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려운 역사공부 피할 수 없다면… ‘세종은 바람둥이, 정조는 해바라기’
어려운 역사공부 피할 수 없다면… ‘세종은 바람둥이, 정조는 해바라기’
  • 송석주 기자
  • 승인 2020.01.31 08:3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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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신문 송석주 기자] ‘역사’(歷史)를 국어사전에 검색하면 세 가지 뜻이 나온다. ▲인류 사회의 변천과 흥망의 과정 또는 그 기록 ▲어떠한 사물이나 사실이 존재해 온 연혁 ▲자연 현상이 변하여 온 자취. 어렵게 생각할 필요가 없다. 결국 역사란 이 땅에 ‘존재했던 것’들의 흔적이자 기록이며 발자취인 셈이다.

그렇기 때문에 역사는 규모가 방대하다. 장엄하고 무거우며 복잡다단하다. 사람들이 역사 공부를 어렵고 까다롭게 생각하는 것은 아마 이 때문일 것이다. 이러한 인식을 반영이라도 하듯 최근 서점가에는 다채로운 주제로 무장한 역사책이 인기를 끌고 있다. 쉽게 말해 ‘재미있는’ 역사책이 독자들 사이에 큰 화제다.

박영규 작가가 쓴 책 『조선 왕실 로맨스』는 우리가 몰랐던 조선 왕실의 결혼과 사랑 이야기를 담고 있다. 그동안 베스트셀러 『한 권으로 읽는 조선왕조실록』 『조선전쟁실록』 『조선왕 시크릿 파일』 등 조선의 이모저모를 다양한 주제로 조망했던 작가는 ‘조선 왕실의 사랑 이야기’라는 흥미로운 주제로 새롭게 독자들을 찾아왔다.

이 책은 일명 ‘직진형 순정남’ ‘읍소형 비운남’ ‘전투형 뒤끝남’ ‘결벽형 도도남’ 등 재기 발랄한 ‘로맨스 스타일’로 조선의 왕들을 구분해 당대의 역사를 흥미롭게 풀어낸다. 그는 “왕실 사람들의 결혼 문제와 사랑 이야기는 어떤 형태로든 조정의 역학 관계에 영향을 끼칠 수밖에 없다. 따라서 왕실 사람들의 사랑 이야기는 단순히 일반 남녀의 로맨스와는 차원이 다른 문제”라며 “조선 왕실의 로맨스를 살핀다는 것은 조선 역사의 속살을 들춰내는 일”이라고 말한다.

그렇다면 우리가 잘 알고 있는 조선의 왕들은 어떤 ‘남자’였을까? 세종이 한글과 과학 기기를 발명하는 등 백성들의 삶의 질을 높이기 위해 사력을 다한 성군이었다는 사실은 익히 알고 있다. 하지만 그가 여러 여인을 동시에 사랑하고 눈에 든 여인은 기어코 취하고야 마는 못 말리는 사랑꾼이었다는 것은 잘 알려지지 않았다. 정조가 평생 한 여자만 바라본 애끓는 사랑의 주인공이었다는 사실 역시 그렇다. 이처럼 작가는 조선 왕들의 이면에 감춰진 사랑의 속살과 조선의 굴곡진 정치사를 교차시키며 서술한다.

‘웃음’으로 역사를 서술한 책도 있다. 김영주 작가가 쓴 책 『웃음의 현대사』는 이른바 ‘예능사’와 각 시대의 사건들을 엮어 대한민국의 근현대사를 조망한다. 그는 “웃음과 재미는 그 시대와 동떨어질 수 없다. 크고 작게 시대를 반영한다. 그렇기에 대한민국 웃음의 역사를 설명하기 위해서는 파란만장한 한국 현대사를 빼고 논할 수 없다”고 말한다.

작가는 ‘먼저 읽어보는 시대적 잡담’ 챕터를 통해 웃음의 역사와 한국의 근현대사를 함께 살펴본다. 일제강점기에도 식민지 조선인들에게 웃음과 희망을 주려 노력했던 사람들. 해방과 좌우 갈등, 전쟁의 소용돌이 속에서도 국민들에게 웃음을 주기 위해 애썼던 사람들. 군인이 본격 정치에 등장했던 1960~70년대 예능인들의 활약상 등 시대의 분위기와 조응하는 웃음의 역사는 독자들에게 흥미로운 이야기로 다가온다.

‘공공기념물’을 통해 바라본 서양 도시의 역사와 문화에 관한 책 『도시는 기억이다』도 인기다. 공동 저자 중 한명인 민유기 작가는 이미 『도시는 역사다』라는 책으로 동‧서양의 주요 도시들에 얽힌 역사적 이야기를 함께 살펴본 바 있다. 그는 이번 책을 통해 서양의 주요 도시들에 집중한다.

그는 “도시는 기억의 산물이자 기억 자체다. 인류 문명이 등장한 이래로 도시는 인간의 정치‧경제‧사회‧문화 등 모든 활동의 성과물을 집약해 발전해 왔다. 그중에서도 크고 작은 공공기념물들은 도시가 기억하는, 기억하고 싶어 하는, 기억해야 하는 과거를 선명하게 드러낸다”며 “공공기념물은 도시의 역사문화경관을 구성하는 중요한 요소다. 역사문화경관은 특정 시기의 정치 상황과 맥락을 압축적으로 내포하기에 다양한 독해가 가능한 열린 텍스트”라고 강조한다.

이 외에도 공원의 변천사로 한국의 역사를 꼼꼼하게 들여다 본 김해경 작가의 책 『모던걸 모던보이의 근대공원 산책』 등 다채로운 주제로 역사를 새롭게 환기하는 책들이 인기다. 책을 통해 내가 알고 있던 역사를 다양한 각도로, 새롭게 바라보는 건 어떨까. 어렸을 땐 지루하게만 느꼈던 역사 공부를 다시 하고 싶어질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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