절’이란 이유로 임의 취소하고 오른 가격에 되팔아 논란을 낳기도 했다.

[사진=독자 제공]
[사진=독자 제공]

실제로 김포시에 사는 A씨는 최근 온라인 오픈마켓에서 마스크를 구매했다가 두 차례나 임의 취소당했다. 품절을 이유로 지난 28일 주문한 제품을 이튿날 임의 취소당한 후, 29일 다른 쇼핑몰에서 주문했지만 같은 방식으로 또다시 취소당한 것. A씨는 “재고가 없으면 주문을 받지 말 것이지, 주문은 받아놓고 뒤늦게 ‘품절’ 통보하는 건 수요가 많으니 더 비싸게 팔겠다는 상술로밖에 보이지 않는다”고 울분을 토해냈다.

어린이용 마스크의 경우에는 하루 사이 가격이 열다섯 배 이상 폭등하기도 했다. 다섯 팩(한 팩에 세 개)에 9,200원씩 팔던 것을 세 팩에 8만6,000원으로 올린 것. 판매자가 기존 주문을 임의로 반품 처리한 사례도 빈번하게 발생하면서 한국소비자원에는 마스크 관련 소비자 상담이 이틀간 100건 가까이 접수됐다.

이와 관련해 오픈마켓 관계자는 “판매자의 임의 취소와 관련해서는 해당 업체에 벌점을 부과하고 있다. 다만 가격 부분은 판매자가 책정하는 것이라 우리가 강제하기 어려운 부분이다”라고 말했다.

공급을 수요가 따라가지 못해 가격 통제가 어려운 상황에 가격 혼란 양상은 한동안 지속할 것으로 보인다. 수요가 늘면서 마스크 생산 업체들은 가용 자원을 총동원해 생산에 전력을 다하고 있지만, 수요에는 크게 못 미치기 때문이다. 일산의 한 마스크 생산 공장 관계자는 “하루 1만 장을 생산하는데, 주문량은 기본이 500만 장, 5,000만 장 수준”이라며 “웃돈을 들고 찾아오는 도매상이 수두룩하다”고 말했다.

시중에 풀리는 마스크 수량이 줄면서 구매는 점점 어려워지고 있다. 편의점 CU는 물량 부족으로 30일부터 마스크 아홉 개 품목의 가맹점 발주 수량을 제한했고, GS25의 경우에는 열흘 분량의 판매분만 남은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20~27일 편의점 CU에서는 마스크 판매량이 전월보다 10.4배 급증했고, GS25는 설 연휴 기간 마스크 매출이 전년보다 413% 증가했다.

혼란이 가열되자 정부는 31일부로 마스크생산업체의 주52시간 초과 근무를 허용해 생산을 독려하는 한편, 마스크 사재기와 관련해 긴급점검회의를 열어 질서 교란 행위에 엄하게 대응하기로 했다. 다음 달 초까지 사재기 행위 금지 고시를 만들어, 폭리를 목적으로 물품을 사재기하거나 판매를 기피하면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겠다는 방침이다.

이런 상황은 중국도 마찬가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의 발원지인 중국의 마스크 수요는 폭발적인 수준으로, 명동 인근의 약국에서는 마스크를 수천 개 단위로 구매하는 중국 관광객이 몰리고 있다. 또 그중에는 ‘따이공’(보따리상)도 많은데, 그렇게 중국에 흘러 들어간 마스크는 타오바오 등 온라인플랫폼에서는 장당 1~2만원 선에 판매되고 있다. 가격이 지나치게 과열 양상을 띠자 지난 20일 중국 정부는 온라인플랫폼 등에 가격 인상 금지령을 내린 바 있다.

수요 공급 법칙에 따른 불가피한 가격 인상은 어쩔 수 없지만, 이때를 ‘기회’로 여겨 악덕 상술을 벌이는 일각의 행태는 어쩌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보다 더 위협적인 ‘병’으로 여겨진다. 소설 『태백산맥』에서 쌀 사재기로 1년 새 재산을 300배 불린 국회의원 최익승은 군중 시위의 외침을 “재산이 불어나는 감미롭기 그지없는 노랫소리”로 여겼다. 군중의 곡소리를 노랫소리를 느끼는 사람이 이 땅에 더는 존재하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이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비회원 글쓰기 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