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정의 이미지가 강하게 떠오르는 소설이다. 그 감정은 인간의 죽음, 존재와 부재에 관한 것이다. 사실 이러한 성찰은 이미 활자로 숱하게 반복됐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소설은 흡인력 있는 스토리와 말끔한 문체로, 낡은 소재를 새로운 ‘무엇’으로 환기시킨다. 특히 이 소설이 빛나는 이유는 ‘거리두기’에 있다. 무너질 때 무너지는 건 역시 하수의 행동이다. 작가는 감정을 매만지는(혹은 거리두기를 통해 부러 매만지지 않는) 능력이 탁월하다. 제목과 달리 ‘사라진 길’에 대한 은유로 가득한 소설. 제25회 문학동네소설상 수상작이다. 과거 수상작이었던 은희경의 『새의 선물』 이후 모처럼 마음이 흔들리는 소설이다.
■ 최단경로
강희영 지음│문학동네 펴냄│188쪽│12,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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